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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점 많은 서울-전북, 성적은 '딴판'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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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점 많은 서울-전북, 성적은 '딴판'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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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FC서울과 전북 현대는 K리그 클래식에서 손꼽히는 강팀이다. 아이러니하게도 두 팀은 현재 가장 수비가 불안한 팀이기도 하다. 서울은 리그 최다 실점(10골)을 기록 중이며, 전북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까지 포함해 올 시즌 치른 전경기(12실점)에서 골을 내줬다.

그런데 성적은 딴판이다. 정규리그 초반 5경기에서 따낸 승점이 서울은 고작 3점. 반면 전북은 10점이나 된다. ACL까지 범위를 넓혀도 서울은 10점, 전북은 16점이다. 둘 다 실점이 많은 만큼 득점도 많고, 막강한 선수단을 자랑한다는 점도 비슷하다. 오히려 전북은 초반 부상 선수 속출로 고생했고, 심지어 감독 대행 체제다. 그럼에도 두 팀이 정반대의 성과를 내는 차이는 무엇일까.
▲ 중원 '믿을맨'의 차이

"수비는 포백만 하는 게 아니다. 미드필더부터 앞에서 압박을 가해줘야 한다." (전북 수비수 정인환)
"최전방에서 실수가 나왔을 때 2선에서 시간을 벌어 수비에 대한 위협을 줄여야 한다" (최용수 서울 감독)

강팀의 특성 중 하나는 '비길 경기를 이기고, 질 경기를 비기는 능력'이다. 바꿔 말하면 수비가 약해 실점을 하더라도, 결코 내줘선 안 되는 골을 내주지 않아야 한다. 그런 차이는 수비수와 골키퍼만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게 당사자들의 공통된 목소리. 중원이 1차 저지선 역할을 해줘야만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은 4-4-2 혹은 4-3-3 포메이션을 쓴다. 4-4-2 일 땐 하대성-고명진이 중앙에서 짝을 이루고, 4-3-3에선 하대성-고명진 아래 한태유(최현태)가 홀딩 미드필더로 배치된다. 하대성과 고명진은 모두 공격에 무게 중심이 실린 자원이다. 공격이 원활하게 전개되며 주도권을 잡았을 땐 문제가 되지 않지만, 상대 역습이나 중원 싸움이 치열해질 땐 수비적으로 부담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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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위해 한태유 혹은 최현태가 뒤를 받쳐주는 역할을 맡았지만 기대 이하다. 둘 다 위치 선정이나 스피드, 커버 플레이 등에서 계속 허점이 드러난다. 허리가 부실해지면서 그 하중은 그대로 수비진에 가해지고 있다. 이로 인해 하대성과 고명진마저 온전히 공격에 집중하지 못한 채 아래로 자주 내려오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전북은 주로 김정우-정혁(김상식)의 더블 볼란테로 경기에 임한다. 둘은 중원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동시에 적극적인 커버 플레이를 펼친다. 덕분에 전방 공격수는 물론 측면 수비수까지도 마음 놓고 공세를 펼칠 수 있다. 특히 김정우는 지난해 부진을 털고 공수 조율과 커버 플레이에서 탁월한 기량을 뽐내고 있다. 최전방에서 실책이 나왔을 땐 적절한 압박과 파울로 상대 흐름을 끊어내고, 필요할 땐 공격에 가담해 적극적으로 골을 노린다.

9일 홈에서 열린 우라와 레즈(일본)와의 ACL 경기는 그의 존재감을 엿볼 수 있던 경기였다. 그가 후반 교체 투입된 뒤 전북은 중원과 수비에서 안정을 되찾았고, 끝내 0-2에서 2-2를 만들어 무승부를 따냈다. 파비오 감독 대행 역시 "감기 증세 때문에 김정우를 교체로 썼는데, 선발로 투입했다면 어땠을까란 아쉬움이 남는다"라고 언급했을 정도다.

▲ 득점 루트의 차이

"비록 수비에는 문제가 분명하지만, 축구는 실점을 해도 득점을 하면 반전이 된다." (최용수 서울 감독)
"많이 실점하면 많이 넣으면 된다. 수비 개선이 어렵다면 더 많은 골로 이를 극복하겠다." (파비오 전북 감독 대행)

당장의 불안한 수비에 대한 두 팀 수장의 해법은 같았다. 다득점을 통한 다실점의 상쇄. 실제로 올 시즌 정규리그와 ACL 9경기에서 서울은 15골을, 전북은 17골을 넣었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그 내용은 크게 다르다.

서울은 득점 없이 마친 경기가 세 차례나 된다. 양상은 비슷했다. 높은 볼 점유율 속에 일방적 공세가 이어지면서도 골문을 전혀 열지 못했다. 데얀-몰리나에 대한 지나치게 높은 의존도가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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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9경기 15골 가운데 절반이 넘는 수치를 데얀(5골)과 몰리나(2골4도움)가 만들어냈다. 지난해에도 서울 득점의 64%를 둘이 독식했다. 여기엔 '철저한 분업화'를 추구하는 최용수 감독의 전술적 특징이 작용했다. 그는 수비수가 골을 넣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미드필더는 공격수에게 골을 잘 전달하고, 공격수들은 골을 넣는 데에만 집중한다. 이러한 전술은 데얀-몰리나의 장점을 극대화시킨다는 노림수도 있었다.

지난해는 이러한 분업화가 성공을 거뒀지만, 이젠 상대가 어느 정도 대처법을 알아가고 있다. 데얀-몰리나를 아예 페널티 박스 바깥으로 밀어내거나, 둘을 향한 패스 공급을 차단해버리는 식이다. 또한 상대 수비수는 위험지역에서 중거리 슈팅이나 측면 수비수의 슈팅 가담은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이렇다보니 서울 공격엔 한계가 있었고, 특히 상대 집중력이 최고조에 달하는 접전 상황에선 위력이 더욱 부족했다. 결국 무의미한 빈공만 이어지다 제 풀에 무너지는 횟수가 잦아졌다.

반면 전북은 무실점 경기가 전무하지만, 무득점 경기도 없었다. 득점원도 다양화되어 있다. 8명의 선수가 17골을 골고루 만들어냈다. 이동국이 4골, 케빈·에닝요가 각각 3골씩을 넣었고 레오나르도·서상민(이상 2골), 김정우·이승기·박희도(이상 1골) 등도 모두 득점에 기여했다.

전북도 이동국-에닝요란 걸출한 공격 듀오가 있지만, 여기에만 의존하지 않았다. 오히려 둘이 수비수를 끌어 모은 뒤 연계 플레이로 동료의 공격 가담을 도왔다. 공격 루트가 다양하다보니 그만큼 득점 방식도 다채로워졌고, 동점이나 뒤진 상황에서도 골을 터뜨렸다. 같은 공격 축구에도 전북은 질 경기를 비기고, 비길 경기를 이긴 반면 서울은 그렇지 못했던 이유다.



전성호 기자 spree8@
정재훈 사진기자 roz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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