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우리나라 현대추상회화의 대표적인 원로 작가인 윤명로(77세)의 50년 화업을 총망라하는 '윤명로: 정신의 흔적'展이 오는 6월 23일까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다. 1960년대부터 시대별 대표작품과 함께 최근 대형 회화신작등 총 60여점이 공개된다.
윤명로 화백은 1960년 기성의 권위에 도전하며, 덕수궁 담벼락에서의 획기적인 전시를 주도했던 ‘1960년 미술가협회’의 창립멤버였다. 이후 창조적 도전과 실험을 통해 끊임없이 변화하며 자신만의 독자적인 회화 세계를 구축했다. 윤명로는 척박했던 한국현대판화의 태동과 위상 정립을 위해 헌신했던 한국 화단의 대표적인 원로작가다. 그는 지난 30년간(1972~2002년) 서울대학교에 재직하면서 수많은 후배 작가들을 양성한 존경받는 스승이기도 하다.
"내가 태어났을 때는 나라가 없었다. 성도 이름도 일본어로 바뀌었다. 내 이름을 되찾았을 때는 남북이 두동강이가 났다"로 시작되는 윤 화백의 작가노트에선 그의 일대기가 전해진다. 일제시대, 전쟁, 남북분단 그리고 현재에 이르른 그가 50년간 일궜던 화업 세계가 펼쳐진다. 화가 지망생들에게 유일한 등용문으로 통했던 '국전'에서 '벽 B'라는 작품으로 특선을 했지만, 바로 1960년대 덕수궁 담에서 '반 국전 선언'을 했던 그다. 이후 '자'와 '균열' 연작은 엄격한 화면구성과 옅은 청회색, 흰색 등 단색조의 기하학적 형태감을 드러내고 있다. 당시 록펠러재단 초청으로 미국유학을 하던 시절 폐결핵 병종으로 분류된 과거의 사실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병역의무를 했던 시절 '자유'를 갈망했던 화가의 심상이 엿보인다.
1990년대 윤 화백은 '익명의 땅' 연작을 통해 거대한 자연의 응축된 에너지를 자신의 몸을 도구삼아 거대한 화폭에 분출시키며 드라마틱한 추상표현 회화를 선보였다. 이어 고요가 찾아오듯, 2000년대의 '겸재예찬' 연작은 작가를 둘러싼 자연의 존재를 인식하고 깊은 교감을 통해 세상을 관조하는 여유와 명상, 운필의 충만한 기운을 보여주면서 현재의 완숙한 추상회화까지 연결되고 있다. 그는 겸재 정선의 '인왕재색도'와 능호관의 '설송도', 추사 '세한도'를 좋아한다. '겸재예찬' 연작은 세계화라는 이름으로 분별없이 정체성을 잃어가고 있는 젊은 세대들을 향한 화두다.
문의: 02)2188-6000
오진희 기자 val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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