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보험의 기본은 '바로 알리기'
[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문득 생각난 질문 하나. '연예인'과 '보험'의 공통점은?
따지다 보면 몇 가지를 찾을 수 있겠지만 대부분이 고개를 끄덕일 수 있는 답은 아마도 '이미지로 먹고 산다'는 점일 것이다. 은행, 증권을 포함한 금융산업이 해당될 수 있으나 보험은 비자발적인 고객이 주요 대상으로 한다는 측면에서 이미지가 더욱 중요할 수밖에 없다.
불쑥 '이미지' 얘기를 꺼낸 것은 최근 만난 보험업계 고위 관계자의 발언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보험업계에서만 30년을 근무한 '보험맨'이다.
그가 말한 요지는 이렇다. 회사 내부적으로 이미지 개선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작 외부에서는 진심을 잘 몰라줘 속상하다는 얘기다.
국내 대형 생명보험사인 A사의 임원 역시 비슷한 반응이었다. 대표이사를 포함해 5명의 임원들만 참석하는 최고의사결정회의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에는 '보험금 신청부터 지급까지 소요기간이 얼마나 걸리나'라는 주제가 매우 민감하게 다뤄졌다고 한다.
회의에서 한 임원이 보험금 지급 기간이 경쟁사에 비해 2.5일 가량 더 걸린다고 보고하자 대표이사는 단호하게 "다음주 이시간까지 원인과 해결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는 것이다.
A사 임원은 "10년 전만해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경영상의 비밀만 아니라면 회사 안에서 이뤄지는 이미지 개선을 위한 고민의 흔적을 모두 공개하고 싶은 심정"이라고 말했다.
보험에 대한 좋지 않은 이미지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해외 선진국도 예외는 아니다.
지금은 다소 잠잠해졌지만 미국에서는 지난 1990년대까지만 해도 생명보험 증권의 전매 문제로 한동안 시끄러웠다.
보험증권 전매란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말기 환자가 수백만 달러의 보험금을 타기 위해 사망보험에 가입한 후 이를 전매회사에 할인가격에 판매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전매회사는 가입자가 사망하면 보험금을 대신 챙겨 수익을 올리는 구조다. 보험 가입자의 사망 시점이 빠를수록 회사 입장에서는 보험료가 덜 들어 유리하다.
전매의 출발은 말기환자의 필요에서 비롯됐다. 남아 있는 가족들에게 부담을 지우는 대신 사망보험 가입후 증권을 매각하면 병원비, 장례비 등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가 본격적으로 드러난 것은 환자의 수명이 늘어나면서부터다. 치료제의 발달로 말기환자의 수명이 연장되자 전매 회사들이 환자의 사망 여부를 수시로 확인하는 행태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보험증권 전매회사는 결국 도덕성 논란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사람 목숨을 투기 대상으로 삼아 돈을 걸었다는 점이 도박과 다를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보험과 도박의 작동원리는 엄연히 다르다. 보험이 위험을 분산하는 식이라면 도박은 위험을 감수한다는 점에서 확연한 차이가 있다. 하지만 생명보험 전매는 '보험=도박'이라는 이미지를 새기고 말았다.
보험은 태생적으로 좋은 이미지로 다가가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금융상품이다. 불확실한 미래를 보장하는 만큼 고객 스스로 상품을 구매하려는 의지가 약한데다 보험설계사의 설명을 들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가입자의 십중팔구가 '어쩔 수 없이 가입했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구조도 예ㆍ적금, 펀드 등과는 천양지차다. 일각에서는 금융 영역에서 보험을 제외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최근 들어 보험업 종사자들은 보험 바로 알리기를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혜택을 돌려주는 식의 마케팅 보다 보험 상품의 특성을 제대로 전달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발상의 전환이 성공할지 여부에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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