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보험가입 강요하는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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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최일권 기자] "저희 회사 연금저축보험에 가입하면 소득공제 혜택은 물론이고 매년 배당 혜택도 받을 수 있습니다. 지금 가입을 안하면 바뀐 세법 때문에 그만큼 혜택이 줄어들게 될 텐데요."


최근 연금저축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전화를 받았다. 결과를 먼저 말하자면 불쾌감이 앞섰다.

국내 대형 손해보험사 소속 영업사원이라는 A씨는 설명을 끝내자마자 '가입 절차를 진행하겠다'면서 계약을 서둘렀다.


적잖이 당황해 '생각해보겠다'는 말로 전화를 끊었지만 그 후 며칠 간 하루가 멀다하고 전화를 걸어 상품 설명에 열을 올렸다. 충분한 이해를 구하기보다는 어떻게든 가입하게 만들려는 의지가 충만했다.

A씨는 '배당도 받을 수 있는 일석이조의 효과' '연말 소득공제 혜택도 가능하다'는 말로 설득했다. 반면 공시이율, 사업비율 등 상품 수익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 사업비를 묻자 "가입 후 7년 이내 12% 수준"이라는 말로 뭉뚱그렸다. '가입하고 1~2년이 지난 후엔 사업비율이 더 높지 않냐'는 질문에는 답 대신 웃음으로 때웠다.


가입자를 유치해야 하는 텔레마케터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좀 더 생각할 시간이 필요하다"라는 말에는 "세법이 바뀌어 혜택이 줄어든다"면서 가입을 종용하는 태도는 불손했다.


상품설명서를 이메일로 보낸 이후에는 '결정했냐'는 확인도 없이 '가입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말한 것은 더욱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텔레마케터의 집요한 작전에 결국 무릎을 꿇고 말았다. 개인적으로 언젠가 가입하려고 생각했던 상품이라는 점을 위안 삼았다. 그렇다고 해서 불쾌한 기분이 사라진 건 아니다.


일반인이었다면 '평소에도 있는 일이려니'하고 지나쳤을지도 모르지만 보험업계를 담당하는 기자이기 때문에 그 실망감은 더욱 컸다는 이유에서다. 소위 업계를 어느 정도 안다는 기자도 영업사원의 공세에 넘어가는데, 50대 이상 나이 지긋한 어르신은 오죽할까 하는 생각이 밀려들었다.


무엇보다 보험업계가 소비자 신뢰 회복을 기치로 그동안 꾸준히 노력해왔음에도 일선 영업현장에서는 여전히 구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 더욱 안타깝게 느껴졌다.


보험은 불완전 판매 가능성이 높은 금융상품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은행의 예ㆍ적금이나 증권 펀드상품이 고객의 자발적인 의사로 시작하는 것과 달리 보험상품은 주변의 권유를 통해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상품 구조도 어려워 설명을 제대로 알아듣기가 쉽지 않다.


이 때문인지 저축성보험 가입자 가운데 3년이 지날 때까지 계약을 유지하는 비율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바꿔 말하면 나머지는 3년 안에 계약을 해지한다는 얘기다.


지난해 보험사들은 변액보험과 연금저축보험 수익률이 저조하다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도덕성에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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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일부 보험사들은 그동안의 관행을 깨는 상품을 출시해 시장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보장조건을 단순화하거나 해지환급액을 높인 게 대표적인 사례다.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움직임이다.


하지만 상품 단순화, 영업채널 확대 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고객을 대하는 태도다. 복잡한 보험상품을 알기 쉽게 설명하는 노력이 단기적으로는 힘들겠지만 긴 안목으로 보면 고객을 끌어들이는 유인이 된다. 그동안 수차례 지적됐음에도 불구하고 구태가 여전한 것 같아 실망스럽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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