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지·비장 감돈 박찬구 회장의 계룡산행 동행 취재기
금호석화, 일등기업 54042작전..미주사업 주력할 것
[아시아경제 임선태 기자]"할수있다 54042. 달성하자 54042. 세계최고 일등기업. 금호석화 화이팅"
지난 16일 오전 9시30분께 충남 계룡산 등산로 입구 앞 주차장.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을 비롯한 임원ㆍ팀장급 직원 140여명은 등산길에 오르기 전 이 같은 구호로 올 한해 희망찬 출발을 포효했다.
지난해 12월13일 채권단으로부터 자율협약 졸업 승인을 받은지 2개월여가 지난 금호석화 임직원들의 표정에는 '독립경영'에 대한 결연한 의지와 비장함이 감돌았다.
등반 직전 구호에 담긴 '54042'라는 숫자는 올해 목표를 담은 코드다. 매출액 5조4000억원과 영업이익 4200억원을 달성, 세계 최고 일등 화학기업의 기틀을 다지겠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 지난해 실적 대비 각각 11%, 96% 증가한 수치다.
드디어 출발 신호가 떨어졌다. 김성채 사장과 박 회장의 장남인 박준경 수지해외영업담당 상무(보)가 선두그룹에서 리드했다. 선두에 이은 두번째 그룹은 박 회장과 고 박정구 회장 아들인 박철완 상무가 포진했다.
등반길을 맨 앞에서 진두지휘한 김 사장과 박 상무는 체력 등 개인 관심사를 주제로 대화를 나눴다. 기자가 둘 사이의 대화에 끼어 들자 금방 주제가 바뀌었다.
김 사장은 올해 경기 전망에 대해 '상저하고(上低下高)'로 표현했다. 그는 "보통 석유화학 업계의 실적 목표는 상반기에 3분의 2쯤 달성되고 하반기에 나머지가 채워지는 식이라면 올해는 그 반대가 될 것"이라며 "미국 시장이 올 하반기부터 본격 회복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관련 전략도 이에 맞춰 세워진 상태"라고 말했다.
곰곰히 대화를 듣고 있던 박 상무는 올해 해외사업 전망으로 대화에 끼어 들었다. 박 상무는 "지난해 주로 유럽 위주로 해외 사업을 전개했다면 올해는 첫 출장지를 미주 지역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가전 제품업체들이 몰려 있는 멕시코는 물론 미국 내 중소규모 업체들까지, 모두 금호석화의 주요 바이어(Buyer)"라고 언급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사진 왼쪽)과 김성채 사장(사진 왼쪽에서 두번째) 등 주요 임직원들이 충남 계룡산 등반 중간 도착지점인 금잔디고개에서 점심식사를 하며 담소를 나누고 있는 모습.
원본보기 아이콘고무ㆍ수지 해외영업을 포함, 영업에서만 3년여째 몸담은 박 상무는 관심있는 차기 업무에 대한 질문에 "관리업무도 흥미로울 것 같다"는 말로 답을 대신했다. 2007년 금호타이어 회계팀 차장으로 금호가(家) 경영수업을 시작한 박 상무의 과거 경력을 비춰 봤을때 회계 등 관리 업무를 다음 업무로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산길에는 박 회장 대열에 합류했다.
박 회장은 "회사에 속해 있을 때는 그나마 부담이 덜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에는 건강이 최고의 자산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며 "BMI, 금연 등 건강 관리를 당부하는 것은 최고경영자(CEO)로서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날 등반 행렬의 또 다른 관심사는 키와 몸무게를 이용해 지방의 양을 추정하는 '체질량지수(BMI)'다. 서로 수치를 물어보며 격려하는 모습은 생소하기까지 했다. 이유는 박 회장의 '클리닉경영'에 있다. 올 초 임직원들의 키와 몸무게를 모두 조사한 박 회장이 "인사평가에 BMI 지수 반영을 검토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독립경영 첫 해 임직원들에게 요구되는 정신무장을 보다 근본적으로 처방하기 위한 조치 아니겠냐"고 해석했다. 이어 "2020년 20개 품목 세계 1위, 매출 20조원이라는 '비전 2020'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임직원 모두에게 포기할 줄 모르는 끈기가 필요하다"며 "체력 강화를 통한 체질개선은 이를 도울 수 있는 근본적인 방법"고 전했다.
이번주 예정된 한국석유화학협회 회장 인선과 관련 하마평에 오르고 있는 부분에 대해 박 회장은 고사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박 회장은 "사업적인 부분은 물론이고 개인적인 여러 일들이 아직 해결되지 않고 있어 현실적으로 어렵게 보고 있다"며 회사 사업 등에 전념할 뜻을 내비쳤다.
임직원들은 계룡산 입구를 출발해 태성암, 신흥암, 금잔디 고개를 거쳐 목표지점인 관음봉(해발 778m)까지 총 다섯 시간 동안 단 한명의 낙오자도 없이 산행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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