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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희 어천가'를 부르는 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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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혜맨들의 '뿌리깊은' 충성 경쟁 논란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30여년 전 서거한 박정희 전 대통령을 '추억'하는 이들은 누구인가. 아버지를 그리워하는 딸 박근혜 당선인의 마음을 사려는 사람들로 인해 시대에 맞지 않은 '복고풍'이 불고 있는 것이다.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자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의 안상훈 위원의 사례가 이런 우려의 단초를 제공했다.
지난 13일 노량진 자택을 나서던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씨의 사진이 담긴 휴대전화 고리를 달고 있는 장면이 언론에 포착됐다. 김 후보자는 "평소 두 분을 존경해서 사진을 달고 다닌다"라고 말했다. 그는 1972년 육군사관학교를 수석으로 졸업하면서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대통령상을 받은 적이 있다. 국민들 사이에선 "벌써부터 과잉 충성하냐"는 비난과 "그럴 수도 있다"는 옹호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다음날 열린 인수위 간사단회의에서 안상훈 인수위원은 박 전 대통령이 추진했던 '새마을운동'을 다시 벌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박 당선인의 공약인 '창조 경제'를 실현하기 위해 협동조합, 사회적기업, 자활기업, 마을기업 등 공동체적인 경제주체들을 활성화시키는 2번째 새마을운동을 제안했다. 최성재 고용복지분과 간사는 "고용, 복지 모두와 관련있는 좋은 아이디어"라며 맞장구를 쳤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임기 5년이 '포스트 박정희 시대'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들이다. 박 당선인은 평소에도 아버지인 박 전 대통령을 떠올리게 하는 발언과 행동, 효율성과 보안을 중시하는 카리스마 등으로 부전여전(父傳女傳)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박 당선인을 직접 접해 본 이들은 싸늘한 표정과 눈빛으로 누구보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박 당선인은 특히 지난해 대선을 전후해 아버지의 업적을 계승ㆍ발전시키겠다고 사실상 대내외에 천명했다. 박 당선인은 대선 직전 승부처였던 12월 초 "다시 한 번 '잘 살아보세'의 신화를 만들어 국민 모두가 먹고사는 것 걱정하지 않고 청년들이 즐겁게 출근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나라를 만들겠다"고 선언했다. 잘 살아보세는 박 전 대통령의 대표적 업적인 '새마을운동'의 슬로건이다.

이후 박 당선인의 행보도 '박정희 스타일'의 연속이다. 박 당선인은 박 전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이들을 중용했다.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 중 부친이나 장인이 박 전 대통령 시절 고위직에 올랐던 사람들이 많았다. 최근의 청와대ㆍ내각 인선에서도 박 전 대통령의 그림자가 배어났다. 박 당선인은 육사 출신ㆍ법조인을 중용해 온 아버지의 인사 스타일을 따라가고 있다. 이와 관련해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갈릴리교회 목사는 지난 12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박 당선인이 지금까지 국무총리와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경호실장 세 사람 인사를 했는데 두 분은 육군사관학교 출신이고 한 분은 법조인 출신이라서 '육법당(陸法黨)' 생각이 난다"고 말했다. 육법당은 육사 출신과 법조인이 정부의 요직을 차지한 것을 빗댄 말이다.

청와대 경호처를 경호실로 바꾸고, 기관장 지위도 차관급에서 장관급으로 격상한 것도 박 전 대통령 집권 당시 위세를 떨쳤던 청와대 경호실 시대로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관료사회 등에서는 벌써부터 '알아서 기는' 모습들이 나타나고 있다. 비명에 간 아버지를 안타깝게 여기고 기리는 딸의 마음을 알아서 모시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농어촌의 침체된 분위기를 일신하고 주민 역량을 결집해 마을 발전을 선도해나갈 수 있도록 '제2의 새마을운동'을 추진하겠다고 대통령직인수위에 보고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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