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8월 문화부 차관이 된 그는 취임 반 년만에 옷을 벗었다. 청와대는 신문유통원 출범 과정의 업무 태만이 경질 사유라 했지만, 이 말을 믿는 이는 드물었다. 관가에선 아리랑TV 부사장과 한국영상자료원장 추천 과정에서 청와대의 낙하산 인사 요구를 거부한 게 인사 보복으로 돌아왔다는 뒷말이 무성했다.
뒷 얘기는 더 기막혔다. 인사 청탁을 거부한 뒤 "청와대 홍보수석실 인사가 전화를 걸어와 '배를 째 달라는 말씀이시죠? 예, 째 드리지요'라고 협박했다"는 말이 나돌았다. '배 째' 발언의 당사자가 노무현 정부의 실세였던 양정철 당시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라는 소문이 파다했다. 물론 양 전 비서관의 말은 전혀 다르다.
그렇게 30여년 몸담은 문화부를 떠나며 유 차관은 '소오강호(笑傲江湖·강호의 패권싸움을 손톱의 때 만큼도 여기지 않음)'라는 말을 남겼다. "농담이지만, 오래전 심심풀이로 읽었던 대중 무협소설의 제목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제목이 소오강호였든가 싶다. 참 재미있는 세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고 일갈했었다.
여행을 즐기는 그는 '혐의 없음'으로 결론난 뒤 안부 전화에 "지금 지리산입니다. 나갈 수 없어 올라갑니다"라는 뼈있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그랬던 유진룡이 교수직을 접고 장관으로 귀환한다. 장교로 마친 병역, 이미 공개된 재산, 발군의 업무 능력. 어느 쪽을 봐도 청문회 통과는 어렵지 않을 것 같다. 사필귀정이다.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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