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디자인, 모양은 번쩍 실용엔 꽝
AD
원본보기 아이콘

-'물난리' 난 철도역사, '얼음폭탄' 맞은 서울시 신청사
- 공공기관 건축물, 화려한 외형 좇아 설계 자주 바꿔
- 이용자, 주민 의견수렴 흉내만.. 잦은 부실시공 논란


[아시아경제 오진희 기자] 서울시신청사, 세종정부청사, 일부 철도역사 등 공공건물과 시설들이 이용자 편의성을 무시한 '디자인'으로 많은 지적을 받고 있다. 외형은 번지르하지만 실용성이 실종돼 이용자들이 불만을 터뜨리는 사례들이 잇따르고 있다. 공공청사들을 비롯해 서울 대학로 주변 인공수로와 같은 조형물, 상당수 공공미술 작품들에서까지 편의성보다 겉모양에 치우친 '주객전도'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실용성 무시한 외형= 내부 구조가 '미로' 같은 세종정부청사는 개청하자마자 이용자들의 지탄을 받고 있다. 1층엔 각각 출입구가 있지만 4층을 통해 길게 이어져 있는 청사 내부는 길을 헤매는 이들이 허다하다. 애초에 설계안은 주변도로와 건물 옥상이 이어지고 건물상층에서 아래로 내려가는 구조였다. 하지만 이 안은 다시 변경돼 '승천하는 용모양'인 건축물 형태만 남았다. 세종정부청사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기대가 모아졌지만, 정작 공공시설 디자인의 핵심 요소인 '실용성'은 담아내지 못했다.


서울시 신청사도 지난해 말 '얼음폭탄 비상'이 걸린 바 있다. 폭설로 높이 50m의 서울시 신청사 지붕에 달라붙어있던 얼음덩어리가 날씨가 풀리면서 주변 도로변으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곡선으로 설계된 신청사 지붕이 얼음 덩어리의 추락을 막아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일부 철도역사에서도 실용성을 무시한 공공디자인 사례를 적잖게 찾아볼 수 있다. 경부고속철도 오송역, 경전선의 함안역, 군북역 등 승강장 지붕은 디자인을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눈, 비를 막지 못하고 있다. 무려 7~13m의 높이로 설계된 승강장 지붕의 배수관은 결빙으로 물이 샜고, 승강장 바닥이 미끄러워 주민들은 불편을 호소했다. 한국철도시설공단은 이 같은 지적에 뒤늦게 새로 짓는 철도역은 승강장 지붕 높이를 낮추고 폭을 넓히며 미끄럽지 않은 바닥 마감재를 쓰는 등 이용자 편의를 위한 기능성을 강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형식적인 주민의견수렴, '사공' 많아 잦은 설계변동 = 실용성을 담아내지 못하는 공공디자인의 원인으로는 이용자 의견수렴 부재, 발주자의 비전문성이 지목된다. 또 기관장의 임기내 공사기간 단축 욕심 등도 이를 부추긴다.


지난 2010년 국가건축정책위원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문가 설문으로 집계한 '공공건축에서의 불합리한 설계변동 정도'는 전체 공공건축 설계의 82.6%에서 25% 이상의 설계변동이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50% 이상 변경은 28.3%, 75% 이상은 10.9%, 거의 100%는 6.5%다. 이같은 설계변경의 원인으로는 ▲설계기준 및 지침 내용부실 ▲기관장, 자치단체장의 교체 등 외부요인 ▲수요 프로그램 및 관련정보 부재 ▲관련부서간의 협의 미흡 ▲사업예산 부족 또는 예산 변경 등이 거론됐다.


염철호 건축도시공간연구소 부연구위원은 "공공건축에서 이용자인 주민참여절차를 형식적으로 하는 곳이 많고, 특히 지방에서는 실제 이용자보다는 일부 단체 회원들의 입김이 세기도 하다"며 "주민의견수렴에 대해 공무원들은 전문가에게 맡기는 경우가 많은데, 결국 공무원들이 의지 없이 운용하는 주민참여제도가 형식에 그치고 외형만 이쁜 시설이 되기 쉽다"고 꼬집었다.

AD

많은 논란을 낳고 있는 서울시신청사도 건축과정에서 애초의 설계의도가 왜곡됐다. 특히 시공업체와 설계회사가 공동으로 공모에 당선돼 설계ㆍ시공ㆍ감리를 한꺼번에 맡겨 짓는 '턴키 방식'이 문제로 거론된 바 있다. '사공'이 많았던 신청사 건립은 지난 2006년부터 2008월까지 7번이나 설계변경이 이뤄졌다.


공공기관들 사이에서 '디자인 열풍'이 불었던 것은 특히 2007년부터다. 경쟁적으로 디자인을 강조하며 이를 공공건물 건축에 적용했지만 결국 '형식적인 주민참여', '발주자(공공기관)의 비전문성', '기관장의 거센 입김' 등 설계에서 건설, 운영에까지 이르는 '과정'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다행히 이 같은 공허한 디자인 발상에 대한 반성이 최근 일어나고 있다. "건설자의 시각에서 벗어나 이용자 중심의 시각에서 생각하겠다(조순형 철도시설공단 건축설비처장)"의 말처럼 공공시설 디자인이 향후 내실을 기하게 될 것인지 주목된다.


오진희 기자 valer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보면 좋은 기사

새로보기

내 안의 인사이트 깨우기

취향저격 맞춤뉴스

많이 본 뉴스

당신을 위한 추천 콘텐츠

놓칠 수 없는 이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