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印서 아이튠스 음악 ‘에누리’ 나선 이유?
[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애플의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 최고경영자(CEO)의 남다른 비틀즈 사랑은 유명하다. 온라인으로 절대 음원을 배포하지 않기로 유명한 비틀즈의 음악을 처음으로 판매한 곳도 애플의 음악 다운로드 서비스 아이튠스였다.
그런데 비틀즈 멤버들이 음악적 영감을 얻었던 인도에서 요즘 애플이 비틀즈의 음악을 ‘떨이’에 가까운 가격에 판매하기 시작했다. 애플은 지난해 12월부터 인도에서 ‘아이튠스 뮤직 스토어’ 서비스를 개시하고 ‘컴 투게더’·‘헤이 쥬드’ 같은 비틀즈의 최대 명곡들을 원래 다운로드 가격에서 25% 수준으로 할인한 1곡당 15루피(약 28센트)에 제공하고 있다고 24일 경제 주간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가 보도했다.
잡스가 세상을 떠나면서 애플이 더 이상 비틀즈에 대한 경외심을 고집할 이유도 사라졌다. 그보다 세계 2위인 12억 인구의 인도 디지털 콘텐츠시장을 잡는 게 더 발등에 떨어진 숙제가 됐다. 애플은 12월 인도를 비롯해 러시아·터키 등 세계 56개국에 아이튠스 서비스를 확대하고 음원·동영상·전자책 등 콘텐츠 시장 공략에 팔을 걷어붙였다.
애플의 아이튠스는 음원 보유만 2000만 곡에 달하는 세계 최대 규모 서비스다. 게다가 애플은 서비스 개시 처음부터 음원 다운로드 가격을 미국 시장 판매가격(보통 0.99달러)의 15~30% 수준으로 파격적으로 인하해 인도 디지털 콘텐츠 산업 전반에 일대 충격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애플 아이튠스에서 제공되는 ‘발리우드(인도 영화)’ 관련 음원 약 100만 곡 중 10만 여 곡 이상의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는 ‘헝가마(Hungama)디지털미디어’의 싯다르타 로이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애플은 인도 디지털 콘텐츠 유통시장이 이제 걸음마 단계임을 감안해 인도 소비자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는 가격 정책을 들고 나왔다”고 말했다.
최근까지도 애플은 인도를 주력 시장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시장분석업체 가트너의 안슐 굽타 애널리스트는 “아이폰같은 프리미엄급 스마트폰을 살 경제적 여유가 있는 인도인은 많지 않으며, 인도 시장에서는 훨씬 가격대가 저렴한 구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기반 스마트폰이나 피처폰이 더 많이 팔린다”고 지적했다. 현재 인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의 판매량은 10위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애플의 실적에서도 드러나듯 미국·유럽 스마트폰 시장은 포화 상태다. 애플이 앞으로도 성장 동력을 얻으려면 급성장하는 중국과 인도 시장을 어떻게든 잡아야 한다.
인도 디지털 콘텐츠 시장의 전망은 밝다. 인도 상공회의소(FICCI)와 글로벌컨설팅사 KPMG의 공동보고서에 따르면 인도 음악시장에서 디지털 음원 판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49%에서 오는 2015년 79%까지 급성장할 전망이다. CD 등 기존의 음반 형태 매체 판매량은 매년 19%씩 감소하고 있는 반면 디지털 음원 매출은 매년 24%의 증가폭을 기록하고 있다.
애플의 이같은 콘텐츠 ‘에누리’ 판매는 이제 애플이 인도 시장을 중요 공략 대상으로 삼겠다는 일종의 신호탄인 셈이다. 시장분석업체 IDC는 지난해 말 분석보고서를 통해 인도 시장에서 아이폰의 판매량이 향후 3개월간 두 배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인도 소비자판매가격 4만4000루피에 이르는 최신 ‘아이폰5’ 대신 가격이 더 떨어진 ‘아이폰4’라면 더 팔릴 여지가 있다.
그렇다고 해서 애플의 ‘프리미엄’ 전략이 뿌리째 흔들리는 것으로 볼 수는 없다. 하드웨어 가격을 손대지 않는 대신 콘텐츠 제공 폭을 확대해 소비자들이 비싼 아이폰까지 사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겠다는 전략이기 때문이다. 인도 음원서비스업체인 ‘플립카트닷컴’의 사메르 니감 디지털사업개발 담당 부대표는 “애플은 언제나 고가 정책을 고수해 왔고, 인도 소비자들을 위해 다소 문턱을 낮출지언정 근본적인 차이는 없다”면서 “그것이 애플의 사업 방식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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