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페이스]화웨이의 '뉴 페이스' 런완저우 CFO
[아시아경제 조목인 기자]중국 소재 대형 통신장비 제조업체 화웨이(華爲)의 성장이 눈부시다. 화웨이의 지난해 매출은 2200억위안(약 37조5900억원)으로 전년보다 8% 늘었다. 순이익은 33% 급증한 154억위안으로 집계됐다. 올해 순익은 지난해보다 10~12%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속도라면 화웨이가 세계 최대 통신장비 제조업체 에릭슨을 제치고 세계 1위로 올라서는 것은 시간문제다.
화웨이의 지난해 실적 발표 현장에서 실적 내용만큼 주목을 끈 대상이 있다. 바로 화웨이 설립자 런정페이(任正非) 회장의 딸인 런완저우(任晩舟) 최고재무책임자(CFO·40·사진)다. 그가 처음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중국인민해방군 출신인 런 회장은 '베일에 가려진 경영자'로 통한다. 그는 언론 노출을 극도로 꺼려 지금까지 공식 인터뷰 한 번 갖지 않았다. 2011년 미국의 경제 격주간지 포천이 '중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기업인' 1위에 런 회장을 올렸지만 그와 회견하는 데 실패했다. 그의 가족 역시 베일에 가려져 있다.
이런 상황에서 런 CFO가 언론의 주목을 받으며 등장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런 CFO는 브리핑에서 스스로를 "논쟁하고 도전하기 좋아하는 사람"이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작심한 듯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비난하고 나섰다.
화웨이가 "중국 군부와 깊이 연관돼 있다"며 미 시장 진출을 막고 있는 미 정부에 대해 런 CFO는 "구체적인 근거도 없는 억지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자유로운 경쟁을 방해하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에 따른 피해가 소비자들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것"이라며 "고객과 시장은 화웨이가 만들어내는 가치에 대해 잘 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화웨이의 투명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그는 "앞으로 재무제표와 실적 같은 구체적인 기업 정보를 폭 넓게 공개할 것"이라며 "화웨이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전문가들은 런 CFO라는 '뉴 페이스'가 전면에 등장한 것과 관련해 그 동안 신비주의로 일관해온 화웨이의 경영전략이 상당 부분 수정됐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훌륭한 기업인으로 존경 받지만 융통성이 없고 소통능력이 부족하다고 여겨지는 아버지와 달리 런 CFO는 개방적이며 여유 있는 성격의 소유자로 평가 받고 있다.
런 CFO는 고등학교 재학시절인 1990년대 초반부터 아버지의 일을 돕기 시작했다. 1998년 후베이성(湖北省) 우한(武漢)에 있는 화중과기(華中科技) 대학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뒤 화웨이 재무팀에 합류했다. 이후 국제회계팀과 경영전략팀을 거쳐 CFO까지 올라왔다.
그는 아버지에 대해 "한없이 자상한 아버지였다"고 회상했다. 하지만 그가 화웨이에 입사한 이후 런 회장은 어떤 직원들보다 딸을 더 엄격하게 대했다.
화웨이가 '1인자의 딸'을 내세워 투명성 강화까지 선포하고 나선만큼 앞으로 비밀스러운 이미지에서 벗어나 얼마나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할지 관련 업체들이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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