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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손주 돌보는 할머니의 '9시간 중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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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집에서 손주를 돌보는 할머니가 '중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여성노인 300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하루평균 8.86시간(주당 47.2시간) 손자녀를 돌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하는 것으로 하루종일 손주들과 씨름하고 있다는 얘기다. 100세 시대를 앞둔 한국 노인의 가슴 아픈 실태 보고서다.

대부분 맞벌이 자녀의 직장생활에 도움을 주기 위해 손주를 돌본다. 마땅히 맡길 데가 없는 데다 양육비가 부담스럽고 불안해서다. 손주 돌보랴, 살림 하랴, 육체적ㆍ정신적으로 너무 힘들다. 이러니 손주돌봄을 자발적으로 선택한 할머니는 절반도 안 된다. 다른 방법이 있다면 돌봄을 그만두겠다는 경우도 3분의 2를 넘는다.
한국은 여성이 사회생활을 하려면 또 다른 여성이 희생해야 하는 구조다. 맞벌이는 이미 대세다. 혼자 벌어선 가정을 꾸리고 먹고살기 힘들다. 맞벌이 부부의 자녀양육은 이미 개인 차원을 넘어 국가적 문제가 됐다. 계속 개인적인 집안 일로 치부하다간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국가와 사회가 나서 노인들을 손주돌봄 중노동에서 해방시켜야 한다.

먼저 정부와 기업이 할 일이 많다. 기업들은 영아기 자녀를 둔 직원들이 육아휴직을 눈치보지 않고 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을 늘려주는 다양한 유연근무제도 확산도 필요하다. 기업들이 정시 출퇴근 문화를 정착시켜야 함은 기본이다. 믿고 맡길 수 있는 보육시설 확충이 시급하다. 보육시설을 평가해 결과를 공개하고 우수시설에 인센티브를 제공하면 보육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아파트단지 1층에 공동 탁아시설을 설치하면 건축허가 때 용적률을 높여주는 식의 제도적 유인책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

보육시설 확충에 시간이 걸리므로 손주를 돌보는 할머니들에게 도움이 되는 다양한 재가양육 지원 서비스 제공이 필요하다. 전업주부와 젊은 부모 위주로 운영되는 공동육아나눔터에 할머니도 참여토록 하고, 손주 양육방식을 둘러싼 할머니와 자녀 간 갈등 해소를 위한 교육 프로그램 확대도 요구된다. 가정에선 할아버지도 집안일을 거들어 할머니의 손주돌봄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100세 시대 도래가 고통이 되지 않는 노인행복 시대를 만드는 데 사회가 지혜를 모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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