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학처장들 "선택형 수능 유보"..교과부 "절대 안돼"
선택형 수능, 고교 현장 혼란 가중..학생 및 학교간 등급 심화
[아시아경제 조민서 기자]서울 주요 4년제 대학 입학처장들이 2014년부터 시행되는 선택형 수능 도입을 유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개편된 수능 체제가 오히려 대학입시를 복잡하게 하고, 성적에 따른 학생 및 학교 간 서열화 문제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번 개편안은 2011년부터 각계의 입장을 충분히 반영해 준비해왔던 일인 만큼 유보는 불가능하다고 못을 박았다.
서울 지역 9개 대학의 입학처장들은 10일 "2014학년도 입시에서 선택형 수능시험은 교과부의 예상과 달리 수험생, 고등학교 교사, 대학 당국에게 상당한 혼란을 야기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밝혔다. 9개 대학은 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중앙대, 한국외대, 한양대 등이다. 입학처장들이 나서서 입시제도에 대해 공동의 목소리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 입학처장은 "개편안 시행 이후 나타날 문제점에 대해 미리 대응을 하자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올해 고등학교 3학년이 치르는 2014년도 수능은 언어, 수리, 외국어 등 주요 영역에서 현행보다 쉬운 A형, 현행과 같은 난이도 B형으로 개편된다. 당초 교과부는 학생들이 개인의 수준에 맞는 유형을 선택해 입시 부담을 덜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2011년 1월 수능 개편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당장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오자 이 같은 '선택형'이 오히려 입시 제도를 복잡하게 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됐다. 학생처장들은 "학생의 A/B형 선택과 대학의 A/B형 선택이 얽히므로 대학입시가 더욱 복잡해지고, 이에 따라 사교육 부문에서 대학입시 컨설팅이 성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유형 선택에 따른 학생들 간 서열화도 문제다. 현장 고교에서 A형 선택 학생과 B형 선택 학생을 나눠서 수업하기도 힘들어 사실상 '우열반', '심화반' 등이 생겨날 소지도 있다. 김윤배 성균관대 입학처장은 "한 학교에 A형을 선택한 학생과 B형을 선택한 학생의 비중이 어떻게 나눠지느냐에 따라 학교 간 등급이 매겨질 수 있다"며 "학생들의 자신의 수준에 따라 유형을 선택하는 게 아니라 가산점 등 입시 유불리에 따라 선택을 하게 돼 당초 교육적 목적에 어긋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개편된 수능은 학생들이 자신의 진로를 진지하게 고민하기 이전부터 조기에 문과, 이과를 결정하도록 강제해 문과, 이과 사이의 장벽을 강화하는 부작용이 초래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입학처장들은 "학생이 교육 실험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간단한 교훈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면서 A/B 선택형 수능시험 실시를 유보하고 향후 수험생, 교사, 학부모, 대학의 의견을 수렴해 현실적인 대안을 시급히 마련하는 것이 옳다"고 입을 모았다.
오차환 한양대 입학처장은 "대학은 어떤 방식으로든 학생들을 선발할 수 있다. 문제는 고교 일선에서 선택형 수능에 대해 준비가 되지 않아 난처해하고 혼란해하는 분위기가 많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개편된 수능이 시행되기 전에 이 같은 문제점에 대해 논의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교과부의 입장은 완강하다. 2014 수준별 수능은 수험생이 본인의 진로 등에 따라 필요 이상으로 시험 준비를 하지 않도록 해 수능 준비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 도입됐으며, 이에 대한 내용은 3년 전에 예고된 사항이라는 것이다.
이번 수능은 2009년 10월부터 1년여 간의 정책 연구 기간을 거쳐 2010년 9월부터 두 달 간 권역별 공청회를 가졌다. 같은 해 10월에는 담당 장학사와 고교진학교사, 입학처장 등을 대상으로 정책간담회도 열었다. 당시 실시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편된 수능 도입으로 '학생의 수능 시험 부담이 줄어들 것'이란 질문에 입학처장들의 40.1%가 '대체로 그렇다'고 답했으며, '별로 그렇지 않다'는 23.5%를 기록했다.
한 입학처장은 "정부에서 간담회도 가지고 했지만 당시에도 여러 문제가 지적됐지만 아직 시간이 있으니 다들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한 채 넘어갔다. 그 시간동안 학교에서도 어떻게 준비를 할 지 몰라 손 놓고 있었다. 대학입시 개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민감하고 중요한 정책이기 때문에 더 늦기 전에 이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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