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전성호 기자]반전의 계기다. 지동원이 독일 분데스리가 아우크스부르크 임대 이적을 확정지었다.
아우크스부르크는 2일(한국시간)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지동원의 임대 이적을 공식 발표했다. 이로써 지동원은 2011년 여름 선더랜드 이적 이후 약 1년 반 만에 새로운 팀에서 뛰게 됐다. 더불어 대표팀 동료이자 선배인 구자철과 호흡을 맞춘다.
당장 베스트11 한 자리를 꿰차긴 어려워 보인다. 구자철조차 임대 첫 두 경기에선 각각 결장 혹은 교체 출전했다. 그나마 그는 사정이 나았다. 임대 직전까지 선발과 교체를 오고가며 꾸준히 그라운드에 나섰다.
구자철과 달리 지동원은 반년 넘게 1군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경기 감각이 정상일 리 없다.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동시에 동료들과 손발을 맞출 시간이 필요하다. 당분간은 교체 투입이 유력하다. 다만 아우크스부르크가 공격 자원이 많지 않은 까닭에 빠른 회복을 보인다면 선발 출전 기회는 예상보다 일찍 찾아올 수 있다.
토어스텐 외를은 시즌 초 주로 원톱으로 뛰었지만 묄더스가 활약하며 이후엔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는 빈도가 높았다. 자리는 구자철도 소화할 수 있다. 따라서 지동원은 선발 명단에 포함될 경우 토비아스 베르너(3골)와 함께 좌우 측면 미드필더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구자철과 팀 전체에 시너지를 가져온다. 그동안 아우크스부르크는 공격 자원 부족 탓에 구자철을 측면 자원으로 활용한 경우가 많았다. 지동원이 측면에서 활약해 준다면 구자철을 본래 포지션인 공격형 미드필더 혹은 중앙 미드필더로 복귀시킬 수 있다. 둘이 대표팀에서 꾸준히 발을 맞췄다는 점도 고무적인 대목이다.
아우크스부르크는 전술적 다양성도 함께 확보했다. 공격력 강화가 필요할 때 묄더스 원톱에 지동원-외를-베르너를 2선에 배치하고, 구자철을 중앙 미드필더로 내려 좀 더 많은 공격 자원을 투입할 수 있다. 반대로 강팀을 상대로는 수비형 미드필더를 한 명 더 보강하는 대신, 공격 자원들을 적절하게 조커로 활용하며 '한 방'을 노릴 수 있다. 후반기 많은 승점이 필요한 아우크스부르크로선 꽤 이상적 시나리오다.
나아가 임대 초반 입지를 잘 다진다면 지동원은 더 많은 선택지를 얻게 된다. 슈테판 로이터 아우크스부르크 단장은 "지동원은 다양한 공격 포지션을 소화하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그만큼 전술적 활용폭이 큰 공격수란 얘기다.
측면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원래 포지션인 최전방 혹은 처진 공격수로 활용되는 경기도 잦을 것이다. 묄더스-지동원의 투톱 체제도 충분히 예상해볼 법한 대안이다.
지동원의 활약 여부는 아우크스부르크의 생존 가능성과도 연결된다. 새 팀이 전반기 극도로 부진했던 이유 가운데 하나가 공격력이기 때문. 17경기에서 고작 12골을 넣으며 17위(승점 9점)에 머물렀다.
그 탓에 1부리그 잔류 마지노선인 15위 볼프스부르크(승점 19)와의 격차는 상당히 벌어졌다. 16위 호펜하임(승점 12)과의 승점 차가 3점에 불과한 게 그나마 위안거리. 강등 플레이오프로 마지막 생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후반기 대도약을 펼친다면 추격은 충분히 가능하다. 지난 시즌 구자철이 팀을 강등권에서 구해냈던 '임대의 기적'을 이젠 지동원이 재현할 차례다.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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