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상속 재산을 둘러싼 7개월에 걸친 삼성가(家) 소송 변론이 18일 종결됐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 양측의 소송 대리인은 상속회복청구권 제척기간, 차명주식 상속재산 인정 등 쟁점을 둘러싸고 한치도 물러서지 않는 대립을 보였다.

판결 선고기일은 다음달 23일로 결정됐다. 8차례에 걸친 공판의 주요 내용을 정리했다.


◆5월30일 첫 변론기일... "제척기간 법리공방 먼저"

지난 5월30일 양측의 첫번째 변론이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렸다. 이날 양측의 소송 대리인은 소송의 쟁점인 상속회복청구권 제척기간 여부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법원 역시 이에 대한 법리공방이 가장 먼저라고 밝혔다.


제척기간은 어떤 종류의 권리에 대해 법률상으로 정해진 존속기간을 뜻한다. 상속회복청구권 제척기간은 상속권자가 상속권의 침해사실을 안 날부터 3년, 또는 침해행위가 있는 날로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한다.


이맹희 씨측은 이병철 창업주가 사망한 지 25년이 지났지만 상속권 침해 사실 여부를 2008년에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침해사실은 알게 된 시점도 지난해 6월 이건희 회장 측으로부터 "선대 회장의 차명 재산을 다른 상속인들이 이의 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내용의 각서에 서명해 달라고 요청받은 때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회장측은 2007년 특검 수사 당시 전 국민이 차명 주식에 대해 알게 됐고 차명 주식 역시 1987년에 이미 상속이 끝났기 때문에 소송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법정에서 피력했다. 만약 이 회장 측 주장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진다면 소송 자체가 각하될 가능성도 있다.


◆6월27일 두번째 변론... 상속권 침해시점 공방 이어져


6월27일 열린 두번째 변론에서도 양측은 상속권 침해시점을 놓고 여전한 입장차를 보였다.


이날 심리에서도 상속권이 언제 침해되고 이 사실을 상속인들이 어떻게 알았는지가 쟁점이 됐다. 피고인 이 회장측 변호인은 "선대 이병철 회장 사망 전에도 이맹희씨 등 상속인들이 일부 차명주식을 갖고 있어 이미 차명주식의 존재를 알고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원고인 이맹희씨측 변호인은 "이 회장이 참칭상속인을 주장하기 위해서는 외관을 갖춰야 한다"며 "이 회장이 차명으로 주식을 받은 점은 소수만 알고 있는 '은닉'이지 이를 적극적으로 알리지도 않았다"고 반박했다.


◆7월25일 3차 공판... '상속재산 분할 협의서' 쟁점 부상


이건희 회장측은 세번째 변론에서 이병철 선대 회장이 숨지고 2년 뒤인 1989년 형제들이 날인한 '상속재산 분할 협의서'를 법정에 제출했다.


이 회장측은 협의서에 주식 분배내용에 대해 형제들이 동의한 내용이 담겨 있다고 주장했다. 삼성그룹 주요 계열사 주식은 이건희 회장이 갖고 제일합섬과 전주제지는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 골프회원권 및 부동산 일부는 이명희 신세계 회장에게 분배 되는 등의 동의과정이 있었다는 것이다.


이맹희씨측은 이건희 회장측이 제출한 상속재산분할 협의서를 검토한 결과 "수긍할 수 없다"면서 "해당 서류에는 공증은 물론, 서명과 작성일자도 없다"고 말했다.


◆8월29일 4차 공판... 차명주식 동일성 공방


네번째 변론에서 이맹희 씨 측은 "상속당시 이 회장이 점유한 차명주식이 여러 차례 명의가 변경되었더라도 협의분할해야 할 대상재산"이라고 주장했다. 대상재산은 상속재산이 매각, 수용 등으로 변형된 경우를 가리킨다.


이 회장 측은 "재산의 동일성이 유지됐는지는 이맹희씨 측이 입증해야 한다"며 "상속재산의 매각대금이나 이익배당금을 이용해 새로운 주식을 매입한 경우 새로 매입한 주식까지 상속재산성이 인정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9월26일 5차공판... 특검 자료 첫 공개


9월26일 열린 5차 변론에서는 삼성 특검 자료가 처음으로 제출됐다. 이날 공판에서 원고인 이맹희씨 측은 이건희 회장이 지난 2008년 말 실명전환한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주식이 지난 25년 전 선대 이병철 회장으로부터 상속받은 주식과 동일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피고인 이건희 회장 측은 당시 상속을 받은 이후 오랜 시간이 지나 매매가 빈번하게 이뤄지는 과정에서 동일성이 사라졌다고 주장했다.


이맹희씨 측은 "차명주식 형태로 관리돼 온 선대회장의 상속재산은 명의가 변경되거나 주식수가 달라져도 실질 주주가 동일하고 대상재산에 해당하므로 상속재산과 동일성이 유지된다"고 강조했다.


반면 이건희 회장 측 대리인은 "원고가 청구 대상으로 삼고 있는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와 삼성생명 주식 등이 선대회장으로부터 상속 이후 오랜 기간 동안 주인이 여러번 바뀌어 동일한 재산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10월31일 6차... 소송액 더 커져


6차 변론기일에서 이맹희씨 측은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 회장 타계 시점부터 현재까지 삼성생명 차명주식 변천 내역을 분석해 최대 1300여만주(액면 분할 전 130여만주)의 차명주식을 더 찾아냈다"고 밝혔다.


화우 측은 "청구하게 될 유산반환 금액이 이건희 회장에 대해 1조5000억원, 에버랜드에 대해 1조4000억원 등 총 3조원에 육박한다"며 "증거조사를 통해 삼성전자 차명주식까지 청구대상에 포함시킬 경우 그 이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11월28일 7차... 소송규모 7000억원대서 4조원대로


11월28일 열린 7차 공판에서 이맹희씨 측은 "선대회장 사망에 따른 상속개시 시점에 삼성전자 주식 131만4000여주가 68명의 차명주주 명의로 존재했다는 증거를 찾아냈다"고 밝혔다.


이맹희씨 측은 당시 주장을 청구취지에 추가해 삼성전자를 비롯해 삼성생명, 삼성에버랜드 등 주식을 포함한 전체 소송가액을 소송 초기 7000억원대에서 4조원대로 끌어 올렸다.


◆12월18일 마지막...다음달 판결선고


8차례에 걸친 삼성가 상속 소송 변론은 18일 종결됐다. 양측은 이날 결심재판에서 그동안 해왔던 주장을 최종 정리했다.


이맹희씨 측은 최후 변론에서 "이건희 회장은 공동상속인들 중에 상속재산의 존재를 유일하게 알고서 혼자 가지고 있던 것"이라며 "뒤늦게라도 밝혀진 상속재산을 이제라도 정당한 권리자인 다른 공동상속인들에게 상속분에 따라 반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건희 회장 측은 이에 대해 "이 소송은 이건희 회장이 25년 동안 일궈온 삼성그룹의 발전 성과를 가로채려는 정의에 반하는 소송"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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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측 변론을 들은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2부 서창원 부장판사는 "1만 페이지가 넘는 기록이지만 연말연시 시간을 내서 주석서부터 다시 꼼꼼히 읽어볼 예정"이라며 "그동안의 변론이 헛되지 않도록 충실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상속소송 판결 선고는 내년 1월23일 오후 4시로 예정됐다.


이창환 기자 gold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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