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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블로그] 동네슈퍼와 SSM, 경쟁과 동반성장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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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대섭 기자] 대기업의 회장 차일남이 대형마트 앞에서 시위를 하던 자영업자 한득기를 사무실에 불러 얘기한다. "30년간 이 동네에서 계속 가게를 운영했다고 하던데 그동안 주변의 다른 여러 가게들은 문을 닫았겠네요. 경쟁사회에서 경쟁했으면 계속 경쟁해야지 반칙하면 안되죠."

차 회장의 말에 한씨는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반문한다. "권투 아시죠. 라이트급이랑 헤비급이랑 싸우는 것도 경쟁입니까. 어린애를 어른이 막 패는데 아프다고 때리지말라고 하는 게 반칙입니까." 한씨의 말에 차 회장은 한심하다는 듯이 다시 얘기한다. "어쩌겠습니까. 약육강식(弱肉强食). 그것이 세상의 이치인걸."
차 회장과 한씨가 주고받는 이 대화는 최근 모 방송국에서 방영 중인 인기 드라마의 한 장면이다. 대형마트를 운영하는 대기업 총수와 수십년간 동네에서 조그만 가게를 운영하던 자영업자간의 서로 다른 생각을 보여주고 있다. 이는 드라마 속의 이야기만은 아니다. 현실에서도 이러한 일이 그대로 벌어지고 있다.

얼마 전 기자와 만난 동네슈퍼의 A사장은 대기업들의 무차별한 골목상권 침범 때문에 매일 밤 울화통이 터져 잠이 오지 않는다고 울먹였다. 그는 한참동안 울분을 토해내다 결국 눈물을 쏟고 말았다.

A사장은 서울 서초동에서 9년째 가게를 운영하고 있는 자영업자다. 밤낮을 쉬지 않고 일하다 보면 온 몸이 붓고 쑤셨지만 열심히 한 만큼 수익을 얻을 수 있었고 자녀들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더욱 힘을 냈다. 하지만 가게 인근에 기업형슈퍼마켓(SSM)들이 생기면서 그의 삶에도 먹구름이 드리워졌다.
A사장이 운영하던 가게는 막강한 자본력과 브랜드 인지도를 갖춘 SSM과 경쟁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계속되는 적자에 위기상황이다. A사장 뿐만이 아니다. 최근 5년새 함께 동네에서 슈퍼마켓을 운영하던 30여개 가게 중 무려 25개가 폐업했을 정도로 골목상권의 피해가 심각한 상황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특히 A사장은 지난달 말에 발생한 일 때문에 극심한 정신적ㆍ육체적 고통을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의 가게와 50m 거리에 새로운 SSM이 생긴 것이다. 기존 40m 거리에 다른 SSM이 생겼을 때도 가게 운영에 큰 타격을 입었는데 또 하나의 거대한 악재가 나타난 셈이다.

A사장은 어려움을 호소하며 정부 등에 꾸준하게 진정을 내고 있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A사장은 빚이 늘어나 가게를 팔 수도 그만둘 수도 없은 상황이다. 하루하루가 고통의 날들이다.

정부가 지난달 유통산업발전협의회를 만들면서까지 대중소 유통업계의 상생에 힘쓰고 있지만 아직도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골목상권의 영세한 자영업자들의 눈물은 여전히 마르지 않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유경쟁을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자유로운 경쟁은 사회발전을 촉진하는 긍정적인 작용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경쟁은 공정한 환경 속에서 이뤄져야 한다. 또 강한 자가 약한 자를 보호해 주면서 동반성장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것도 필요하다.



김대섭 기자 joas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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