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 시장, “주민들 삶의 터전과 뿌리 인위적으로 단절해선 안 된다”
[아시아경제 나석윤 기자] 3층 높이의 해상 컨테이너 주변엔 모처럼 활기가 가득했다. 북새통을 이룬 주민들로 한파의 기세도 꺾였다. 빨갛고, 노랗고, 파란 옷으로 새 단장을 마친 영등포 쪽방촌 사람들도 더 이상 겨울이 두렵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6일 현장을 찾은 박원순 서울시장은 "어려운 이웃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줄 수 있게 돼 정말 기분 좋다"며 말을 건넸고 입주민들은 "고맙습니다"라며 화답했다. 여기저기서는 박수도 터져 나왔다.
박 시장은 곧장 시설점검을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첫 번째로 들른 곳은 빨간색 컨테이너의 7호실이었다. 4.5㎡ 남짓의 내부에는 좁은 잠자리와 선반, TV, 신발장 등이 켜켜이 자리 잡고 있었다.
입주민들은 박 시장의 손을 잡고 놓을 줄 모른 채 얼굴 가득 미소를 띄웠다. 한 입주민은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 이런 걸 다 만들어 줘 고맙다"며 "올 겨울은 걱정이 없을 것 같다"고 흡족해 했다. 박 시장 역시 바닥과 천장 등 내부 곳곳을 세심히 살피고 미비한 점과 불편한 점에 대한 의견을 구했다.
연이어 18호실과 32호실을 점검한 뒤에는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바로 옆 시범사업 대상 건물로 발걸음을 재촉했다.
복도는 성인 두 사람이 겨우 빠져 나갈 정도로 비좁았고, 지하로 통하는 계단은 금방이라도 머리가 닿을 듯을 가파르고 낮았다. 공사 초기단계인 탓에 주변은 어지러운 상태였다. 오는 2014년 바로 이 공간까지 리모델링 사업이 마무리 되면 295가구의 새로운 주거지가 탄생하게 된다.
박 시장은 마지막으로 입주민들과 인근주민들의 휴게실인 커뮤니티 시설을 찾았다. 그리고 이곳에서 박 시장을 기다리고 있던 시민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커뮤니티 시설은 북카페와 운동기구, TV 시청 등을 갖춰 주민들이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마련된 휴게장소다.
▲ 박원순 서울시장이 6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영등포 쪽방촌 임시주거시설을 방문했다. 박 시장이 커뮤니티 시설을 방문해 입주민, 인근주민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원본보기 아이콘손을 건네며 박 시장은 "제가 손이 차가워서…"라고 양해를 구하며 주민들과 눈을 마주쳤다. 그는 이어 주민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눴다.
한 주민이 "나이 든 사람들이 누워 쉴 수 있도록 소파 같은 게 필요하다"고 의견을 내놓았다. 이에 박 시장은 "신발을 벗고 들어와 누워 쉴 수 있으면 좋겠다"며 "허리 아픈 어르신들을 위해 등받이가 있는 의자도 둬야겠다"고 화답했다. 이어지는 입주민들의 요구에는 "너무 잘 해놓았다가 너도 나도 다 오시겠다는 거 아니냐"며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박 시장은 "홍콩에 갔더니 거기는 도시 한복판에 임대주택이 들어서 있더라"며 "무작정 좋은 곳을 만들어 주기 보다는 그들의 생업과 삶의 관계 등을 이해해 도시를 재생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쪽방촌 주민들의 삶의 터전과 뿌리를 인위적으로 단절시켜선 안 된다"며 "도시 재생의 관점에서 지속가능한 정책이 마련될 때 서로가 만족하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2회에 걸쳐 나눠 진행되는 1차 시범사업은 내년 1월경 마무리 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서울시는 95가구에 대한 주거시설을 마련하는 한편 오는 2013년 100가구, 2014년 100가구를 추가로 조성해 사업을 마무리 할 계획이다.
나석윤 기자 seokyun19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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