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개발사 물량공세...판매채널 진입, 기준 모호
'앱 르네상스' 체질 강화가 우선이다
지난 22일 본지가 주최한 'K앱 페스티벌'에 연사로 나선 이석우 카카오 대표는 모바일 앱 산업이 성장하면서 위협 요인도 커지고 있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오픈마켓이 열린 지난 2008년 하반기 이후 앱 유통이 늘어나면서 판매 기회조차 얻지 못하고 사장되는 앱이 많아지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진입장벽이 낮은 앱 산업 특유의 기회요소가 유통채널 제한에 발목이 잡혀 오히려 장애요인으로 작용하는 꼴이다. 결국 일부 개발사들이 시장을 독점하면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도 심화되고 있다.
현재 국내 앱 유통 시장은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로 양분된 가운데 통신 3사, NHN 네이버 등도 앱을 판매한다. 개발사들은 이들 채널을 통해야만 소비자들과 만날 수 있지만 바늘 구멍 통과하기다. 최근 앱 유통 채널로 떠오른 카카오톡도 250여개 개발사들이 게임 공급을 위해 3개월 이상 검수를 기다리는 등 앱 유통은 여의치가 않다.
신규 앱의 발목을 잡는 진입장벽은 곳곳에서 포착된다. 무엇보다 인기앱이나 추천앱 산정 기준이 자의적이다. 애플, 구글, 네이버 등은 객관적인 인기 척도인 다운로드 수를 공개하지 않는다. 객관성에 대해 논란이 이어지는 이유다. 게다가 인기 순위 산정 시 실행횟수, 리뷰, 댓글 등 복잡한 함수를 적용하고 있다. 네이버 N스토어의 추천 게임 앱은 재미 요소와 신선도, 창의성이라는 기준을 제시했지만 적용 범위와 수위가 모호하다. 게임 검수를 맡은 직원들의 판단에 따른 것일 뿐 객관적 평가라고 보긴 어렵다. 애플 앱스토어도 약관의 운영 준칙이 불투명해 개발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개발사의 규정 위반 사항이 아님에도 몇 차례 특정 앱을 임의로 삭제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객관적이지 못한 현재의 앱 유통 구조의 대대적인 변화를 주장했다. 김성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개발사와 사업자의 관계는 소비자 편익 저해 위험이 있다"며 "애플이나 구글 등 앱장터 사업자가 명확한 거래 가이드라인을 제공하는 등 투명한 마켓 운영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래 유통 플랫폼의 모습은 인기 순위에 따라 일률적으로 줄세우기하는 방식이 아니라 사용자 개인의 취향에 따른 다운로드와 접근이 일어나는 방식으로 재편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조유진 기자 t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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