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는 공식 선거운동 둘째 날인 28일 충청권을 찾아 이틀째 상대방을 비난했다. 박 후보는 문 후보를 '실패한 정권의 최고 핵심 실세'라고 공격했고, 문 후보는 박 후보를 '유신독재 잔재 세력의 대표'라고 반격했다.
양 캠프도 상대편을 깎아내릴 거리를 찾아 과거를 뒤지고 구석구석을 뜯어보고 있다. 박 후보 캠프의 관계자는 28일 기자에게 "문 후보가 TV 광고에서 앉은 의자가 700만원 짜리 고가"라고 귀띔했다. 문 후보 측은 전날 박 후보가 이사장으로 재직하는 육영재단에서 어린이회관 교사들을 채용할 때 '결혼하면 사직한다'는 각서를 강요했다고 폭로했다.
네거티브전이 격화된 것은 여야 후보 대선공약의 차별성이 사라진 데 따른 것이란 분석이 많다. 두 후보 모두 정치쇄신과 경제민주화, 복지확대를 핵심 정책으로 부각해왔다. 세부적인 차이는 있지만 이를 설명하기엔 제약이 많다는 것이 각 캠프의 설명이다. 정책 비전으로는 큰 홍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보니 각자 마련한 틀 속에 상대 후보를 가두려고 하는 것이다.
대선이 '박정희 대 노무현'의 대결로 흐르면서 현 정권에 대한 평가는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역대 선거에서 위력을 발휘했던 '정권심판론'이 사라지면서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탈당하지 않는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박 후보가 일찌감치 이명박 대통령과의 '선긋기'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정권심판론을 내세웠다가 총선에서 패배한 야권 역시 적극적으로 화두를 제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대통령 선거는 미래 가치를 놓고 경쟁해야 하지만, 방향성은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며 "현 구도는 과거로부터 비롯된 진보 대 보수로, 정상이 아닌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민우 기자 mw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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