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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세상은 창조적 융합 원하는데, 이과 문과 칸막이론 안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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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과학기술위원회 김도연 위원장 '창조적 융합' 시대 대비해야

▲김도연 위원장은 "과학은 미래복지"라고 강조했다.[사진=최우창 기자]

▲김도연 위원장은 "과학은 미래복지"라고 강조했다.[사진=최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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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아시아경제 이명재 사회문화부장]아빠와 두 아들이 있다. 아빠는 두 아들과 저녁을 먹어본 지 오래됐다. 대학 4학년과 2학년인 두 아들. 큰 아들은 문과생이고 작은 아들은 이과생이다. 문과생은 '아침형 인간'이고 이과생은 '올빼미형 인간'이다. 아내는 두 아들로 인해 아침에 한 번, 늦은 오후에 한 번 두 번 상을 차린다. 스트레스다. 서로 다른 생활 패턴이 불러오는 불협화음이 적지 않다.
서로 대화도 하지 않는다. 아빠는 큰 아들에게는 "인문학 책만 들여다보지 말고 과학 분야도 좀 읽어라"고 하고, 작은 아들에게는 "맨날 연구한답시고 밤새우지 말고 역사와 소설 등 인문학적 책도 접하는 게 좋다"고 권한다. 두 아들 모두 앞에서는 "네!"라고 씩씩하게 말한다. 그러나 행동으로는 전혀 실행되지 않고 있음을 아빠는 잘 알고 있다.

국가과학기술위원회 김도연 위원장은 우리 사회가 이런 단절에 처해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단절을 허무는 것이 21세기가 요구하는 '창조적 융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그는 강조한다.

"이과와 문과로 나눠 가르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지 않나 싶다. 서로 저쪽은 몰라도 된다고 판단하는 이런 교육 체계로는 미래를 준비할 수 없다"
그는 '창조적 융합'은 인문과 과학이 함께하는 '크로스오버'가 이뤄질 때 자연스럽게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벨상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은 "시기상조이자 지금은 안 받았으면 좋겠다"라며 의미있는 미소를 지었다. 노벨상을 탈 수 있는 우리나라 인재도 있고 정부의 지원도 계속되고 있다면서도 "자칫 노벨상 수상이 아직은 갈 길이 먼 우리나라 기초과학의 현실을 덮는 착시 현상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고 경계했다.

김 위원장은 "노벨상은 기초가 쌓이고 집단의 힘이 발휘됐을 때 자연스럽게 달성되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아직 기초를 쌓기 위해 해야 할 일이 많고 기초연구의 역사도 짧다"며 "좀더 기다려야 한다"는 솔직한 이야기를 전했다. 김 위원장은 "2012년 개인기초연구 분야에 8000억 원을 반영했고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조성 등 기초연구 육성을 위한 대규모 재원이 투입될 계획"이라고 말했다.

190cm의 큰 키에다 대학시절 조정 경기 선수로 뛴 적도 있을 만큼 당당한 체격으로 눈길을 끄는 김 위원장은 국내에서는 드물게 프랑스(블레즈-파스칼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딴 것으로도 이채를 띠는 경력이다.

재료공학 박사로서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을 거쳐 우리나라 과학정책의 최고 심의결정기구 수장이 된 김 위원장으로부터 '우리나라 과학의 현주소와 과제'를 들어본다.

[사진=최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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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과학기술위원장으로 그동안 성과는?
▲올해부터 수개월 동안 70여개 중요한 연구개발(R&D) 사업을 심층 분석하고 그 결과를 토대로 중복된 부분을 없앴다. 부처 간 역할분담과 조정을 통해 4200억 원의 예산을 절감했다. 이런 결과물은 어려운 재정 여건 속에서도 예산의 안정적 지원, 중소기업 기술지원, FTA에 대비한 유전체ㆍ신약 개발, 과학벨트 조성 등 긴요한 분야를 차질 없이 지원할 수 있게 됐다. R&D 사업 평가를 '개방형 평가 방식'으로 바꿔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였다. 또 연구자의 행정 부담을 줄이면서 연구비 집행의 자율성을 높이는 '성실실패' 허용을 제도화한 일도 중요했다.

-과학과 정치의 관계는 어떠해야 하는지. 과학은 정치로부터 독립적이어야 하는 시각도 있지만 사회적 통제를 벗어났을 때 문제도 크다.
▲현실적으로 정치와 무관한 영역은 없다. 과학기술 분야 역시 마찬가지이다. 정부의 R&D사업 역시 국민의 세금으로 한다. 사회적 통제를 받아야 한다. 그러나 과학기술 진흥은 국격을 높이고 국부를 창출하는 데 있어 든든한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대통령이 누구든 상관없이 장기적 계획에 따라 추진돼야 한다. 정치권의 입김에 따라 정책이 좌지우지되는 사례는 없어야 한다. 연구자들 역시 '전문가주의'라는 틀을 버리고 개방과 협력의 자세를 보여야 한다. 결국 과학기술과 정치는 한 곳을 보며 걷는 동반자적 입장인 것이다.

-정부출연연구소 개편법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학계의 과제다. 국회에 계류중인데 해법이 궁금하다.
▲정부출연연구소(출연연) 개편(안)은 현재 27개 출연연의 담장을 낮추고 개방해 인력과 지식, 정보가 잘 소통되도록 하자는 것이다. 3년 동안 3차례의 전문가 연구와 100여 차례의 의견수렴을 거쳤다. 최근 연구현장에서 단일법인화에 대한 편견과 오해가 증폭되면서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는 건 사실이다. 정부 정책의 잦은 변화, 정치논리가 끼어들면서 불신의 늪도 깊다. 안타까운 일이다. 이 문제는 과학기술 백년대계와 국가 미래발전이라는 관점에서 일관되게 추진해야 할 일이다. 대선 등 정치적 일정과 논리에 좌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정기국회에서 출연연 개편 문제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이뤄지고 과학기술계와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해결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기초과학 분야가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연구자의 자율권과 권한이 보장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대해서는?
▲연구자가 신명나게 일하려면 연구과제 수탁 부담을 줄이고 스스로 연구 과제를 기획하고 자율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 정부도 그동안 출연연에 직접 지원하는 연구비 비중을 늘려 과제 부담을 줄이고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왔다. 지난 2011년 정부의 직접지원 출연금 비중은 42.6%였고 올해 50.4%, 내년에는 60%까지 높아진다. 기관이 자율적으로 사용가능하게 된다. 연구자의 행정 부담을 줄이고 연구의 자율성을 확대하도록 제도를 개선해 나가고 있다.

-융합의 시대이다. 융합시대를 맞아 과학기술계가 해결해야 할 숙제는.
▲국가연구개발의 화두는 한마디로 '창조적 융합'이다. '창조'란 과학기술로 새로운 가치를 생산하는 일이다. '융합'은 여러 연구기관에서 서로 다른 연구를 하는 분들이 머리를 맞대고 협력해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일이다. 예컨대 '전기자동차' '인공장기' '휴먼로봇' 등은 각기 다른 학문과 기술들이 융합된 작품이다. '창조적 융합'을 위해서는 학학연간 인력ㆍ지식ㆍ자원의 선순환 체제가 구축돼야 하고 융합형 인재양성도 중요하다. 앞서 말했던 출연연 개편(안)도 이러한 맥락에서 추진한 것이다.

[사진=최우창 기자]

[사진=최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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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에 새로운 정부가 탄생한다. 과학기술 전담부서에 대해서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과학기술 행정체제 개편에 대한 논의가 많다. 과학기술을 전담하는 조직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원칙은 하나다. 그 어떤 조직이 만들어지든 간에 지속가능한 조직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권이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조직, 그게 지금 과학기술계에는 필요하다. 선진국 진입을 위해서는 과학기술이 발전해야 한다. 과학기술 육성에 대한 신념과 투자, 미래를 대비하는 국가적 결단과 추진력이 필요하다. 과학기술계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 최적의 대안을 찾고 흔들리지 않으면서 지속가능한 체제를 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김 위원장은 인터뷰를 마치면서 '2013년 과학계의 키워드'를 꼽아달라는 주문에 융합과학기술을 열기 위한 다양한 분야의 '상생과 협력'이라고 답했다. 또 과학은 '미래의 복지'에 다름아니다고 강조했다.

◆김도연 위원장은=1952년 생으로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재료공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한국과학원을 거쳐 프랑스 블레즈-파스칼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76년 프랑스 르노자동차 중앙연구소 연구원을 시작으로 아주대, 서울대 교수를 지냈다. 이후 2008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에 임명됐다. 교과부 장관에서 물러난 뒤에는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 울산대학교 총장을 거쳤고 지난 2011년 3월부터 국가과학기술위원장을 맡고 있다.

'우리시대 기술혁명' '나는 신기한 물질을 만들고 싶다' '기후, 에너지 그리고 녹색이야기' 등 대중적인 과학저서들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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