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전국 자영업 82만명 폐업, 불황 신음 깊어져
소비심리 위축과 높아지는 물가로 인해 일반 음식점과 유흥주점·단란주점 등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이 위기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유흥주점·단란주점이 불황의 직격탄을 맞았다. 서울시 유흥업소는 지난해 2440개에서 최근 2397개로 줄었다. 영등포구의 경우 올해 11월까지 단란주점 12곳이 폐업했다. 반면 신규신고는 1곳에 그쳤다. 강남구는 단란주점 신규 신고 3건, 폐업 신고는 11건이었다. 송파구의 경우 올해 유흥·단란주점의 폐업신고 건수가 28건에 달한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유흥·단란주점의 경우 따로 폐점신고를 하지 않고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며 "각 구청별로 집계를 하고 있으나 실제로 문을 닫은 유흥·단란주점은 더욱 많을 것이다"고 말했다.
서울시 식품안전과에 따르면 일반음식점은 점포수가 0.53% 늘어났지만 패스트푸드와 프랜차이즈 등 휴게음식점은 전년에 비해 5.2% 증가했다. 일반 음식점의 경우 진입장벽이 낮아 자영업자들이 잇따라 나서고 있지만 높은 물가 때문에 고전하고 있다.
성북구에서 일반 음식점을 운영하는 박수란씨(78·여)는 "식당 운영비를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연탄난로를 쓸까 생각 중"이라고 털어놨다. 그는 고령의 나이 탓에 혼자서 가게를 운영하기는 힘들어 올 겨울엔 문을 닫을지도 모른다고 했다. 박 씨는 "IMF 때도 이것보다는 장사가 더 잘됐다"며 "밑반찬을 줄이면 아예 손님이 오지 않을 것 같다"고 답답한 마음을 전했다.
3000원짜리 국수를 팔던 막국수집도 문을 닫게 생겼다. 손님이 없기 때문이다. 35년째 막국수 장사를 해온 홍 모씨는 "매일 12시간씩 일은 하지만 단골 손님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10년 전 가격을 그대로 받다보니 오르는 물가를 따라잡기가 힘이 든다"고 했다.
대기업에 골목상권을 뺏긴 자영업자들도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서울 목동에서 미용실을 운영하는 김영선(48·여)씨는 최근 미용실 문을 닫았다. 김씨는 "요즘은 손님이 없는 날도 있을 정도로 장사가 안 되도 너무 안된다"며 "월세는 물론 인건비와 전기세 등을 감당할 수 없어 장사를 접기로 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이광호 기자 kwang@
이현주 기자 ecol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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