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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달이다]커피숍 알바생이 로스팅 국내 1인자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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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재 '이명재커피' 대표

-전국 첫 더치커피 유통허가...대학 출강도
-"커피를 볶는 일은 마음과 마음을 나누는 일"


[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커피 맛을 좌우하는 것은 70%가 재료입니다. 이 재료를 이용해 얼마나 풍부한 맛을 내느냐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로스팅 작업입니다. 단순히 커피원두를 볶는 일이라고만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지요."
1990년, 커피가 좋아 무작정 커피숍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던 20살 한 청년이 2012년 현재 국내 커피업계 로스팅 부문의 1인자가 되어 어엿한 사장님으로 변신했다. 삼성보다 높은 연봉을 받으며 남들이 부러워하던 직장을 때려치우고 커피에 입문한 지 20년이 넘었다.

대구에서 이명재커피를 운영하고 있는 이명재 대표(41)는 경북대 전자공학을 전공한 이후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커피업계에 발을 들였다. 대학교 1학년 때 학교 후문에 있던 '커피명가'에서 처음 맛본 '킬리만자로 커피'에 빠져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이 인연이 됐다. 이후 커피가 업(業)이 됐다. 당시 입사 동기들은 월 200만원씩 받을 때 이 대표는 50만원을 손에 쥐었다. 다들 "잘나가는 직장 버리고 왜 커피냐, 제 정신이 아니다"라고 한마디씩 했다. 그럼에도 포기하고 곁눈질 한 적은 없었다. 커피를 통해 사람들과 교감할 수 있다는 것이 돈보다 매력적이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마음을 다해 만든 커피 한 잔에 사람들이 활기를 찾고 즐거워하는 것을 볼 때면 스스로 '지금 내가 하는 일이 굉장히 가치가 있는 일이구나'하고 느낀다"고 말했다.
"예전에 한 여성 고객이 찾아와서는 제게 흰 봉투를 건네준 적이 있어요. 대학 교수였는데 봉투 안에는 백화점상품권과 쪽지가 담겨있더라구요. 웬 걸까 하고 보니 쪽지에 이렇게 적혀있더군요. '지쳐 있었을 때 마스터가 넌지시 건넨 커피 한 잔이 큰 위로가 됐었습니다. 늘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었습니다. 감사합니다.'라고요. 이때 제가 하는 일에 대한 소명감을 느꼈습니다."

처음 커피를 배운 커피명가에서 십 여 년 동안 로스팅을 맡아왔던 이 대표는 이제 어느덧 업계 달인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에는 '이명재커피'라는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커피숍을 론칭했다. 특히 더치커피에 대한 연구에 몰두한 이 대표는 전국 최초로 더치커피 유통허가를 받았고 현재 고유라벨을 붙인 더치커피를 판매하고 있다.

이렇듯 커피 볶는 일에만 올인하다보니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후배들도 줄줄이 생겨났다. 이화여대를 비롯해 4개 대학에서 커피 교육 출강을 맡고 있고 여기저기에서 강의 요청도 들어오고 있는 상태다.

일반인들에게는 커피 볶는 일이 대수롭지 않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터. 그러나 커피생두를 열에 가할 때 초 단위로 맛이 바뀌기 때문에 여간 섬세한 감각이 필요한 작업이 아니다.

이 대표는 "커피 원두를 넣어서 배출할 때까지 15분~20분가량 걸리는데 이때 손수 작업이 필요한 때는 30초뿐이고 나머지 14분30초는 서서 기다리는 일이다"라면서 "그러나 커피를 볶는데 있어서 쓴맛과 신맛 등을 결정하는 로스팅포인트가 2~3번이 있는데 이를 정확하게 집어내야 최적의 맛을 낼 수 있다. 초 단위로 맛이 달라지기 때문에 감각이나 순발력, 세심함, 집중력 등이 종합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로스팅은 다이아몬드 원석을 가공해 보석으로 만드는 작업에 비유할 수 있다"면서 "표현되지 않은 아름다움을 내 손끝을 거쳐 표현해낸다는 것은 매력을 넘어 마력이다. 앞으로도 이 마력에 빠져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일을 계속 해내고 싶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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