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당해 보이지만 몇해 전 실제 일어난 일이다. 경제가 어렵다고 하면 기업들에서 가장 쉽게 나오는 정책이 이면지 사용이다. 몇푼 안돼 보이지만 1년치를 모으면 적지 않은 돈이 되고, 금액자체보다 한정된 자원을 재활용한다는 측면에서 국가적으로 권장되기도 한다.
요즘 금융투자업계가 어렵다. 지수만 보면 1900선을 오르내리는데 죽는 소리가 웬말이냐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하루 거래대금은 코스피와 코스닥을 합쳐 5조원 이상 되지만 절반 이상이 온라인으로 이뤄지다 보니 정작 증권사들에 떨어지는 몫은 거의 없다. 증권사들의 온라인수수료는 0.015% 수준. 1조원 거래가 일어나야 1억5000만원이 수수료로 떨어진다. 그나마 새로 론칭한 스마트폰 수수료는 공짜도 많다.
브로커리지 일변도에서 벗어나겠다며 서로가 육성하겠다고 나서는 IB쪽도 저가경쟁의 혈전장이 된지 오래다. 최근 1조6000억원대 한화생명 주식 매각 주간사 선정에는 수수료 0.01%를 써낸 증권사 컨소시엄이 승리했다. IB 수수료가 HTS 수수료보다 더 낮아진 것이다. 1조원대 기업공개(IPO)로 관심을 모은 SK루브리컨츠 주관사 선정에서도 저가 수수료 입찰이 논란이 됐다.
하지만 연차수당을 지급하지 않은 비용절감 효과와 부서장 등 고참직원들의 업무공백을 비교하지 않을 수 없다. 어렵다고 무조건 허리띠를 졸라매고 버티다 보면 좋은 날이 오겠지 하는 식으로는 급변하는 시장을 따라잡을 수 없다. 제로에 가까운 수수료 문제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버티기로 일관하다고 해결되지도 않는다.
새로운 돌파구라고 추진하고 있는 헤지펀드 등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지난해부터 국회통과를 못하면서 제자리 걸음이다. 업계와 협회가 총력을 기울여도 쉽지 않은 난제들이 쌓여있다. 비용절감보다 더 중요한 것은 풍성한 먹거리를 찾는 것이다.
전필수 기자 phils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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