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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초대석]"출근길 확 뚫는 기술 개발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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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붕 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장, 공감대 끌어낼 연구과제에 집중키로
출입국무인자동화·친환경 한옥 등 건설교통R&D 성과 대부분 잘 몰라


이재붕 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 원장

이재붕 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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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미주 기자]'연구·개발(R&D)'하면 통상 예산만 쓰는 느긋한 연구실 풍경을 떠올리기 쉽다. 그도 그럴 것이 막대한 비용을 투입한 후 실생활에 유용한 기술을 만들어내는 경우가 많지 않아서다. 불황 속의 기업이라면 '헛돈 쓴다'는 이유로 쉽게 구조조정의 타깃이 되기도 한다.
이재붕 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장은 이런 인식이 만들어진 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을 갖고 있다. "국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연구목표가 없었다"는 것이다.

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건교평)은 정부의 건설과 교통분야 R&D사업을 발주하고 관리·평가하는 기관. 이 원장은 "그동안 건설·교통분야 연구사업들을 보면 훌륭한 내용이 있었음에도, 중구난방으로 뒤섞여 있어서 그 의미가 퇴색되고 실생활에 와 닿는 연구가 없어보였던 게 사실"이라고 진단했다. "국가 R&D 정책과 연계되고 국민의 공감대를 끌어내는 연구과제의 발굴과 지원활동은 부족했다"고도 말했다.

이에 기관이 만들어진 취지대로 '체감할 수 있는 연구'를 내놓는 게 이 원장의 목표다. 예컨대 '출퇴근 시간 반으로 줄이기', '층간 소음 없는 아파트 만들기', '교통사고 사망자 절반으로 줄이기' 등을 가능하게 하자는 것이다. 평소 층간 소음과 대중교통에서 허비하는 시간으로 고통스러워하던 사람들이라면 충분히 귀가 번쩍 뜨일 만한 얘기들임에 틀림없다.
이 원장은 "막대한 국가예산을 들이는 R&D사업인 만큼 그 목표를 달성하려면 하나의 연구만 수행돼서는 안 되고 철도기술과 교통, 건설기술 등이 함께 융합, 복합돼야 가능하다"며 "이게 앞으로 건교평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강조했다.

건교평에는 융·복합 연구를 강화할 기반이 충분하다. 건축·토목·기계·전기·항공 분야 전문가들이 뒤섞여 있으며 박사비율이 24.1%나 된다. 올해엔 건설·교통 분야 외에도 경영·법학·기록학 인문사회학 인력 등 총 9명의 신규 인력도 채용했다. 이 원장은 "통합을 강조하는 시대"라며 "이론과 기술적 융합뿐 아니라 분야와 기관별 융합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아우를 수 있는 통합적인 연구과제를 발굴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 원장은 이참에 건교평에 메스를 대고 새 비전을 정립하겠다고 마음을 다잡고 있다. 이제 갓 취임한 지 약 3개월. 매일매일 공부하기 바쁘다는 이재붕 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장이다.
이재붕 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 원장

이재붕 한국건설교통기술평가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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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붕 원장은 '철도쟁이'다. 국토해양부에서 철도구조개혁단장, 고속철도건설기획단장을 지내며 KTX를 개통시키는 역할에 일조했다. 지난해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철도전문대학원에서 박사학위도 땄다. '철도이용의 선호행태에 관한 연구'라는 논문을 썼다.

이런 이력을 가진 그도 건교평에 대한 업무 파악을 처음부터 다시 할 정도로 국민들은 건교평의 역할을 잘 모른다. 그는 "원장이 되고 난 후 건설교통 연구를 다른 시각에서 보게 됐다"며 "건교평은 예산 4000억원을 주무르면서 관련 연구를 기획하고 사업성 검토와 적용으로 실용화를 꾀하는 기관"이라고 설명했다. 3개월이 지나며 정의내린 셈이다.

과거의 건교평 성과를 살펴보니 그간 연구를 통해 발전한 기술도 많았다고 한다. 세계 3번째 16인치 역삼투 분리막을 개발해 부산 기장군에 해수담수화플랜트 실증시설을 구축하고 주민들의 식수문제 해결에 기여했다. 세계 최초로 순수 벽식구조의 고층건물을 6초 만에 발파해체하는 시험시공에 성공했고, 건축비가 저렴한 '친환경 녹색주거인 한옥기술'도 개발했다. 시속 430㎞의 동력분산식 차세대 고속열차 개발, 출입국무인자동화시스템으로 출입국심사시간 감소 등도 대표적 연구 성과다.

그러나 국민들이 인지하지 못했기에 체감형 연구로 탈바꿈 시킨다는 게 이 원장의 의지다. 이 원장은 "연구자 중심이 아닌 수요자 중심의 '목표지향적 연구'를 내세우겠다"고 했다. 꼼꼼한 업무스타일을 그대로 건교평에 접목하겠다는 것을 강조하듯 이 말을 하면서는 진지한 표정을 담았다.

조직에도 대대적인 변화를 줄 것임을 예고했다. 지난해 수립된 '국토해양 R&D 발전 전략'과 올 상반기에 마무리된 '건설교통R&D 중장기전략'에 따라 내년부터 건설교통 R&D의 10개 사업군이 새롭게 개편된다. 이에 따라 조직구성과 운영방식을 새로운 사업체계추진에 적합하도록 조정할 계획이다. 건설교통기술의 분류체계에 대한 대대적인 수정작업에도 나서기로 했다.

어느 새 건교평은 내년이면 설립 10주년을 맞는다. 이에 'KICTEP 1010 발전방안'을 세워 향후 10년간 발전 방향과 전략을 수립할 계획이다. 이 원장은 "아직 구체적으로 정립되진 않았지만 100여명이 채 안 되는 임직원들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장은 임기제로 운영되기에 직원들과 생각과 비전을 공유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10주년 기념행사는 건설·교통R&D가 재도약해 국민의 생활을 편리하게 하고 소득수준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다짐하는 자리로 만들 계획이다.

건설업계와는 공조를 강화하기로 했다. 이 원장은 "아파트 기술이 많이 발전했다지만 아직 주민 분쟁을 일으키는 층간소음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다"며 "건설사들과 공동으로 연구를 수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본을 적게 들여 기술 발전의 극대화를 노릴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 원장은 "층간소음 연구 개발비가 500억원이라고 했을 때 한 회사마다 거대한 비용을 들여서 연구하면 시간과 돈 낭비인데 건교평이 주축이 돼 연구 주체가 될 업자 5곳만 모아도 100억원으로 연구비가 줄어들고 성과는 함께 얻을 수 있으니 국가적으로도 효율적인 방법이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대형업체와 중견업체 또는 협력업체까지 가세하게 된다면 동반성장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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