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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설득되고 싶은 순진한 이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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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의> 7회 MBC 월-화 밤 9시 55분
제 목숨을 담보로 걸고 말을 살리겠다는 광현(조승우)의 시도는 기회비용 측면에서 합리성과는 거리가 멀다. 한 번도 그런 시술을 해 본 적이 없기에 성공에 대한 확신도 없으며, 실패한다면 자신은 물론 동료들까지 모두 위험해지는 도박이다. 그러나 광현은 다른 것 이전에 치료할 방책이 있다는 사실에 집중한다. 자신 때문에 무리한 시도를 하는 거라면 그만 두라 만류하는 기배(이희도)에게 광현은 이렇게 반문한다. “비록 목숨 값이 스무 냥도 안 되는 천한 마의이지만”, “살릴 방도가 있는데, 의원이 어떻게 목숨을 포기” 하느냐고. 여기에 이병훈 사극의 오랜 테마였던 전문직의 프로의식과 직업윤리가 있다. 의원이라면 시도해 볼 만한 방책이 있는 한 유불리를 따지느라 환자를 포기해선 안 되고, 그 시도가 무모하다 하는 이들의 반대와 질시는 노력과 실력으로 극복해야 하는 일이다.

프로의식과 직업윤리는 비단 선한 주인공들만의 덕목은 아니다. 광현의 의술을 시기해 말에 쓸 약초에 몰래 독초를 섞었던 마의사복에게 이명환(손창민)이 제일 먼저 따져 묻는 것은 상관인 자신에 대한 기만이 아니라, “아무리 짐승이라 해도 네가 돌보는 목숨이거늘, 이런 짓을” 했다는 직업윤리의 결여다. <마의>의 이런 태도는 단지 주인공 개개인의 성공만이 아니라, 각자가 자신의 일을 충실히 수행했을 때 실현 가능한 세상의 비전을 제시한다. “<마경대전>이나 읽어보았겠는가”라며 광현을 깔보는 사복시 소속의 당대 최고 엘리트 마의들을 제압하는 것은 교육수준이나 출신 교육기관이 아닌 광현의 실력이며, 신분으로 인해 혜민서 입교에 역차별을 받았던 지녕(이요원) 또한 정식 의녀시험을 통해 실력으로 자신을 입증한다. 학벌이나 출신 성분을 떠나 모두가 실력만으로 평가 받는 것이 현종 치세의 조선은커녕 오늘날의 한국에서도 어려운 일인 것을 감안하면, <마의>가 제시하는 이상향은 참 순진하다. 하지만 드물고 어려운 일에 대한 한결 같은 믿음은 순진해서 더욱 설득되고 싶은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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