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국감]하와이가서 국감한 국회의원들… 매년 5억 공중에
리먼 파산때도 해외국감
[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벤쿠버→오타와→토론토→뉴욕→워싱턴→LA→하와이.
호화판 신혼여행 일정같은 이 동선은 올해 국회 외교통상위원회 소속 미주반 의원들이 재외공관 국정감사를 하겠다며 거쳐온 일정이다.
매년 국감 시즌이 되면 외통위 소속 의원 30여명은 4~5개 조를 짜 전세계 공관으로 나간다. 해외국감을 위해서다. 올해도 새누리당 안홍준 외통위원장 등 26명의 소속 의원과 성석호 수석전문위원 등 국회 직원 9명을 포함해 35명이 미주ㆍ구주ㆍ아프리카 및 중동ㆍ아주 반으로 조를 짜 10일과 11일 출국했다.
최근 4년 동안 외통위 소속 국회의원들은 입ㆍ출국일 포함 열흘 남짓의 해외국감에 5억원 안팎을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명박 정부들어 국감 때마다 서울 시내 아파트 한 채 값을 해외에서 쓰고 온 셈이다.
정보공개를 통해 외통위에서 제공받은 해외국감 비용을 보면, 2008년이 5억5867만원으로 4년 새 가장 많았다. 2009년에는 4억5115만원, 2010년 4억258만원, 2011년에는 4억4115만원을 썼다. 왕복 비행기 티켓값과 체재비만 계산한 비용이다.
예년과 비교해 2008년에는 유독 많은 돈이 들었다. 1억원 이상이 더 들어간 건 당시 미국 투자은행(IB) 리먼 브라더스의 파산으로 환율이 급등했기 때문이다.(1326.92원)
외통위 소속 의원들은 그해 9월 리먼 파산 후 세계 금융위기로 환율이 폭등한 상황에서도 10월 해외국감을 떠났다. 국회 직원을 포함해 당시 미주반 12명은 비행기 값 1398만원ㆍ체재비 582만원 등 1인당 1980만원씩을 쓰고 왔다. 달러화 자금이 말라 금융기관과 기업들이 아우성치던 시절이었다.
물론 독립된 입법기관인 국회의원들이 타당한 사유로 해외국감을 다녀왔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하지만 속기록을 보면 해외국감의 질의 내용은 대개 국내에서 물어도 무리가 없는 것들이었다.
지난해 구주반 소속 의원들의 파리대사관 국감 내용을 보면 '국내 을지훈련 기간 중 박흥신 프랑스 대사 등이 휴가를 떠났다'(당시 한나라당 구상찬 의원) '현지 주요 호텔 중 한식 메뉴를 채택한 곳이 있느냐(한나라당 홍정욱 의원)'처럼 국내에서도 흔히 듣던 내용이 대부분이다.
아주반 국감에서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를 활용하느냐(당시 민주당 원혜영 의원) '중국대사관의 시범 시스템이 다른 공관 모델로 설정됐느냐(한나라당 이상득 의원)'처럼 평이한 질의가 오갔다. 대부분 공직기강이나 외교관계ㆍ대외 홍보ㆍ예산 낭비 여부를 따지는 내용들이다.
이런 질의를 위해 꼭 수억원을 들여 해외로 나가야 할까. 국감에 응할 재외공관장들을 순차적으로 불러들여 시간과 비용, 공관의 의전 부담을 줄이면서 모든 의원이 국감에 참여하는 게 낫지 않을까.
해외국감이 필요한 이유를 듣기 위해 외통위원장인 새누리당 안홍준 의원과 민주통합당 간사 심재권 의원실에 수 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두 의원은 아무런 입장도 밝히지 않았다. 차관보급 성석호 국회 수석전문위원 측에도 여러 차례 의견을 물었지만 어떤 입장도 들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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