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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스토리]이 험한 세상에…그대들의 다리가 되고 싶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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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밤이 깊어가면 한강철교가 불을 밝힌다.[사진=윤동주기자]

▲서울의 밤이 깊어가면 한강철교가 불을 밝힌다.[사진=윤동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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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정종오 기자] 아버지가 묻혀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그렇게 보고 싶었던 아버지였다. 웅장하고 대규모 행사로 백성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백성들에게 아버지의 존재를 알리고 싶었다. 1394년 조선의 개혁군주 정조는 한강이 배를 띄운다. 큰 배 70척이 동원됐다. 억울하게 죽은 자신의 아버지 사도세자를 위해 한강에 배다리를 만들었다. 눈물을 머금고 다리를 건너 아버지가 있는 수원 화성으로 향했다. 백성들의 원성이 없진 않았다.

서울의 이야기는 한강으로 통한다.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 우리나라 역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한강은 흐르고 있었다. 푸른 빛깔의 깊은 물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흘러 바다와 만난다. 기나긴 역사를 두고 흘렀던 한강에 남북을 잇는 다리가 하나씩 만들어졌다. 서울 이야기는 한강에서 시작되고 한강의 역사는 시민의 삶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시민들은 휴일이면 한강의 많은 다리들 중의 하나를 건너면서 일주일의 고달픔을 잊기도 한다. 한강 다리 아래를 자전거로 혹은 거닐면서 산책을 즐기는 이들이 많다.
한강을 가로지는 다리 중에는 아픔을 담고 있는 다리가 많다.

처음으로 만들어진 다리는 한강철교이다. 최초로 세워진 한강철교는 오랜 역사만큼 아픈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다. 한국전쟁 당시에 북한군의 남진을 막기 위해 인위적으로 폭파됐다. 수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 1961년에는 박정희 정권이 5?16 쿠데타를 위해 한강다리를 타고 서울을 장악하기도 했다.

올림픽대교도 아픈 역사를 담고 있다. 2001년 5월 올림픽대표의 상징인 '영원한 횃불' 설치를 위해 군용헬기가 동원됐다. 당시 헬기가 추락하면서 3명의 안타까운 생명이 희생됐다. 가장 충격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는 곳은 성수대표이다. 1994년 10월 갑자기 붕괴돼 많은 사람들이 사망했다. 특히 아침 등굣길의 학생들이 많이 희생돼 국민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97년 새롭게 건립됐고 성수대교에서는 매년 위령제가 열린다.
▲겨울이면 한강다리 아래로 흐르는 강물은 얼어 붙는다.

▲겨울이면 한강다리 아래로 흐르는 강물은 얼어 붙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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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장르를 담고 있는 다리도 있다.

원효대교는 영화 '괴물'의 촬영지로 유명하다. 기후변화와 독성 물질 유출로 만들어진 '괴물'이 한강에 나타나 사람들을 죽이는 내용은 충격적이었다. 한강의 물은 각종 오염방지 정책으로 이전보다 많이 깨끗해졌다. 원효대교에서는 매년 가을에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놀이인 세계불꽃축제가 열린다.

원효대교를 지나 서쪽으로 거슬러 오르면 이른바 '날쌘 아치교'로 불리는 서강대교를 만난다. 밤섬을 끼고 있다. 밤섬은 오래된 아픔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사람들이 살았다. 천주교 박해로 신자들의 죽음과 붉은 피가 밤섬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지금은 시민들의 발길이 닿지 않지만 매년 철새 77종의 5000여 마리가 밤섬을 찾는다. 한 남자가 서강대교에서 몸을 던져 자살을 시도했다. 투신했는데 죽지 못하고 밤섬에 표류해 우여곡절을 겪는, 재밌는 이야기를 담은 '김씨 표류기'의 촬영지이기도 하다.

영동대교는 노래 말로 유명하다. 주현미 씨의 '밤비내리는 영동교'는 온 국민이 좋아하는 노래이다. 올림픽대로와 강변북로를 타고 달리는 차에서 바라보는 영동대교는 지나칠 때마다 이 노래 가사가 생각나게 하는 다리이다. 밤비가 내리면 영동대교를 굳이 찾아봐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드는 다리이다.

'제 3한강교'로 불리는 한남대교는 서울과 지방을 잇는 거멀못이다. 한남대교를 지나 경부고속도를 타면 대한민국 어디든 갈 수 있다. 그래서인지 늘 막히고 지방과 서울을 오가는 사람들의 일상이 스며들어 있는 곳이다. 기쁨이 있고, 웃음이 있고, 아픔이 있다. 고향을 찾아가는 이들의 환한 얼굴이 있고, 고향에서 돌아오는 아쉬움의 표정들이 늘 한남대교를 수놓는다. 1979년에 만들어진 혜은이 노래 '제3한강교'로도 잘 알려져 있다.

낭만과 휴식의 걷고 싶은 다리인 광진교는 야경으로 유명하다. 밤이 찾아오면 하나, 둘씩 불을 밝힌다. 천호대교에서 보는 광진교의 밤은 찬란하게 익어간다. 야경이 아름다워서일까. 드라마 '아이리스' '시티헌터' 촬영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양화대교는 최초로 국내 기술로 만들어진 다리로 유명하다. 선유도 생태공원을 품고 있어 시민들의 발길이 잦다. 선유도 생태공원에 만들어져 있는 선유교는 한·불 수교 100주년을 기념해 건립됐다. 인천으로 이어지는 길이 양화대교 남단에 있어 인천 시민들의 일상과 떼려야 뗄 수 없는 다리이다.

▲시민들이 유람선을 타고 한강 철새를 관찰하고 있다.

▲시민들이 유람선을 타고 한강 철새를 관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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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새들의 낙원지 행주대교는 조선 민중의 끈질긴 역사를 담고 있는 현장이다. 1592년 임진왜란 당시 권율 장군이 민중들과 함께 격렬하게 저항했던 곳이다. 행주치마로 돌을 나르고, 일본군에 맞서 죽음으로 맞섰던 역사를 그려내고 있다. 그렇게 민중들이 지켜낸 그곳에서 우리는 지금 삶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마포대교는 매년 국정감사에서 한강다리 중 자살률이 가장 높은 다리로 지적받고 있다. 여의도와 마포를 잇는 이 다리에서 삶을 스스로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서울시에서는 올해 마포대교를 '생명의 다리'로 조성했다. 마포대교를 거닐면 곳곳에서 빛이 나오고 다리 난간에서 "밥은 먹었니?" "지금 뭐하고 싶니?" "잘 지내지?" 등의 글자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말을 건다.

자살률이 가장 높은 다리인 만큼 이를 예방하고 '생명의 다리'로 거듭나기 위한 하나의 방책이다. 마포대표는 4번째로 가설된 교량으로 1970년에 완공됐다. 처음에는 서울대교로 불렸다. 1984년 마포대교로 이름을 바꿨고 2005년 교통량이 급증하면서 왕복 10차선으로 확대됐다.

이 외에도 서남권 개발을 위해 만들어진 가양대표, 2호선의 핵심 통로인 당산철교, 지하철 3호선이 달리는 자동차와 함께 지나가는 동호대표, 국내최초로 복층교량이지 지하철 7호선이 다리 아래로 지나가는 청담대교 등이 서울의 한강을 가로지르고 있다.

▲한강철교의 야경[사진=윤동주 기자]

▲한강철교의 야경[사진=윤동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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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강에 있는 다리는 총 29개에 이른다. 서울시와 경기도가 관할하는데 서울시가 관리하는 다리는 20개이다. 철교와 민자 유치로 건설돼 민간기업체에서 관리하고 있는 교량은 서울시 관리대상에서 제외된다. 현재 건립 중인 다리는 구리암사대교와 월드컵대교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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