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대접 받는 호박, 진가를 알면 대박

[아시아경제 고형광 기자] 집에서든 음식점에서든 식탁에 오르는 호박을 거들떠보는 이는 드물다. 너무 흔하다보니 푸대접 받기 일쑤다. 호박의 진가(眞價)를 몰라서다. 호박에 함유된 풍부한 영양소를 알고 나면 젓가락이 저절로 향한다.

호박은 단호박, 애호박, 늙은 호박, 서양 호박 등 여러 가지가 있다. 종류에 따라 영양소는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이 가운데 단호박, 늙은 호박 같은 노란 호박은 섬유소, 비타민E, 베타-카로틴 등이 다른 호박보다 많이 들어 있다.

우선 호박은 한국인에게 부족하다고 알려진 비타민A가 풍부하다. 호박의 노란 색깔은 베타-카로틴이 있다는 의미다. 호박에 들어 있는 베타-카로틴은 사람이 먹고 난 후 몸 안에서 비타민A로 바뀐다. 비타민A는 심장병, 뇌졸중, 시력 감퇴, 암 예방, 노화 방지 등의 효과가 있어 여러 면에서 건강에 좋은 식품이라 할 수 있다.

호박은 폐암으로부터 인체를 지켜주는 세가지 채소(당근, 고구마) 중의 하나로 꼽힌다. 때문에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라면 호박을 자주 먹는 것이 좋다.

또 호박에는 신체 에너지의 근원인 당질이 풍부하며 식이섬유도 풍부해 장내에 유용한 미생물의 성장을 돕는 효능도 있다. 호박은 식이섬유로 인해 식감이 부드러울 뿐 아니라 포함된 당질은 소화흡수가 뛰어나 노약자나 위장이 약한 사람들이 먹기 좋다.

호박을 먹으면 소화기능 향상과 변비개선에 효과적인 것은 물론이다. 항산화 영양소로 잘 알려진 비타민E도 호박에 넉넉히 들어있다. 단호박 한 조각을 먹으면 하루 섭취 권장량의 절반 이상을 채우는 셈이다.

하지만 호박을 피해야 할 사람도 있다. 호박엔 포타슘이라는 칼슘 성분이 많이 함유돼 있어 고혈압, 간질환 등으로 이뇨제를 복용하는 사람에게는 좋지 않다.

식품영양학자들은 호박이 다른 채소보다 당질이 많은 채소라고 얘기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사실 같은 양의 양배추보다는 조금 더 달고 양파보다는 덜 달기 때문에 '호박이 달아서 당뇨병 환자에게나 체중 조절에 좋지 않다'는 선입견은 잘못된 것이라고 설명한다.

물론 제철 호박이 영양소가 가장 풍부하다. 늙은 호박은 얼룩진 색깔 없이 표면이 진한 황갈색이면서 상처가 없는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늙은 호박 표면에 하얀 분가루가 생긴 것은 잘 익은 호박으로 맛이 좋다.

고형광 기자 kohk0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