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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도원│사랑하는 법을 알려준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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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도원│사랑하는 법을 알려준 영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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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인상, 웃음소리, 말투, 잔상. 배우 곽도원은 어느 것 하나 뚜렷하지 않은 게 없는 사람이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에서 조폭보다 더 살벌한 검사 역으로 관객들에게 강한 첫인상을 남겼고 이는 SBS <유령>의 권혁주 팀장 역으로 더욱 뚜렷해졌다. 극 중 “이 새끼, 점점 마음에 드네?”와 같은 입에 착 달라붙는 명대사는 물론, 인터뷰 현장에서 사진을 찍기 위해 터뜨리는 플래시 세례에 “이거 원, 연예인 된지 얼마 안돼서 어색하네”라며 호탕하게 웃는 웃음소리도 배우 곽도원을 오랫동안 기억하게 만드는 요소다. 곽도원을 한 번 보고 쉽게 잊어버린다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그래서 얼마 전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제주도 여행 일정을 알린 후 거의 팬미팅에 가까운 만남을 가졌다는 사실은 전혀 놀랍지 않다. “영화 <범죄와의 전쟁 : 나쁜놈들 전성시대> 하기 전에도 제주도를 많이 갔는데, 내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들과 서로의 삶에 대해 고민을 이야기하는 게 참 재밌었다. 그런데 지금은 날 신기하게 쳐다본다. 사람 대 사람이 아니라 배우 대 팬으로서 보니까. 내가 원한 건 이게 아니었는데 조금 아쉽다. 그래도 평소에 하던 것처럼 게스트하우스 마당에 모닥불 피워놓고 감자 구워먹고 농담도 많이 했다. (웃음)”

앞 뒤 재지 않고 무조건 달려드는 성격 탓에 ‘미친소’라는 별명을 가졌음에도 종종 소녀시대의 ‘트윙클’을 부르는 귀여운 모습을 꺼내보인 <유령>의 권혁주 팀장을 기억한다면, 영화 <점쟁이들> 속 진지해서 더 웃긴 심인 스님의 모습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비록 “권혁주 팀장의 웃음 코드와 심인 스님의 웃음 코드는 전혀 다를 것”이라는 설명이 덧붙었지만, 곽도원이라는 사람 자체가 주는 유쾌한 기운은 두 작품 모두에 녹아있으니 말이다. “<점쟁이들>을 찍기 전에 감독님과 조율했던 부분은 절대 웃음을 강요하지 말자는 것이었다. 상황, 대사, 설정이 진지하면 진지할수록 웃음으로 받아들이는 부분이 클 거라 생각했다. 나도 진지하게 할 테니 우리 모두 대놓고 웃기지 말자고.” 겉으로는 까칠하고 사랑에 무관심한 것처럼 보이지만 남몰래 순수한 사랑의 기억을 간직하고 있는 심인 스님처럼, 곽도원 역시 늘 따뜻한 사랑에 목말라있다. “요즘 외로움이 쌓였다”며 실제로 인터뷰 내내 ‘사랑’이라는 단어를 자주 입에 올렸던 곽도원이 ‘나에게 사랑하는 법을 알려준 영화들’을 추천했다.
<#10_LINE#>
1. <파이란> (Failan)
2001년 | 송해성

“우리의 삶은 SBS <신사의 품격>이나 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 같지 않다. 그런 게 어딨나. (웃음) 영화 <파이란>은 정말 우리네들의 사랑 이야기다. 슈퍼 아줌마한테 머리카락이나 쥐어뜯기는 동네 양아치 강재(최민식)의 삶도 찌질하고, 두 사람의 사랑도 정말 처절하다. 나도 진짜 하자 많고 찌질한 인간이거든. 어렸을 때 누구라도 나한테 사랑은 이렇게 하는 거라고 딱 한 마디만 해줬으면 이렇게 처절하고 아프게 사랑하지 않았을 것 같다. 늘 욕심만 가득하고 ‘내가 너 사랑하니까 너도 빨리 나 사랑해’라는 마음이었다. <파이란>의 멜로와는 정반대였다. 그럼에도 <파이란> 같은 멜로 영화 출연 제의가 들어온다면 정말 미친 듯이 처절하게 연기할 수 있을 것 같다.”
‘세상은 나를 삼류라 하고 그녀는 나를 사랑이라 한다’는 포스터 문구가 이 영화의 모든 것을 설명한다. 단순히 남녀의 사랑이야기라고 치부하기엔 더 많은 메시지를 담아낸 작품.

2. <가위손> (Edward Scissorhands)
1991년 | 팀 버튼

“영화를 보기 시작한 지 얼마 안됐을 때 <가위손>을 접했는데, 사랑을 참 예쁜 동화처럼 만들었다. 난 만날 사랑을 갈구하고 집 앞에 찾아가는 스타일이었는데, <가위손>의 에드워드(조니 뎁)는 사랑을 다 주더라. <가위손>을 보면서 사랑을 하는 방법에 대해 어렴풋이 알았다. 물론 영화 한 편 봤다고 내 성향이 쉽게 바뀌지는 않더라. (웃음) 일단 위노나 라이더 같은 여자가 있어야 된다. 으하하하.”

인간이 사는 세상에서 에드워드가 그들과 딱 하나 다른 점은 미완성된 손뿐이다. 오히려 에드워드의 날카로운 손은 마을을 아름다운 공간으로 만들어내는 마법의 손이다. 자신을 필요에 따라 반겨주기도, 차갑게 내치기도 하는 인간들과 달리 에드워드는 곽도원의 설명처럼 “사랑을 다 주는” 유일한 존재다. 언제 봐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영화.
3. <노트북> (The Notebook)
2004년 | 닉 카사베츠

“또 사랑 얘기다. (웃음) 다 보고 나서 또 ‘그래, 사랑은 저렇게 하는 거야’라고 생각했던 영화다. 으하하하. <가위손>은 20대에 봤고 <노트북>은 개봉 후 한참 지나서 30대에 봤는데, 저런 사랑을 또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20대엔 내가 좋아하는 느낌이 있으면 막 돌진하듯이 달려갔다. 그런데 30대가 돼서 <노트북>의 남녀 주인공이 서로 사랑하는 모습을 보니까 사랑보다 이별이 먼저 떠올랐다. 이별이 사랑 다음에 오는 거니까 사랑해서 즐거웠던 기억보다 이별 후 그 사람이 없는 일상을 사는 아픔이 더 크다. 그래서 사랑이 두렵기도 하고 그립기도 하고 거부감이 들면서도 또 다시 하고 싶고. 근데 사랑을 하려면 '밀당'도 해야 되고 집 앞에서 버티고 있어야 되는데, 어이구 그걸 또 해야 되나? 그냥 ‘밀당’ 같은 거 좀 안하면 안 되나? (웃음)”

<노트북>이 애절한 사랑 영화라는 건, 비를 흠뻑 맞으면서도 서로를 부둥켜안은 채 키스하는 포스터만 봐도 알 수 있다. 신분 차이라는 현실적인 이유로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노아(라이언 고슬링)와 엘리(레이첼 맥아담스)가 7년 만에 재회한 장면이다. 평생 한 사람만 생각하고 바라보고 사랑하는 게 가능할까 싶지만, 노아는 위대하다는 말로도 표현이 부족할 만큼의 사랑을 보여준다.

4. <그대를 사랑합니다>
2011년 | 추창민

“대학로 영화관에서 지인들과 봤는데 정말 목 놓아 엉엉 울었다. 지금 당장 눈을 감지 않으면 목이 터질 것 같은 느낌이었다. 원래 슬픈 영화도 잘 보고 눈물도 많은 편이다. 언제 확 터졌냐면, 장군봉(송재호) 할아버지가 치매에 걸린 부인(김수미)과 함께 스스로 세상을 떠나는 장면이 있다. 두 분이 돌아가신 후 김만석 역의 이순재 선생님이 세상을 원망하면서 문에 붙여놓은 청 테이프를 하나하나 뜯어내는데 차마 못 보겠더라. 같이 보러 간 남자애들도 엉엉 울고 여자애들은 더 울고. 영화를 보고 나와서 조감독한테 전화를 했다. 영화 잘 만들어줘서 너무 고맙다고, 우리 부모님 생각도 많이 났다고.”

강풀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 영화. 젊은 사람들의 통통 튀는 로맨스 없이 노인들의 사랑만으로도 멜로 영화가 완성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줄거리를 모두 알고 보더라도 터져 나오는 눈물을 막을 수 없으니, 손수건 준비는 필수다.

5. <후크> (Hook)
1992년 | 스티븐 스필버그

“로빈 윌리엄스가 피터팬으로 나오고 더스틴 호프만이 후크선장으로 나오는 영화다. 피터팬이 현실에 있다가 다시 동화의 나라로 가는데, 다른 애들은 다 날아다니는데 피터팬만 못 나는 거다. 근데 어느 순간 날 수 있게 된 게, 행복한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각자 행복 주머니가 있는데, 어떤 애는 구슬, 어떤 애는 사탕, 어떤 애는 엄마가 담겨있다. 그 생각을 하면 훨훨 날 수 있다. 나도 엄마를 생각하면 행복하다. 우리 집안이 그렇게 행복하지도 않았고 항상 집안에서 큰 소리가 났는데, 그래도 엄마 생각을 하면 기운도 나고 집안에서 장난도 치게 되고 애교도 많이 부렸던 것 같다.”

어른이 된 피터팬의 이야기. <후크>는 과거 네버랜드에서의 기억을 잃어버린 채 두 아이의 아빠가 된 피터가 어떻게 순수했던 꿈을 잃어 가는지, 또 어떻게 잃어버린 꿈을 되찾아 가는지 보여주는 영화다. 어쩌면 하루하루를 산다기보다 버티는 것에 가까운 삶을 사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인지도 모르겠다.
<#10_LINE#>
꿈도, 의욕도 없던 고등학교 시절 처음 연극을 접한 곽도원은 처음으로 하고 싶은 무언가가 생겼다. “인생을 18년 살면서 한 공간에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웃고 우는 걸 처음 봤다. 나도 세상 사람들을 웃고 울게 해주고 마지막에 환한 미소로 그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또 그들로부터 박수를 받는 사람들이 되고 싶었다. 그렇게 연기를 시작했고, 지금도 그런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렇게 연기를 시작했던 곽도원은 그 후 몇 번이고 연기를 그만뒀지만 다시 연극으로, 영화로 돌아왔다. 곽도원은 “연기는 마약 같다”며 다시 연기를 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설명했다. 곽도원이 그러했던 것처럼, 그를 지켜보는 대중들 역시 매 작품을 할 때마다 육중한 무게의 발자국을 남기는 곽도원에게 점차 중독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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