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2부(주심 신영철 대법관)는 흥신소에 입찰공사 평가위원의 사생활을 조사해달라고 한 혐의(신용정보의이용및보호에관한법률위반교사)로 재판에 넘겨진 P건설 회사 직원 김모(50)씨 등 세 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 본원 합의부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대향범은 두 명 이상의 행위자가 서로 대립방향의 행위를 통해 같은 목표를 실현하는 범죄를 말한다. 이 사건의 경우 원심인 2심은 흥신소를 운영한 업자가 의뢰를 받는 행위와 의뢰인이 뒷조사를 맡긴 행위가 같은 목표를 갖은 대립방향의 행위로 보고 대향범 관계에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대향범은 형법총칙의 공범규정에 적용되지 않아 처벌규정이 없다면 의뢰인을 처벌할 수 없다. 앞선 원심에서 흥신소 업자는 신용정보법에 따라 징역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의뢰인 김씨 등 세 명에게는 처벌 규정이 없어 무죄가 선고됐다.
김씨 등 세 명은 P건설에서 토목공사 입찰에 필요한 설계관리, 입찰 관련 정보수집을 하는 업무를 담당했다. 지난 2010년 1월 P건설이 인천 송도에서 진행되는 토목공사 입찰에 참여하자 이들은 설계심의 평가위원들이 심의 이전에 경쟁업체 직원과 접촉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위원들의 행적을 감시해달라고 흥신소에 의뢰했다.
이후에도 이들은 자사가 참여하는 다른 토목공사 입찰에서 평가위원을 뒷조사하려고 흥신소에 의뢰하는 등 모두 1300만원을 주고 사생활 등을 알아봐달라고 부탁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P건설 직원 세 명에게 각각 징역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이들의 행위가 교사에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공범으로 처벌할 수 없으므로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지선호 기자 like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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