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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 주부들은 고되다' 일회용·외식에 돈 안쓰고 염색도 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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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주연 기자] #직장인 김소진(34)씨는 요즘들어 부쩍 "피곤해보인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얼마 전 동창회에서 만난 친구 중 하나는 "늙어보인다"는 말까지 했다. 기분이 상했지만 곰곰이 최근 생활패턴들을 떠올려봤다. 김씨는 요즘 교통비를 아끼려고 집에서 30분 일찍 나와 택시 대신 버스로 출근하고, 퇴근 후에는 곧장 집으로 가서 밥상을 차린다. 직장일에 지쳐 녹초가 되지만 한번 외식하면 3만~4만원은 우습게 쓰기 때문에 몸이 고되더라도 어쩔 수 없다. 설거지까지 끝내면 9시다. 유일한 낙인 드라마를 끝까지 본 적이 없다. 보다가 잠이 들 기 때문이다. 김씨가 '삭은' 이유다.

#직장 2년차 우민정(30)씨는 얼마전 염색을 집에서 했다. 가을이라 와인색으로 염색하려고 청담동의 E미용실에 갔더니 26만원이란다. 기겁을 하고 나와서 마트에서 8000원짜리 염색약을 샀다. 화장품은 물론 옷도 '저렴이'만 산다. 백화점에서는 트렌드만 살피고 실제 구매는 아웃렛이나 강남ㆍ영등포 지하상가에서 비슷한 스타일의 옷을 사는 식이다. 지난 주에는 전철역 로드숍에서 롱치마를 3만9900원에 샀다. 유명 브랜드백화점에 가면 20만원 족히 한다. 피부관리도 사치다. 한 달에 한 번씩은 꼭 피부관리숍에서 5만~10만원씩 주고 팩을 했지만 요즘에는 온라인쇼핑몰에서 500g짜리 고무팩을 1만원에 사서 쓴다. 우씨는 "저축보다 '쓰자' 주의였는데 한달 월급 200만원으로 계속 오르는 물가를 감당하기 어려워졌다"며 "생활패턴이 불황형에 맞춰지고 있다"고 말했다.
불황이 장기적으로 이어지면서 소비패턴 뿐만 아니라 생활패턴까지 바뀌고 있다. 단순히 지출을 줄이는 데 그치지 않고, 생활 자체가 '불황형 가정'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 경기 침체가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에 이런 현상은 더욱 고착화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주부들의 삶이 바뀌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 밥솥ㆍ다리미ㆍ재봉틀 등 불황형 가전제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G마켓은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전기밥솥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28% 신장했다. 같은 기간 옥션과 11번가의 판매량도 각각 28%, 42% 늘었다. 외식 대신 집에서 밥해먹는 사람이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다.
불황은 또 주부들을 만능 엔터테이너로 만든다. 아이 옷을 만들어 입히는 주부들이 증가하면서 재봉틀의 판매량도 급증한 것. G마켓의 재봉틀 판매량은 41%, 옥션과 11번가는 전년 동기 대비 25%, 40% 신장했다. 뿐만 아니라 세탁소에서 옷을 다리기보다 직접 다림질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다리미 판매 역시 G마켓에서 13%, 옥션과 11번가에서는 10%, 27%씩 증가 했다.

아이가 있는 집은 아예 70~80년 '천기저귀 시대'로 회귀했다. 1990년대부터 일회용 기저귀가 대중화되면서 천기저귀를 몰아냈지만 2012년 현재 불황에는 돈만 아낄 수 있다면 '빨아써도 좋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는 것.

당장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는 천기저귀 판매량만 봐도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G마켓의 천기저귀 판매량은 매년 30%씩 상승하고 있고, 11번가 역시 2010년 15%, 2011년 25%, 2012년 38%로 매년 두자리수의 증가율를 보였다. 유아용품 관계자는 "예전에는 엄마들이 아기들의 아토피ㆍ발진 때문에 천기저귀를 많이 찾았다"면서 "하지만 최근엔 계속해서 재사용이 가능하다는 장점 때문에 천기저귀에 관심을 갖는 엄마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외식 대신 집에서 밥먹고, 설거지에 기저귀 빨래까지 손에 물 마를 날이 없지만 불황에 단 한 가지 편해진 게 있다. 바로 김치 담그기. 채솟값이 폭등하면서 김치 담가먹는 것보다 오히려 사먹는게 저렴해진 '기현상' 때문이다.

올여름 이례적인 불볕더위와 연이은 태풍으로 채솟값이 급등하면서 포장김치 판매량이 크게 증가했다. 국내 포장김치 시장의 70%가량을 점유한 대상 FNF 종가집의 경우, 지난 달 포장김치 판매량은 전년대비 15% 증가했다. 7월 대비로 해도 10%가량 증가했다. 월별 판매량 역시 6월 이후 계속 늘어 7월에는 전월대비 20% 증가했으며 8월에는 여기서 30%가 더 늘었다.

황미희(35)씨는 "목욕탕을 갈 때도 예전에는 목욕 관리사에게 2만5000원씩 주고 전신을 맡겼지만 지금은 이마저도 줄이고 있다"면서 "불황에 삶의 패턴의 소소한 모습까지 다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오주연 기자 moon1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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