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재현 기자]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19일 오후 마침내 출사표를 던졌다. 덩달아 18대 대통령선거 판도 후끈 달아오르게 생겼다. ‘누가 대통령이 될까?’, ‘문재인과 안철수는 단일화 할까?’ ‘단일화 한다면 누구로 할까?’
끝을 알 수 없는 짙은 먹구름이 몰려오는 형국의 작금의 경제현실에서 이 같은 질문들로 국민들이 잠시나마 시름을 달랠 수 있음을 다행이라 생각한다면 지나친 표현일까.
18대 대통령은 누가 되든 험난한 길을 걸을 수밖에 없다. 경제는 한동안 계속 내리막길을 걸을 것이 뻔하다.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로서는 불가항력적이기 때문이다. ‘곳간에서 인심 난다’고 어려워진 삶으로 인해 사회갈등은 곳곳에서 분출될 것이다.
그래서 이번 대선 과정은 과거 어느 선거 때 보다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 불안한 미래를 이끌 지도자를 뽑아야 한다는 면에서도 그렇지만 선거 과정 자체가 과거와는 달라진 모습을 보임으로써 국민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관점에서 기자가 걱정하는 것은 인터넷에서의 혼란이다. 기존 선거에서 이미 여러 차례 겪었던 혼란이 되풀이 될 것 같기 때문이다. 더구나 소셜네트워크(SNS)의 열풍은 혼란을 더욱 부추길 소지가 다분하다. 진정성을 바탕으로 소통이 SNS의 본질임에도 불구하고 표를 얻는 도구로 만 사용될 경우 부작용은 어느 때 보다 클 것으로 우려된다. 그로 인한 생채기는 오롯이 국민들 가슴에 생긴다.
불과 얼마 전 ‘안철수 룸싸롱’, ‘박근혜 콘돔’으로 포털에서 난리 법석을 피우지 않았던가. 선거가 임박할수록 이 같은 혼란은 더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박근혜 콘돔’의 경우 주가를 띄우기 위해 일부 작당 세력이 일부러 유포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그만큼 우리의 인터넷 환경이 취약하다는 얘기다. 누군가 작심을 하면 금방 나라 전체가 휘둘릴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말썽의 소지에 대한 뚜렷한 가이드라인이나 지침도 없는 형편이다. 지난 2월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서 ‘선거 관련 인터넷 정보 서비스 기준’을 마련했다고는 하지만 이는 총론적 가이드라인이지 구체적인 사안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다. 게다가 KISO의 ‘서비스 기준’은 상당히 방어적이다. ‘선거 후보자들이 자신과 관련된 검색어 목록을 지워달라고 요청할 때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응하지 않는다’거나 ‘게시물 처리에서 정당은 명예훼손 관련 임시조치 요청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등이다.
이에 따라 예컨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어떤 단체가 상대 후보를 노골적으로 비방하는 인터넷 광고를 게재할 경우에도 곧바로 어떤 조치를 취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게 돼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지난해 12월 헌법재판소가 인터넷 선거운동을 제한한 공직선거법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한정위헌’판결을 내리고, 인터넷 선거운동을 광범위하게 허용토록 공직선거법이 개정된 뒤에 더욱 심해졌다.
올해 3월에는 한 로고송 제작업체가 모 포털에 ‘야당과만 거래합니다’, ‘새누리당 후보는 나가 주십시오’라는 내용의 광고를 게재했다. 이 광고는 해당 포털로부터 처음에는 거절됐으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바뀐 공직선거법을 기초로 ‘문제 없다’라고 답변하면서 버젓이 게재됐다.
이번 선거에도 이 같은 일이 발생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문제는 현재로서는 그 때 그 때 사안별로 선관위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포털과 선관위는 핫라인을 개설해 최대한 신속히 대응하기로 했지만 혼란을 막기에는 역부족으로 보인다. 포털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어떤 이슈가 발생할지 알 수 없어 불안하다”면서 “선관위가 얼마나 빨리 판단을 내려 줄지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과정만 보면 이번 대선도 정책대결보다는 비방과 인신공격이 더 눈에 띈다. 이런 분위기는 제도와 법령 미비의 틈을 비집고 인터넷 혼란으로 나타날 우려가 크다. 이래서는 국민들의 가슴에 미래에 대한 희망과 확신을 심어줄 수 없다. 불안만 부추길 뿐이다. 남은 기간이라도 선관위와 포털은 머리를 맞대고 서둘러 세부사항을 보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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