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성 사회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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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세계에서 천사는 반드시 흰옷을 입어야만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천사가 흰옷을 입었는지, 검은 옷을 입었는지 알아보려는 인간의 탐구가 멈출 것이라고 상상하기는 어렵다.


진화론은 인간이 생명의 역사에 다가가려는 무수한 노력에 의해 탄생된 과학적 산물이다. 지금 우리는 종교와 과학의 갈등을 목격중이다. 진화론에 대한 논쟁이 그것이다. 다윈의 '종의 기원'이 탄생된 지 150여년. 우리 논쟁은 세계적으로 큰 관심거리다.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사이언스조차 한국과학기술한림원에 진화론에 대한 의견을 물어올 지경이다. 네이처 또한 "한국 정부가 창조론에 동조해 교과서를 수정한다는 비판이 있다"고 설명한다. 아무튼 진화론에 대한 논쟁은 종교 덕분에 세계적으로 유별난 한국적 상황이 됐다.


논쟁을 불러일으킨 측은 창조론을 주창하는 개신교 계통의 학술단체인 '교과서진화론개정추진회'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올해 3월 두차례 교육과학기술부에 과학 교과서의 진화론 개정을 청원했다. 이에 생물학계가 청원을 기각해야 한다고 맞선다.

급기야 지난 5일 과학계는 "진화론은 모든 학생에게 반드시 가르쳐야 할 현대 과학의 핵심 이론"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혀 논쟁의 불씨를 키웠다. 그렇다고 교진추가 쉽게 물러날 태세는 아니다. 이들의 신념체계가 과학계 입장 하나로 무너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들은 "자연주의 사상인 진화론은 증명되지 않은 일종의 가설임에도 마치 증명된 학설인 것처럼 과학으로 포장돼 있다"고 주장한다. 창조신앙을 보호하고 진화론의 폐해로부터 벗어나게 하기 위해서는 교과서의 진화론이 먼저 개정돼야 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폐지론이다. 이처럼 역사상 종교와 과학이 맞부딪친 예는 흔하다. 16세기 '지동설'을 주창했던 갈릴레이가 로마교황청으로부터 이단으로 몰려 탄압을 받았던 것이 가장 큰 예다. 과학이 종교로부터 탄압을 받는데는 이론 그 자체에 머물지 않고 사회체계를 흔들 만큼 영향력을 발휘한다는데 있다.


지난 2009년 탄생 200주년을 맞은 다윈의 조국 영국과 세계과학계는 떠들썩하게 잔치판을 벌였다. 인류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감안하면 충분히 이해할만한 예우다. 영국성공회조차 "우리는 당신을 오해한 것에 대해 사과한다"는 공식입장을 내놓았고, 로마교황청도 다윈 이론에 대한 심포지움을 통해 종교와 과학간의 소통을 꾀할 정도로 다윈은 화려하게 재조명됐다.


그 이전에도 창조론자나 교회로부터 다윈이 억압받았다는 기록은 없다. 영국성공회는 다윈의 주검이 웨스트민스터사원에 안장되는 것을 거부하지 않았으며, 별도의 종교적 재판을 벌이지도 않았다. 오히려 진화론이 신의 인간 창조를 뒷받침하는 이론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태도가 여러 곳에서 드러난다. 오늘날 과학계의 진화론에 대한 신념 또한 거의 종교적이다.


다윈의 저서 '종의 기원'의 주제는 자연선택이론이다. 가장 환경에 잘 적응하는 개체만이 살아남아서 후대까지 남는다는 것이 그 핵심내용이다. 이런 내용은 인문학적으로 경쟁에서 이긴 사람(국가)이 지배적 위치에 있을 수 있다는 논리, 즉 자본주의의 일반적 도덕론으로 포장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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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론은 생물학의 영역을 넘어 정치, 사회, 경제는 물론 문학, 예술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영향을 끼쳤다. 유전학자 도브잔스키는 "진화의 개념을 통하지 않고서는 우리 삶의 그 무엇도 의미가 없다"고 설파한 바 있다.이런 혁명적 이론이 종교적 관점에서 지극히 불온한 사상으로 받아들여질 수는 있다.


그러나 창조론자들은 "다윈과 진화를 연구할 수록 신의 위대함을 더욱 절감하게 된다"는 진화론자의 고백을 한번쯤 되새겨봄직 하다. 종교가 과학을 오해하든, 과학이 종교를 오해하든 둘 간의 갈등이 오늘날 21세기라는 시간을 다시 다윈 이전으로 돌려놓지 않기를 간절히 바랄 뿐이다. 과학과 종교의 진지한 대화를 기대한다.


이규성 사회문화부장 pea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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