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떠난 지 10여년이 지났지만 로베르토 고이주에타 전 코카콜라 회장은 여전히 아메리칸 드림을 상징한다. 그는 부지런함과 성실성으로 쿠바 출신이면서도 가장 미국적인 회사의 최고경영자 자리에 올랐다. 고이주에타 회장은 1981년 회장 취임 당시 40억 달러 정도였던 코카콜라 주식 시가총액을 1450억 달러로 끌어올렸다. 그는 투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부동산에서는 위치, 위치, 위치 그리고 사업에서는 차별화, 차별화, 차별화." 만약 그가 대선정국에 출렁이고 있는 한국 주식시장을 봤다면 뭐라고 했을까. "주식에는 테마, 테마, 테마." 이렇게 말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하지만 만약 테마주라도 활개 치지 않았다면 작년의 반토막 수준인 코스피 기준 4조원대의 거래대금이 얼마나 더 쪼그라들었을지 증권사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모골이 송연해진다.
정치는 주식시장에 테마주만 만드는데 머물지 않고 있다. 포지셔닝이란 개념으로 잘 알려진 마케팅 전략가 잭 트라우트는 "강한 기업을 만드는 것은 제품도 서비스도 아니라 고객의 기억속에 자리 잡는 것"이라고 했다. 트라우트라면 지금 한국 주식시장을 보고 뭐라고 평했을 지도 궁금하다. "주식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실적도 신성장동력도 아니라 '정치'"라고 말할 지도 모르겠다. 정치가 테마주를 만들고 투자자를 미혹시킨다는 오명을 뒤집어 쓰면서도 거래증대에 일조(?)를 하더니 이번에는 반대로 파생상품 거래세를 도입해 축 늘어진 증권업계의 어깨를 이 참에 아예 뽑아버릴 태세다.
에드워드 차우(CHOW, Edward H.) 대만 국립정치대 금융학 교수는 "파생상품거래세로 인한 세수증대 효과가 크지 않고 이를 도입했던 국가들이 폐지 또는 세율 인하를 지속적으로 추진중"이라고 주장했지만 정치권은 요지부동인 듯 하다. 하필 왜 대만 교수냐고 의문이 들 수도 있다. 대만은 파생상품거래세를 부과하는 유일한 국가다. 지난 1998년 도입 당시 0.05%의 세율로 선물거래세를 부과했다가 이후 지속적으로 인하해 현재 세율은 0.004%다.
박성호 증권부장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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