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자본주의 경제는 증권시장을 도외시하고 더 이상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으며,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담보하기 위해 증권시장의 선진화는 필수적이다. 따라서 주요 금융선진국들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증권시장의 효율성 제고 및 선진화를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증권시장 선진화의 최종 종착역이 바로 전자증권제도의 도입이다. 전자증권제도란 실물증권을 발행하지 않고 증권 상의 권리를 전자장부에 기재하고, 권리의 취득ㆍ양도ㆍ행사를 전자적인 방법으로 가능하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이러한 전자증권제도가 우리나라에 도입될 경우에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 절감은 물론, 우리나라 자본시장의 레벨 및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한 34개국 중 30개국(88%)이 전자증권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며, 증권시장을 운영하고 있는 전 세계 97개 국가 중 67개 국가(69%)가 전자증권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아시아 국가의 경우에는 중국이 1993년 증권시장 개설과 동시에 전자증권제도를 도입했으며, 일본은 2001년부터 단계적으로 추진해 2009년 1월 모든 증권에 대한 전자증권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 전자증권제도 시행으로 연간 약 1000억엔(약1조4000억원)의 사회적 비용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이러한 세계적인 전자증권제도 도입 추세에 부응해 우리나라도 1990년대부터 한국예탁결제원을 중심으로 해외사례조사, 학술세미나 개최, 정부정책건의 등 전자증권제도의 도입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 그 결과 2008년 금융위원회는 정책추진과제로 전자증권제도를 선정했고, 일본의 사례를 참고해 우리나라도 전자단기사채의 도입을 먼저 추진하게 됐다.
예탁결제원은 지난해 말 주식ㆍ채권 결제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정비해 증권사들의 결제 업무를 평균 2시간30분 앞당겼다. 증권사들의 충당금 부담도 1조2000억원 가량 줄었다. 유통시장이 직접투자에서 간접투자로 확대되고 있는 것을 감안해 '펀드넷'을 강화했고 최근에는 자문사 투자일임재산 자산관리플랫폼을 개발하는 등 자본시장 인프라로서 고객들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제 실물 종이증권 시대의 마지막 마침표를 찍고, 새로운 전자증권 시대가 개막되는 날을 기대해 본다.
김경동 한국예탁결제원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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