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종기의
'화가 파울 클레의 마지막 몇 해' 중에서
■ 의사의 눈으로 보면 의사가 볼 수 있는 풍경이 보일 것이다. 우리는 그가 '전신성 경피증'으로 죽었다는 무뚝뚝한 표현으로 최후를 기억해두었겠지만 이 의사시인은 그 질병의 고통 속으로 직접 들어가본다. 온몸이 판자 쪽보다 더 딱딱하게 굳어가는 고통을 그 몇 해 동안 파울 클레는 어떻게 견뎠을까. 고통스런 증상과 진행되는 병태(病態), 그리고 그 속에서 움직이는 붓과 연필의 몸짓들. '끝까지 견디자!'는 화제(畵題)는 그래서 아프고 놀랍다. 늙은 어머니가 요즘 요실금(尿失禁)으로 고통받고 계시다는 전화를 받는다. 삶의 어둑어둑한 저녁답, 병고와 노화 속에서 인간의 기품을 유지하는 일이 쉽지 않다. 마종기처럼 그 고독과 서러움 속으로 들어가보는 일만으로도 그 치맛폭에서 자란 생애의 목이 메는 일이다.
빈섬 이상국 편집부장ㆍ시인 isom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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