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희 쉐라톤워커힐 수펙스 김치 조리장
22년 전인 1990년 1월 쉐라톤 그랜드 워커힐 호텔에 처음 입사한 이 조리장이 워커힐의 수펙스 김치와 인연을 맺게 된 것도 벌써 15년이 흘렀다. 수펙스 김치는 고 최종현 SK 회장이 "최고의 김치를 만들어 보자"라는 지시 하에 만들어 낸 워커힐 호텔의 명품 브랜드로, 남북 정상회담이나 국내외 행사에 단골로 나간다. 지난 1989년 호텔 내 김치 연구소를 설립해 김치 맛과 영양을 연구하기 시작한 워커힐호텔은 수펙스 김치에 대해 2008년 업계 최초로 해썹(HACCP)인증을 받기도 했다. 명품이라는 말에 어울리게 재료는 100% 국내산 식재료만 쓰며 '항아리 숙성법'을 통해 사계절 내내 아삭하고 개운한 맛을 똑같이 유지한다는 특징이 있다.
지난해에는 소금 때문에 신안으로 출장을 다녀왔다. 개펄에는 수분을 빨아들이는 염생식물인 함초가 자라는데 함초가 없으면 더 많은 양의 소금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말이 돌면서 신안 곳곳에서 염전에 농약을 뿌리는 곳이 있다는 정보가 입수됐기 때문이다. 이 조리장은 워커힐과 계약한 염전에도 혹시 비슷한 상황이 벌어질까봐 노심초사하면서 한 걸음에 신 안으로 달려갔다. 아니나 다를까 해당 염전에서도 농약을 막 뿌리려던 참이었다.
이 조리장은 "농약 검사에서 잔류 농약이 검출되면 무조건 거래처를 바꾼다"면서 "100% 국내산 재료 원칙을 지키기 위해 새우젓은 충남 홍성군 광천산, 배는 나주배 최상급산, 배추는 강원도에서 공수하고 있다. 마늘은 손으로 직접 깐 마늘을 사용하고 생강은 호텔 주방장들이 손수 다듬는 등 재료 하나하나에 심혈을 기울인다"고 말했다.
이 조리장은 "품질면에 있어서 월등히 뛰어난 수펙스 김치를 가격 때문에 망설이는 고객이 많다"면서 "워커힐 수펙스 김치와 수준이 비슷하되 보다 대중적으로 다가갈 수 있도록 하는 수펙스 세컨드 브랜드 김치를 출시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레시피는 이미 올 봄에 다 완성됐다"며 "준비가 돼있다면 기회는 온다고 본다"고 야심차게 말했다.
'경험에서 오는 배움은 절대 잊지 않는다'는 이 조리장은 틈만 나면 여행을 핑계로 전국 맛 탐방을 간다. 이달에는 정선5일장으로 팀 단합대회를 갈 생각이다. 말이 단합대회지 출장에 가깝다.
"지난 번에 가족들과 정선에 다녀왔는데 장과 장아찌에 꽂혔거든요. 그때 맛본 장이 가을쯤해서 익었을 텐데 어떤 맛으로 익어 있을지도 궁금해요. 이렇게 다니다보면 요리 아이디어도 무궁무진하게 나옵니다." 영락없는 욕심쟁이다.
오주연 기자 moon170@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