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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부는 섞는데 마음은 못 섞은 정책

최종수정 2012.08.22 11:25 기사입력 2012.08.22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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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믹스 깊이들여다보기④]뚜렷한 소득차이.. 저소득층 씀씀이만 자극

[아시아경제 배경환 기자] "소득이 낮아 임대에 들어가는 사람들, 진심으로 소셜믹스를 원할까요?"

정부의 초기 소셜믹스 도입 당시 연구에 참여했던 한 전문가의 속내다. 분양받은 사람들은 재산권 피해에 대한 억울함을 주장하겠지만 빈부 격차에 따른 스트레스는 임대주민들이 더 심각하다는 이야기다. 즉 사회통합을 위해 추진하는 소셜믹스가 되레 또다른 갈등을 야기시키는 셈이다.

강남권 최초로 소셜믹스가 도입된 반포 일대 A아파트 임대에 입주한 김주명(가명)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김씨는 입주 초기 이웃들과 친해지기 위해 단지내 동호회에 가입, 각종 문화행사는 물론 장보는 일까지 함께 했다. 하지만 김씨는 두 달을 넘기지 못하고 동호회 활동을 접었다. 문제는 소득차이였다. 수십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대고 입주한 분양주민과의 소득차이가 씀씀이 차이로 이어졌다. 김씨는 "이들과 같은 수준으로 생활을 하려면 적금을 깨고 저축을 포기해야한다"며 "결국에는 아이들 어린이집까지 옮기면서 이웃들과 되레 어색해졌다"고 털어놨다.

소셜믹스 도입으로 인한 부작용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임대동이 밀집한 단지 인근에는 학원이나 어린이집도 잘 들어서지 않고 있다. 타 지역에 비해 높은 비용을 부담할 능력이 없을 것으로 판단, 운영자들도 임대동 인근 상권을 기피하고 있는 것이다. 인근 J공인 대표는 "굳이 소셜믹스 단지가 아니더라도 임대아파트가 몰린 지역과 고가의 분양아파트가 몰린 지역의 상권은 하늘과 땅 차이"라며 "임대와 분양을 섞더라도 소득의 차이로 인한 빈부 차를 겪게 되고 임대민들의 씀씀이만 자극하게돼 결국 계층갈등이 반복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형태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초래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해외 소셜믹스를 연구해온 한 전문가는 "임대와 분양 물량의 차별이 전혀 없는 소셜믹스로 설계된 임대단지에 입주한 주민들은 남들보다 적은 비용으로 들어온 탓에 현 생활에 안주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자칫 '나도 돈을 모아 좋은 곳으로 옮기겠다'는 동기부여를 깎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결국 제도문제가 아닌 총체적인 사회문제로 바라봐야한다는 이야기다.
장기적으로는 임대아파트의 공급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서울시의 소형비율 확대 요구에 조합과 수 개월간 접점을 찾지 못하며 사업지연을 연출한 상황에서 분양과 임대를 차별없이 지으라는 요구까지 이어진다면 사업자체에 대한 거부감으로 임대아파트의 주 공급원이 끊긴다는 풀이다.

실제 강북권 A단지의 소형주택 공급계획 설계를 맡은 설계사무소 관계자는 "소형 평형대를 30%로 맞추는 문제는 의외로 쉽다"면서 "중대형을 꺼리거나 중소형에 대한 반감이 많지 않다면 일사천리로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뚜렷한 기준도 없이 분양과 임대주택의 품질 등의 형평성을 맞추라는 것은 수억원의 공사비를 내고 새롭게 내집을 가지려는 사람들에게는 그만큼 부담을 더 하라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한 재건축 조합 관계자 역시 "소형을 늘린 것은 서울시의 요구 외에도 증대형 일반분양에 대한 리스크를 감안한 조합의 판단이기도 하다"며 "하지만 임대와 분양을 섞고 심지어 같은 마감재를 사용하도록 한 것은 눈에 뻔히 보이는 손해로 어느 사업장도 선뜻 나서지 않을 것"이라고 털어놨다.
비교적 가계수입이 높은 거주자들이 몰려 있는 강남권 일대 고급아파트촌. /

비교적 가계수입이 높은 거주자들이 몰려 있는 강남권 일대 고급아파트촌. /




배경환 기자 khb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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