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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장원중, 첫 모의 청소년 참여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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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폭력, 또래들이 저울 위에

[아시아경제 박나영 기자] "친구를 괴롭힌 A양에게는 '학교폭력 관련 연극 20시간'을 과제로 줘야 합니다"
"고기집 사장을 희망하는 A양에겐 직업체험 9시간과 금연클리닉 참여 과제를 줘야합니다"


학생들의 목소리가 무용실에 울려퍼졌다. 학교폭력을 시나리오삼아 청소년들이 직접 재판을 열고 가해학생의 책임을 묻는 것은 물론 구체적인 장래희망을 가다듬어 학교생활에 적응할 길도 함께 찾았다.
16일 오전 서울시교육청과 서울가정법원이 주관한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제1차 모의 청소년 참여법정'이 서울 장원중학교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학생들이 몸소 재판을 통해 법치주의를 체험하고 민주주의를 배우게 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무용실에 마련된 법정엔 양승태 대법원장을 비롯한 법원 관계자 10여명도 자리를 함께 했다.

이날 재판을 꾸려나간 참여인단은 같은 반 학생을 커튼에 가두고 3일 동안 주먹으로 때리는 등 폭력을 행사한 학생에게 어떤 과제를 줘야할지 머리를 맞댔다. 장원중학교 자치법정부 학생들이 실제 사건을 바탕으로 직접 시나리오도 마련했다.

16일 서울 장원중학교 무용실에서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제1회 모의 청소년 참여법정'이 열렸다.

16일 서울 장원중학교 무용실에서 '학교폭력 근절을 위한 제1회 모의 청소년 참여법정'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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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 학생들은 학교폭력 가해학생에게 피해학생과 입장을 바꿔볼 기회를 줘야한다고 강조했다. 참여인 남유라양(18)은 가해학생을 학교폭력 관련 연극에 참여시켜 "많은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자신이 했던 행동이 얼마나 부끄러운 것인지 느끼게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참여인 신아영양(18)도 연극참여 과제에 동의하면서 "그러나 가해자학생에게 피해자 역할을 연기하게 해 피해자의 기분을 직접 느껴보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참여 학생들은 폭력행위의 책임을 묻는 데만 그치지 않고 가해학생의 장래도 함께 고민했다. 가해학생 역시 결국 학교생활을 함께 하는 '친구'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장래희망과 더불어 건강한 학교생활을 위해 직업체험과 금연클리닉이 과제로 덧붙여진 배경이다.

학생 참여인들이 머리를 맞댄 뒤 다수결로 가해학생에게 줄 과제를 정하면, 가해학생은 이를 성실히 따름으로써 처벌을 면할 수 있다. 실제 가정법원에서 시행중인 청소년 참여법정과 마찬가지 방식이다.

청소년 참여법정은 비행정도가 심해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대처하기 어려운 학생들을 가정법원과 연계해 지도하는 제도다. 소년보호재판의 일종으로 국민참여재판과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2010년 5월 가정법원이 청소년 문제를 어른들이 아무리 잘 안다해도 또래의 눈높이에서 가장 좋은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도입됐다. 가정법원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도 소년 재판은 또래들을 배심원으로 채택한다"며 "청소년들이 사법적 판단에 개입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모의법정에 참여한 학생들은 판사들과 대화하는 자리에서 "피해학생 입장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고 입을 모았다. 판사역을 맡았던 이가영양(18)은 "가해자보다 무서운 게 방관자"라며 "재판을 진행하며 친구가 폭력을 당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를 배웠다"고 말했다. 법원 관계자 역시 "참여법정의 가장 큰 목적은 피해자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친구들이 피해자가 상처를 회복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참여법정을 처음부터 지켜 본 양승태 대법원장은 "법질서가 침해되는 것을 방관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며 "사회혼란을 막을 수 있는 가장 큰 무기가 재판인 만큼 사법절차에 대해 잘 알아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나영 기자 bohe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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