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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역 뛴 50년·뛸 50년]1995년 한국 반도체의 수출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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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M D램價 상승에 전년比 70% 신장
단일품목 첫 200억 달러 고지 넘어
車 철강도 엔화 강세에 수출 증가

[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1990년대 우리나라 수출동향의 가장 큰 특징은 중화학 분야의 호조와 경공업의 부진으로 요약된다. 이에 따라 수출경기의 양극화 현상이 갈수록 심화됐다.

특히 1990년대 들어 우리나라 산업의 고도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업종인 반도체의 경우, 1990년에 전체 수출액 대비 비중이 7%에 머물렀으나 1995년에는 18%로 크게 높아져 단일품목으로 가장 높은 수출비중을 차지했다.
반도체는 1995년에 전년 대비 무려 70.3%나 증가한 신장세를 보였으며, 수출액도 221억달러에 달해 단일품목으로는 처음 200억달러 고지를 밟았다. 반도체 수출이 급증한 것은 세계적인 PC산업의 호황과 16M D램의 단가상승에 기인했다. 이런 성과 못지않게 대단한 것은 이 시기부터 우리나라의 반도체산업이 메모리 분야에서 일본을 제치고 세계시장을 선점하는 위치에 올라섰다는 점이었다.

자동차 역시 1990년대 들어 본격적인 수출 확대기를 맞이했다. 특히 1990년대 중반에 엔화 강세에 따른 가격경쟁력 우위를 비롯해 국내 업계의 해외 독자판매망 구축 및 홍보를 통한 적극적인 마케팅 활동과 수출시장 다변화 노력 등에 힘입어 수출이 급증했다. 1995년에는 전년 대비 43%가 신장돼 84억달러의 수출을 달성했으며 수출물량은 총 97만대에 달했다.

석유화학 제품과 철강산업은 활발한 설비투자로 공급능력이 증가하고, 동남아 개발도상국들의 수요 증가로 가격까지 상승하며 호황을 누렸다.
석유화학 제품은 3대 주력 석유화학 수출제품의 하나인 합섬원료의 수출이 대폭 증가했으며 합성수지와 합성고무의 수출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이로써 1995년 기준 총 58억달러를 수출해 대표 수출품목의 하나로 굳게 자리매김했다.

철강제품은 1990년대 중반 국내 수요의 지속적인 확대로 수출여력이 부족한 현상까지 빚어졌음에도 불구하고 1995년에 72억달러를 수출해 전년도의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조선산업은 1991년 걸프전의 영향으로 침체의 늪에 빠졌으나 이후 투자심리가 회복되면서 큰 폭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정부의 적극적인 육성정책에 힘입어 1980년대 초반부터 일본에 이어 줄곧 세계 2위의 건조량을 기록해왔다.

1990년대 중반에는 세계 조선산업이 대호황을 맞이했다. 우리나라는 엔고에 따른 대일 가격경쟁력 우위와 설비확장에 힘입어 1995년에 전 세계 조선 수주량의 30.4%를 기록해 34.9%로 1위를 차지한 일본과의 격차를 더욱 좁혔다. 그해 수출액도 55억달러를 기록해 대표 수출품목으로 입지를 다졌다.

이 밖에도 PC를 포함한 가전제품, 산업용 전기제품, 금속제품, 컨테이너, 자동차부품, 비철금속, 기계류 등의 수출도 크게 증가했다. 특히 전자레인지와 모니터 등 일부 전자제품은 세계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1995년 기준 중화학제품의 비중은 73%에 달해 전년도의 69%보다 4%포인트가 늘어났다. 중화학제품의 수출 비중을 경쟁국과 비교해보면, 59%에 머문 대만에 비해 비중이 높지만 90%인 일본에 비교해서는 아직 낮은 수준이어서 성장의 여지가 있었다.

중화학제품의 수출비중 확대는 산업구조 고도화와 수출 증대의 측면에서 바람직했다. 하지만 경공업의 급속한 공동화를 불러와 '경기의 양극화'라는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요인이기도 했다. 또한 반도체와 석유화학 등은 타산업에 대한 파급영향이 상대적으로 작아 다양한 산업분야로 경제적 이익이 파급되지 못하는 구조적인 문제도 내포하고 있었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체제 이후에는 중화학제품의 수출도 적잖은 타격을 받았다. 1998년에는 국제금융의 불안과 환율 불안정으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을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경기가 둔화됐다.

이에 따라 반도체 D램 가격의 하락을 필두로 주력수출상품들의 단가가 대부분 하락해 고전을 면치 못했으며 이들 품목의 수출액도 전년 대비 대부분 감소했다.

무선기기도 1998년부터 10대 수출품
첨단기술 산업 집중에 무역대국 반열
경공업선 설비투자 늘린 섬유만 선방


1999년부터 중화학제품은 수출의 활기를 되찾아 전년 대비 25.2%가 증가했다. 특히 무선통신기기가 1998년부터 처음 10대 수출상품에 이름을 올린 이후 1999년에 55억달러를 수출해 6위에 올라 2000년대 들어 주력상품으로 입지를 확고히 굳히게 됐다. 한편 10대 수출상품의 수출총액은 2000년에 963억달러로 전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5.9%를 기록해 수출품목의 다변화가 시급한 과제로 부상했다.

중화학공업이 우리 수출의 큰 비중을 차지하게 된 반면 경공업의 비중은 계속 줄었다. 1982년에 중화학제품이 경공업제품을 처음 앞지른 이후 줄곧 경공업제품의 수출비중은 감소했다.

1991년에는 경공업제품과 중화학공업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35.5%와 59.9%로 더욱 벌어졌다. 당시 경공업제품은 전년 대비 1.7% 증가에 그쳐 255억달러를 수출했는데 이 중에서 섬유류가 154억달러로 경공업제품 중에서 가장 높은 수출을 달성했다. 이 밖에도 비섬유, 신발, 완구 및 인형, 타이어 등이 경공업 분야의 주요 수출품목군을 구성했다.

1990년대 중반에 이르면서 경공업제품이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욱 감소해 1995년 기준 23%에 머물렀다. 그나마 섬유류의 수출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1995년에 183억달러를 수출했다.

1995년 10대 수출품목에도 경공업제품 중에서 유일하게 섬유류가 5위를 차지했다. 이 정도로 섬유류가 수출시장에서 선방할 수 있었던 요인은 중국 및 동남아시아 지역으로부터 섬유원료 및 섬유사류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섬유수출의 주종을 이루는 직물류의 수출도 중국과 홍콩 등 주요 시장을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신장됐다. 또한 화섬과 니트 업종이 꾸준하게 호황을 보였고, 업체들의 설비투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된 것도 주요 요인이었다.

반면에 신발산업은 1990년 43억달러의 수출로 정점을 찍은 이후 해마다 감소 폭이 확대됐고 1995년에는 15억달러를 수출하는데 그쳤다.

이 밖에 완구 및 인형 등의 품목도 수출 급감을 면치 못했다. 이처럼 경공업제품의 수출이 급격히 감소한 것은 중국 등 후발개도국의 저가 공세와 함께 국내기업들이 임금상승을 피해 1990년대 초반부터 해외로 사업장을 이전하면서 국내 산업의 공동화 현상이 가속화됐기 때문이었다.

봉제완구 업체들은 국내에서 단순히 오더 수주나 서류작업 등 무역업무만 처리하고, 제3국의 현지공장에서 위탁 가공해 중개무역 등을 통해 수출하기 때문에 수출실적은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였다.



이창환 기자 goldfi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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