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Dim영역

우파학자들의 분노 "경제민주화, 분노와 증오만 가득차"

스크랩 글자크기

글자크기 설정

닫기
인쇄 RSS
[아시아경제 이경호 기자]출자총액제한제 부활과 기존 및 신규 순환출자금지, 순환출자로 얻은 의결권의 전면적인 제한, 여기에 횡령 배임한 재벌총수에 대한 양형기준 강화와 사면제한까지. 여야가 앞다퉈 경쟁하는 경제민주화에 대해 자유시장경제를 지향하는 우파학자들이 분노하고 있다. 한마디로 입법만능주의이며 입법포퓰리즘이라는 것이다.

8일 바른사회시민회의(바른사회)는 서울 소공동 프레스센터에서 주최한 경제민주화 논란 긴급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조동근 바른사회 공동대표(명지대 교수)는 "모든 길은 '경제민주화'로 통하는데 이는 각 정파가 최소한의 '정체성'마저 갖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경제민주화는 인위적인 분배질서를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국가개입주의에 지대추구행위'가 더해진 최악의 조합"이라고 비판했다. 지대추구행위(rent-seeking behavior)는 경제주체들이 경쟁적으로 로비, 약탈 등의 비생산적인 일에 자원을 낭비하는 행위를 말한다.
◆헌법 119조 1항 미루고 2항을 앞으로? 작위적=조 공동대표는 "경제민주화의 근거로 제시되고 있는 헌법 제119조를 냉철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1항은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경제의 기본질서로 한다는 것이고 2항은 "필요한 경우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자유와 창의를 존중하되,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로 요약된다. 이는 전형적인 "원칙과 보칙"의 관계인 것이다.

조 공동대표는 "1항을 뒷전으로 미루고 2항만을 앞세워 '경제민주화'로 네이밍(naming)한 것은 대단히 작위적"이라며 "제119조 2항을 굳이 '개념화'한다면 차라리 '경제의 조화'로 압축될 수 있다, 경제민주화는 개념적으로도 정합적이자 않다" 고 지적했다.

조 공동대표는 특히 "19대 국회는 법안 찍어내는 입법노동자로서 대선을 겨냥한 포퓰리즘 쓰레기 법안"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대기업 총수가 횡령ㆍ배임죄를 저지르면 집행유예를 받을 수 없도록 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개정안'에 대해서는 "저작거리에서 구매자가 값을 반으로 깎을 것을 대비해 물건 값을 2배로 올려 부르는 장사치에 다름 아니다"고 말했다.
출총제 부활과 순환출자금지에 대해서는 '규제익'을 얻기 어렵다고 반대했다. 출총제는 '사적자치'를 제한하는 규제로서 출자비율을 얼마로 할 것인가를 외부에서 정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다. 또한 순환출자에 따른 위험은 주식시장에서 이미 평가돼 있고 경영권 방어에 대한 자구책의 성격이 강하다고 반박했다. 상호출자금지와 금산분리규제로 족하다는 것.

조 공동대표는 "정치권은 한결같이 '국민의 행복이 곧 국가경쟁력이 되도록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한다"면서 "'국민행복론'이 좋지만 '어떻게 행복하게 할 것인가'의 방법론이 빠져 있고 누구도 따지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어 "정치는 '이념과 가치'의 유통업이어야 한다"며 "이는 '당위'"라고 덧붙였다.

◆순환출자는 최소자금 투자방식...그러면서 투자 더 안한다 비난=자유기업원 원장을 지낸 김정호 연세대 경제대학원 교수는 순환출자금지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순환출자와 관계된 이해관계자로는 오너, 소액주주, 임직원, 협력업체, 임직원, 경쟁기업 등이 있으며 순환출자를 해도 배당권 등 오너 개인의 이익분배권은 늘어나지 않지만 의사결정을 해야 할 지배권만 늘어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순환출자로 이루어낸 투자가 성공하는 한 소액주주, 임직원, 협력업체, 소비자 모두가 이익"이라면서 "유일하게 손해 보는 것은 경쟁기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는 더 많이 안한다고 비난하면서, 최소자금으로 투자하는 방법인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출자총액을 규제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따졌다.
우파학자들의 분노 "경제민주화, 분노와 증오만 가득차" 원본보기 아이콘

김 교수는 "순환출자를 금지하면 오너는 계열사를 통해서 행사해온 의결권만큼 새로운 주식을 개인돈으로 취득해야 하는데, 이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라며 "오너의 재산은 대부분 해당 기업의 주식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규제는 계열사에 대해서 오너가 행사할 수 있는 의결권을 대폭 축소시킬 것으로 극단적인 경우 1%만 가진 오너는 1%의 의결권만 행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는 외부의 적대적 인수합병에 대해서 매우 취약해짐을 뜻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순환출자가 해소되면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서서히 살아날 것'이라고 한 새누리당 남경필 의원의 말에 대해 "어이없다"고 했다. 그는 "남경필 의원 등이 공격하고 있는 기업들은 한국에서, 아니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이 강한 기업집단들이고 그 경쟁력의 기반이 된 기민하고 공격적 투자는 순환출자에 힘입은 바 크다"면서 "그것을 못하게 하면서 경쟁력을 높이겠다니 어이가 없다"고 말했다.

송정석 중앙대 경제학과 교수는 사익편취를 위한 계열회사 편입을 금지한 법안에 대해서는 "대기업집단 계열사간 거래가 부당하다면, 포스코, KT 등 거대 공기업 산하의 많은 자회사에 대해서는 어떠한 견해나 법규제를 적용할 지에 대한 논의도 고려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 지배구조 측면에서 볼 때, 이번 입법은 갈수록 활발해지는 기업 인수 합병 추세 속에 불안정한 경영권 쟁탈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은 사익편취 계열사 편입제한하고 공기업은 그럼=배임, 횡령 재벌총수에 대한 처벌강화와 집행유예 및 사면 제한과 관련,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독일을 제외한 그 어느 나라도 업무상배임죄라는 규정을 두고 있지 않으며 독일조차도 구체적인 증거가 있는 경우에만 처벌해야 한다는 판례가 확고히 정립돼 있다"면서 "반면 우리나라는 재벌총수들의 경영판단에 대한 형사처벌이 그 어느 나라보다도 엄격하고 광범위하게 적용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그는 "모든 국민이 법앞에 평등하고 성별ㆍ종교 또는 사회적 신분에 의하여 정치적ㆍ경제적ㆍ사회적ㆍ문화적 생활의 모든 영역에 있어서 차별을 받지 아니한다는 헌법에 위배된다"며 "사면제한 역시 형평의 법리에도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법치주의에 반하는 위헌적 법률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창규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중소기업 보호와 관련, "국가 발주사업에서 외국 대기업들이 진입하는 것을 세계무역기구(WTO)규정에 의거 원천적으로 제한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국내 대기업에 대해서만 참여를 제한하게 된다는 점에서 외국대기업에 비해 국내대기업에 대한 역차별 문제가 심각하다"고 말했다. 그는 "경제민주화를 경제주체간 민주적인 관계를 회복하는 것으로 정의한다면 지금은 대기업-중소기업간의 민주적 관계회복 못지않게 정부-기업간의 민주적인 관계회복, 다시 말하면 관치경제의 청산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이경호 기자 gungho@
AD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함께 본 뉴스

새로보기

이슈 PICK

  • 하이브-민희진 갈등에도…'컴백' 뉴진스 새 앨범 재킷 공개 6년 만에 솔로 데뷔…(여자)아이들 우기, 앨범 선주문 50만장 "편파방송으로 명예훼손" 어트랙트, SBS '그알' 제작진 고소

    #국내이슈

  • 때리고 던지고 휘두르고…난민 12명 뉴욕 한복판서 집단 난투극 美대학 ‘친팔 시위’ 격화…네타냐후 “반유대주의 폭동” "죽음이 아니라 자유 위한 것"…전신마비 변호사 페루서 첫 안락사

    #해외이슈

  • [포토] '벌써 여름?' [포토] 정교한 3D 프린팅의 세계 [포토] '그날의 기억'

    #포토PICK

  • 신형 GV70 내달 출시…부분변경 디자인 공개 제네시스, 中서 '고성능 G80 EV 콘셉트카' 세계 최초 공개 "쓰임새는 고객이 정한다" 현대차가 제시하는 미래 상용차 미리보니

    #CAR라이프

  • [뉴스속 인물]하이브에 반기 든 '뉴진스의 엄마' 민희진 [뉴스속 용어]뉴스페이스 신호탄, '초소형 군집위성' [뉴스속 용어]日 정치인 '야스쿠니신사' 집단 참배…한·중 항의

    #뉴스속OO

간격처리를 위한 class

많이 본 뉴스 !가장 많이 읽힌 뉴스를 제공합니다. 집계 기준에 따라 최대 3일 전 기사까지 제공될 수 있습니다.

top버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