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 그레코로만형 66㎏급 금메달
[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김현우가 한국 레슬링의 자존심을 일으켜 세웠다. 올림픽 우승으로 최근 4년 동안 국제대회에서 당한 ‘노 골드’의 수모를 깨끗이 씻었다.
김현우는 8일(한국시간) 런던 엑셀 노스 아레나에서 열린 2012 런던올림픽 헝가리의 타마스 로린츠와의 그레코로만형 남자 -66㎏급 결승에서 피리어드 스코어 2-1로 승리,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대회 레슬링대표팀이 거둔 첫 우승. 2004 아테네대회 정지현 이후 8년 만에 금메달을 따내며 침체된 한국 레슬링에 희망을 안겼다. 레슬링은 1976 몬트리올대회에서 자유형의 양정모가 한국에 사상 첫 금메달의 기쁨을 안긴 이후 올림픽 효자 종목으로 불렸다. 불참했던 1980 모스크바대회를 제외하고 2004 아테네대회까지 7회 연속 금메달을 따냈다. 최근 4년의 성적은 다르다. 2008 베이징올림픽(동 1개), 2009 세계선수권(메달 없음), 2010 세계선수권(은 1개, 동 1개), 2011 세계선수권(동 1개)까지 굵직한 국제대회에서 한 개의 금메달도 얻지 못했다. 2010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1982년 뉴델리 대회 이후 28년 만에 ‘노 골드’에 그치기도 했다.
우승의 의미는 침체 해결에 머물지 않는다. 김현우는 올림픽 경험이 없어 많은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라이트급으로 분류되는 그레코로만형 66㎏급에서 한국의 사상 첫 금메달을 따냈다. 종전 같은 체급 최고 성적은 1988 서울올림픽 그레코로만형 68㎏급의 김성문이 얻은 은메달이었다. 우승은 국제레슬링연맹(FILA)이 공격적인 레슬링을 유도하며 규정을 손질한 가운데 나온 값진 성과이기도 하다. 설 자리가 좁아졌다던 선수들의 인식은 크게 바뀔 수 있다. 함께 설파된 노력의 중요성은 덤. 김현우는 매일 새벽 두 시간 동안 200m의 언덕을 10번씩 반복해 뛰었다. 70㎏짜리 대형 타이어를 굴리며 몸의 중심을 잡았고, 35㎏의 케틀벨을 들어 올리며 순간 파워를 끌어올렸다. “심정이 튀어나올 정도로 훈련했다. 나보다 땀을 더 많이 흘린 선수가 있다면 금메달을 가져가도 좋다.” 수준급 실력을 갖춘 19명 가운데 김현우는 가장 많은 땀을 쏟은 선수였다. 금메달은 모든 것을 포기한 대가(代價)였다.
이종길 기자 leem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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