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강한 달러화가 미국 기업들이 최대 ‘적’이라는 볼멘 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미국의 경제 격주간지 포천은 1일(현지시간) 2분기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 최고영영자(CEO)들이 이구동성으로 달러화 강세가 기업 수익에 가장 큰 타격을 주는 요인으로 꼽고 있다고 소개했다.
최근 실적을 발표한 맥도날드에서부터 목욕용품 제조사인 콜게이트파물리브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미국 기업들이 달러화의 강세를 기업 활동의 최대 악재로 지목했다. 달러화의 강세로 미국 시장에서 제품의 가격이 비싸지는데다, 수출을 하더라도 대금을 달러화로 환전했을 경우 수익이 얼마 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달러화는 2분기동안 유로화에 비해 5%가량 평가 절상됐다. 4월 2일 1유로당 1.3321달러였지만 5월 31일에는 1.2365달러까지 달러화 가치가 치솟았다. 유럽 부채위기가 악화될수록 투자자들은 다른 화폐보다는 달러화를 선호하게 되면서 달러화의 가치는 더욱 빠르게 상승세를 보이게 된 것이다.
미국의 주방용품 브랜드인 타파웨어의 2분기 순이익이 전년 동기에 비해 81% 가량 줄어들었다. 이같은 실적은 월가의 예상 실적을 하회하는 수준이다. 타파웨어는 예상보다 부진한 실적의 원인을 달러가치의 급등에서 찾았다. 타파웨의 2분기 매출액은 6억3890만달러로 전분기의 6억9990만달러에 비해 5% 가량 하락했다. 하지만 달러화의 영향이 없었다면 이 회사는 매출액이 5% 가량 증가했을 것이라는 예상 등을 종합하면 강달러가 기업의 실적의 명암을 바꿔버린 셈이다.
미국 기업들이 강달러로 골머리를 앓는 것은, 강달러가 일시적 현상으로 끝나지 않을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유럽 부채 위기의 영향으로 시장이 불확실성이 계속 될 경우 투자자 및 자산 보유가들이 안전자산을 선호하게 되면서 달러화의 강세 현상이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때문에 미국 기업들의 경우 환율추이에 대해 깊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지난 26일(현지시간)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아마존의 경우에도 전 1억9100만달러의 순이익을 거뒀지만 올해 2분기에는 700만달러의 순이익에 그쳤다. 아마존의 경우 실적 부진의 책임이 킨들파이어 등에 대한 투자의 성격을 지니고 있지만, 이 외에도 환율 변수 역시 크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마존의 최고재무책임자(CFO) 톰 츠쿠텍은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실적 전망의 불확실성을 설명하면서 전세계적인 소비 둔화와 더불어 환율 변동의 불확실성을 거론했다.
포천은 달러화가 세계에서 가장 선호되는 기축통화가 되고 있지만, 이 덕에 기업들은 고전을 치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주석 기자 gongg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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