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고향이란 단어를 떠올렸을 때 널따란 마당에 낮은 담장, 서로의 경조사는 물론 숟가락이 몇 개인지 헤아릴 정도의 가깝고 정이 넘치는 이웃들의 모습을 그리게 된다. 왠지 지금 우리가 사는 '도시'와 '고향'은 서로 이질적인 느낌이다. 차가운 콘크리트 건물이 빽빽하게 들어 선 도시 속 현대인들에겐 이웃과의 가벼운 인사조차 어색해졌다. 어느덧 '고향'이란 아련한 존재이며 갈망의 대상이 된 것이다.
'마을 공동체 만들기'는 주민생활과 직결된 공동의 문제를 주민 스스로 조직체를 형성해 해결해 나감으로써 삶의 질을 높이는 활동 또는 사업이다. 즉 문화나 경제, 여가활동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이웃 간에 나눔과 협력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마을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다.
지난해부터 성동구 금호1가동은 재활용품 상설가게 '보물단지'를 주민들이 직접 열고 운영 중이다.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자재와 재능을 기부해 직접 가게를 완성했고 주민 100여명으로 구성된 자원봉사자들은 당번을 정해 가게 일을 돕는다. 헌 옷들은 동네에 위치한 사회적 기업에서 실비만 받고 세탁과 수선을 해 준다. 물품기증자에겐 할인쿠폰과 커피쿠폰을 제공하는 등 운영전략도 있다. 여기서 얻은 수익은 지역 학생을 위한 장학금으로 사용된다. 성수1가2동은 또 다른 형태로 경제적 공동체를 만들었다. 주민들이 직접 모종을 심고 관리방법 등을 배우며 허브교육장을 꾸몄다. 교육을 통해 수확방법을 배우고 이를 활용한 허브차 방향제 화분 등을 만들어 저렴한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는 매장까지 마련한 것이다.
옛 우리 마을의 두레와 같은 모습도 볼 수 있게 됐다. 마을 주민들은 텃밭을 만들고 상추 호박 고추 가지 등을 재배하고 있다. 파종에서 수확까지 손이 많이 가는 이 과정을 주민들은 협력하여 이뤄내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어떤 공동의 목표를 가지면서 자연스레 그간 무관심했던 서로에 대해 알아가기 시작했다. '마을 공동체'는 이웃 간 소통의 장이며 협력의 장이 된 것이다. 이런 성공적 사례들은 더욱 다양한 마을공동체를 만들며 정착시킬 것이다. 그리고 어쩌면 급속한 산업화, 도시화로 인한 인간소외 현상에 대한 해법이 될지도 모르겠다.
사람 냄새 나고 정감 있는 마을 만들기는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마을 공동체 만들기'에서 비롯된 이웃에 대한 관심과 나눔은 주민 모두에게 고향에서 느낄 수 있는 안식을 가져다 줄 것임을 의심치 않는다. 머지않은 미래에 지금 살고 있는 이 도시가 누구에게나 고향이라 여길 수 있는 곳이 되길 기대해 본다.
고재득 성동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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