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어제 김희중 전 청와대 제1부속실장과 김세욱 전 청와대 총무기획실 선임행정관을 알선수재 혐의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김 전 실장은 솔로몬저축은행 임석 회장으로부터 퇴출을 막는 데 힘써달라는 청탁과 함께 여러 차례에 걸쳐 1억원가량을 받은 혐의다. 김 전 행정관은 김찬경 미래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역시 퇴출 저지 로비 대가로 시가 1억2000만원 상당의 1㎏짜리 금괴 두 개를 받았다고 한다.
청와대 부속실이 그런 경우다.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을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보좌하는 자리다. 방이 대통령 집무실 바로 옆이다. 누구를 만나는가 하는 일정에서부터 인사파일 등 각종 보고서까지 사실상 '대통령의 모든 것'을 챙긴다. 때론 은밀한 연락도 맡고 휴가에도 동행한다.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비서관도 대통령을 면담하려면 부속실장을 통해야 한다. 부속실장을 문고리 권력으로 부르는 배경이다.
문고리 권력의 위세가 세상에 두루 알려진 건 김영삼 대통령 때다. 집권 4년차인 1996년 장학로 제1부속실장이 기업인, 공무원, 정치인 등으로부터 27억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당시 청와대 주변에서는 "장 실장이 기업인들에게 접대를 받느라 하루에 점심 약속을 두세 번씩 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사실로 확인됐다. 검찰은 장 실장이 기업인 등으로부터 수백만원의 떡값을 '기억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받았다'고 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일찍 사단이 났다. 출범 초인 2003년 6월 양길승 제1부속실장이 청주의 한 나이트클럽에서 살인교사, 조세포탈 등의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던 나이트클럽 소유주로부터 향응을 받아 논란이 일었다. 제1부속실 여택수 행정관은 그해 8월 롯데쇼핑에서 불법 정치자금 3억원을 받았다. 두 달 뒤에는 최도술 전 총무비서관이 SK로부터 11억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났다. 정권 초 청와대 직원들의 잇단 비리는 노무현 정부의 도덕성에 큰 상처를 줬다.
대통령 친인척 비리와 함께 으레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청와대 부속실 직원들의 부패. 정권마다 되풀이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권력자의 각별한 신임을 받는 인물들이었다는 점에서 용인(用人)을 잘못한 권력자의 책임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혔다고 탄식할 게 아니라 자성하고 부끄러워해야 할 일이다.
어경선 논설위원 euhk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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