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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청와대의 성마른 내수 토론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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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흔히 떠올리는 공무원의 이미지는 뻔하다. '흰 셔츠에 까만 바지를 입고 융통성 없이 원칙을 강조하는 집단'. 한데 가까이서 본 정부는 외려 변화무쌍한 쪽에 가깝다. 상황에 따라 원칙을 뒤집기도 하고, 정책의 느낌을 '인테리어' 하는데도 능하다. "농림부 장관답게 입으라"는 이명박 대통령의 주문에 임기 내내 작업복을 입었던 장태평 전(前) 농림부 장관이 상징적인 예다.

지난 주말 청와대는 또 한 번 정책 인테리어에 나섰다. 21일 이 대통령은 국무위원 등 민관 40여명을 소집해 10시간에 걸친 내수활성화 토론회를 벌였다. 예정에 없던 총동원령에 전날 국회 일정을 마치고 제주도로 휴가를 갔던 기획재정부 장관이 다시 비행기를 탔고, 당국자들은 긴장 모드로 주말을 보냈다.
토론회는 소집 자체로 '국무위원들의 안일한 경기인식'에 대한 성토의 장이었다. 우리 경제가 침몰 직전 타이타닉 호라도 되는 듯 호들갑을 떠는 일부의 외침을 대통령은 들어 넘기지 못했다.

이날 해묵은 난제들은 한 방에 결론났다. 가계부채 때문에 손을 못대던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일부 완화하고, 회원제 골프장의 개별소비세도 낮추기로 했다.

대통령의 성마른 주문에 원칙은 숨었다. 불과 한 달 전 대통령은 "DTI는 못 푼다"고 했었다. 골프장 개소세 건은 강만수 전 재정부 장관 시절 낮췄다가 실효성이 없어 되돌린 정책이다. 그래도 고우(Go). 각 부처 차관들은 23일 오후 DTI규제 완화에 따라 부처별로 할 일을 나눈다.
속도감 있는 대통령표 내수활성화 방식은 좀 위태로워 보인다. 지난 환란 때, 2008년 금융위기 때 경제팀의 시야가 좁았던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호들갑떨지 않는다며 경제팀을 몰아세우는 것도 방법은 아니라고 생각돼서다.

경제부처는 '평균의 함정'에 빠져 가계부채의 숨막힘을, 식탁물가의 부담을 공감하지 못했던 한계를 인정해야 정직하다. 하지만 정부 부처에 위기를 강조해야 존재감이 빛나는 '미스터 둠(Mr. Doom·멸망)'이 돼라 종용하는 건 건강하지 않다. 경제는 심리라지 않던가.



박연미 기자 chan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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