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을 보유한 가난한 사람을 일컫는 '하우스 푸어'라는 용어가 나온데 이어 최근에는 집도 없고 돈도 없는 '하우스리스(houseless) 푸어'가 점차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대출 없이 집을 장만했다면 모를까, 소위 '은행 돈'을 끼고 자가를 보유하거나 전월세를 얻을 경우 이미 '푸어'의 대열에 합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집값은 떨어지고 전월세 가격은 오르는 현실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개인적으로 하우스리스 푸어의 문제점이 더 심각하다는 견해다. 하우스 푸어는 이미 '빨간불'과 함께 공론화가 되고 있지만 하우스리스 푸어는 그늘에 가려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의 경우 전세 2년 만기가 돌아오면 세입자에게 5000만원을 올려달라고 요구하는 사례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평범한 월급쟁이가 2년만에 5000만원이라는 거액을 마련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5000만원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상대적으로 집 값이 싼 교외 지역으로 이사할 수밖에 없다.
현대자동차는 올 하반기 국내 신차 판매 전망과 관련해 당초 예상보다 1~3% 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는데, 주택시장에 흘러드는 자금 영향이 크다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우스 푸어가 갑작스런 충격파를 안겨주는 요인이라면, 하우스리스 푸어는 소리없이 성장동력을 깎아먹는 주범인 셈이다.
이 같은 이유 때문인지 최근 식사자리에서 만난 공기업 고위 관계자는 '일단 집을 사라'고 조언했다. 경기불황에 집값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고 신규 주택이 대거 공급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말은 반신반의할 수밖에 없었다.
"집은 꼭 사세요. 돈을 움켜쥐고 있으면 흐지부지됩니다. 무리를 해서라도 집은 사두는 게 유리합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화폐 가치가 떨어지는 반면 부동산은 최소한 현상유지 정도를 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우스 푸어와 하우스리스 푸어. 주택과 대출의 함수관계에서 해법을 찾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최일권 기자 igcho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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