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부동산 경기가 꺾이자 스페인 경제는 추락했고 지금 상황은 정반대가 됐다. 정부의 강력한 긴축 탓에 급여는 줄고 일자리 구하기가 힘들어져 이민 가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다. 지난달 27일 공개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연간 이주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8월 스페인에서 독일로 건너간 이민자 수는 50% 늘었다.
국내총생산(GDP)의 12%를 담당할 정도로 비대했던 건설업이 불황에 빠지면서 스페인 경제가 허덕이고 있다.
스페인의 올해 2·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기 대비 0.3% 줄었다. 두 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해 침체에서 빠져나온 지 채 2년도 안 돼 다시 침체로 빠져든 것이다. 스페인 정부는 올해 GDP가 1.7% 감소할 것으로 보고 있다. 5월 실업률은 24.6%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회원국 가운데 가장 높다. 특히 청년 실업률은 50%를 웃돈다.
2000년대 들어 스페인 정부는 기업 경쟁력 강화 차원에서 연구개발(R&D) 투자를 강조했다. 호세 루이스 사파테로 전 총리는 젊은이들에게 고등 교육을 권했다. 지식경제를 건설해야 한다는 뜻에서다. 스페인에서 대학 무상 교육이 이뤄진 것도 사파테로 집권기인 2004년이다.
스페인 통계청에 따르면 현재 50~60대의 고등 교육 비율은 50%에 불과하다. 그러나 20~30대의 고등 교육 비율은 86%에 이른다. 부모 세대가 자식들이 잘 살기를 바라며 자식 교육에 적잖이 투자한 것이다.
그러나 경제가 침체에 빠지면서 교육 투자는 부질없는 짓이 됐다. 2008년 사파테로 정부는 공공 연구소에 인력 600명을 채용했다. 하지만 올해는 공공 연구소 인력을 동결할 계획이다. 스페인 정부는 지난 3월 예산안에서 지출을 40%나 줄이겠다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BBVA 리서치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사파테로 전 총리의 고문을 역임한 라파엘 도메네크는 "젊은이들에게 일할 여건도 마련해주지 않은 채 교육만 받게 한 것은 실수였다"고 지적했다.
조기 총선으로 지난해 정권을 잡은 마리아노 라호이 현 총리는 지난 2월 "자식이 자기보다 못 살 것이라고 생각하는 부모들에게 우리가 무슨 말을 하겠느냐"며 한탄했다.
경제 규모에 비해 투자 환경이 좋지 못하다는 점도 실업의 한 원인이다. 지난해 국제통화기금(IMF)이 발표한 스페인의 GDP는 세계 12위다. 그러나 세계은행이 발표한 기업하기 좋은 국가 순위에서 스페인은 44위에 머물렀다.
박병희 기자 nu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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