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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당한 인생2막 50+]“서로가 이기는 분쟁해결을 위해 ‘네고시에이터’ 영화같은 삶을 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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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회사 임원서 협상전문가로 변신한 최점수씨

[사진:이코노믹리뷰 이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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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8할은 협상이다.” 명사회자인 래리 킹의 절친한 친구이자 지미 카터·레이건 전 대통령 재임 시, 대 테러리스트 협상자문을 맡았던 세계적인 협상가 허브 코헨이 한 말이다. 어쩌면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 자체가 협상 테이블이다. 오랜 직장생활을 접고 시작한 제2의 인생. 협상의 ‘파워’에 매력을 느껴 건설회사 임원에서 협상전문가로 변신, 이참에 아예 협상전략연구소까지 차린 남자가 있다.

‘에린브로코비치’와 ‘어퓨굿맨’ 그리고 ‘네고시에이터’. 이들 영화에는 공통점이 있다. 줄리아 로버츠, 톰 크루즈, 케빈 스페이시 등 할리우드의 내로라하는 영화배우가 나온다는 것 외에 밀고 당기는 협상전략의 스릴과 묘미를 음미할 수 있다는 점이다. 서로 다른 견해와 욕구를 가졌지만 각각 원하는 합의점을 이끌어내기 위해 고뇌하며 두뇌싸움을 펼치는 협상가들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열정의 멋스러움은 물론이요, 뛰어난 능력에 감탄해 마지않을 수 없다.
‘빵, 빵~’ 영화 속 무시무시한 총포가 연발 터지거나 엄숙한 긴장감이 감도는 법정 현장은 아니지만 지난 28일 6월의 끝자락에 현실에서 멋진 한 명의 협상가를 만났다. 예순 둘의 나이에 분쟁 해결과 협상 전문가, 협상 관련 강사로 활약 중인 1인 기업가 최점수(62)씨다. 끊임없는 자기계발로 이룬 이 남자의 도전과 꿈은 희끗희끗한 머리의 매력 있는 초로(初老)의 신사가 시작하는 ‘로맨스 그레이’ 이상으로 낭만적이고 아름답게 보였다. 탄탄한 경험과 지식, 기술로 협상의 무대를 휘어잡는 힘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그는 망설임 없이 “현업에서 쌓은 풍부한 노하우가 바탕이 됐다”고 말한다.

퇴직후 사회복지분야 재취업 실패 후 지식창업 결심
그는 지난해 1월 건설회사 임원을 끝으로 30여년간의 직장생활을 갈무리했다. 퇴임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자의 반, 타의 반에 의해서였다. “회사에서 등 떠밀어 나가라고 하진 않았어요. 스스로 세대교체를 해야 할 시기라고 판단하고 ‘내 역할은 여기까지’로 선을 그어 마무리를 지은 거죠.” 퇴직 후 처음부터 협상전문가로 발을 내딛은 건 아니었다. 제2의 인생에 무엇을 하면서 보람을 느끼고 사회에 기여도 할까 고민하던 중 회사 근무 시절 대학원에서 전공한 노인 및 사회복지 분야에 뛰어들어보자 결심했다.

그래서 40대부터 본격적으로 사회복지를 공부하고 사회복지사 자격증도 따는 등 만반의 준비로 미래를 대비했다. 몇 몇 구청에서 복지관장을 모집한다기에 응시했다. 하지만 서류 심사에서 번번이 떨어졌다. 서류에 합격해 면접을 보더라도 실무 경험이 없다고 불합격됐다.
첫 도전이 실패하자, 그가 얻은 교훈은 ‘그동안의 경험을 살리는 일이 실패도 줄일 수 있겠구나’라는 것이었다. 지식창업을 생각한 동기다. 신중하게 고민을 거듭한 끝에 그는 마침내 결론을 내렸다. 현업에서 담당했던 소중한 경험들, 바로 ‘협상’이라는 콘텐츠였다.

직장생활때 10년간 분쟁해결 경험이 협상가의 꿈 자양분
10년 전쯤이다. 그가 협상과 처음 인연을 맺은 건 건설회사에서 근무하던 시절이었다. 건설현장에는 크고 작은 분쟁이 많이 발생하는데 부도, 지분 다툼, 영업 등과 관련해 이익 다툼이 비일비재했다. 당시 임원이었던 그가 맡은 첫 ‘사건’은 산재사고가 난 유족과의 협상이었다. “안전사고로 사람(직원)이 죽었기 때문에 그 어느 협상보다 힘듭니다. 유족들로부터 욕도 많이 얻어 먹죠. 회사가 해줄 수 있는 거라고는 보상밖에 없는데 사내 규정상 정한 금액과 업계 관례를 고려해 적절한 수준으로 보상금액을 책정하는 게 어렵거든요.”

그는 우선 회사에서 정한 수준보다 낮은 금액을 유족에게 제시했다. 여기엔 다 이유가 있었다. “다각도로 경우의 수를 생각해 보고 철저히 준비해 제게 유리한 쪽으로 대화를 끌어갔습니다. 처음엔 이게 기술(스킬, skill)인지 몰랐어요. 계속 생각하고 고민하고 대응했는데 나중에 보니 이런 것들이 다 협상의 스킬이더군요.”

그가 유족 협상에서 활용한 스킬은 '앵커링 이펙트(Anchoring Effect, 닻 내리기 효과)'란다. 처음에 제시되는 금액이 조율 기점이 된다는 게 핵심이다. 설령 기대하지 않은 숫자라도 일단 제시되면 그 근처에서 최종 결과물이 도출된다는 논리다. 상대의 심리적 기준점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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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협상에 빠져든 건 그때부터였다. “처음 상대방을 대할 때는 약간의 두려움도 있긴 해요. 그러나 일이 해결되는 과정에서 재미가 있고 결과가 좋으면 보람이 상당하더라고요. 제 성향과도 잘 맞았고요.” 이후 10여년간 협상 관련 일을 하게 된 이유다. 그는 재직 중 200건 이상의 각종 분쟁을 조정하고 해결했다. 산재사고로 인한 보상 협상, 기업간 콘소시엄 분쟁, 하도자 관련 분쟁, M&A 협상, 조사 관련 대처법, 구매 협상, 연봉 협상, 해고자 협상 등 넘나든 분야도 다양하다. M&A와 관련해 서원벨리골프클럽 인수, 한국도로공사 정보통신공단인수위와 같은 굵직한 협상을 주도하기도 했다. 현장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경험들은 훗날 그가 협상전문가로 거듭날 수 있는 충분한 자양분이 됐다.

협상 콘텐츠를 비즈니스 상품화…협상전략연구소 오픈
사표를 던진 그해 3월, 본격적인 창업 준비에 들어갔다.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마이구루’라는 지식유통 업체에서 ‘지식창업’ 분야 교육프로그램을 한 달간 공부했다. 이곳에서 자신이 가진 지식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아웃풋으로 만드는 방법을 배웠다.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파워포인트도 마스터했다. 5월에는 서울시 장년창업센터에 입주했다. 만 40세 이상 시민을 대상으로 지식·일반·기술창업 등 3개 분야로 나눠 선발하는데 6개월간 창업 컨설팅과 홍보마케팅을 지원한다.

사무실을 무료로 제공받고 마케팅과 경영학 전문가에게 코칭을 받으면서 구체적으로 개발할 아이템을 선정했다. “10년간 해왔던 분쟁 해결, 이게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아이템이라고 확신했습니다.” 그가 판매할 상품은 기업 담당자에게 분쟁 해결과 협상에 대한 기술을 교육시키는 것. “변호사가 개입하는 단계에 이르면 소송비용이 들고 시간도 오래 걸리기 때문에 여러모로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어요. 분쟁이 생겼을 때 변호사가 아닌, 회사의 어려움을 해결하는 역할이 사내에 존재해야 합니다. 또 제품 없이도 얼마든지 내 능력에 따라, 분쟁 규모에 따라 수십억원씩 벌 수 있는 것도 장점이고요.”

그는 상품의 경쟁력을 확신했다. 협상은 일상에서 누구나 접하게 되며 비즈니스상에서는 숱하게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기업에서 인사, 영업, 구매, 분쟁, 산재보상, 인수합병 등 협상할 대상은 무수히 많아요. 바람직한 협상은 상대방과 공감을 통해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문제가 해결이 돼야 한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런 협상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에요. 상대의 마음을 얻는 심리학도 필요하고 전문적인 법률지식과 사회학, 회계학 등 복합적인 지식과 경험을 요구하죠. 협상에 대한 스킬을 반드시 교육받아야 해요.”

그의 말에 의하면 협상에 대한 교육을 받았느냐 여부에 따라 접근 방법이 달라진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의도와 그 뒤의 숨겨진 뜻을 구분해 간파하는 능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개인적 성격도 어느 정도 협상 체질에 맞아야 한다고 했다. 성격이 급하거나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릴 줄 모르는 사람은 협상가로 적합하지 않다는 것.
9월에 자료 수집과 독서, 파워포인트 및 스토리텔링 작성 등의 준비를 거쳐 10월에는 콘텐츠 개발을 최종 완료했다. 그리고 곧바로 새로운 사업의 근간이 될 한국협상전략연구소를 오픈했다. 지식창업이라 별다른 창업 자금은 필요하지 않았다. 대신 콘텐츠를 구성할 정보를 얻기 위해 닥치는 대로 공부에 투자했다. 오죽하면 자신의 독서량과 소비하는 책값에 아내가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고. 콘텐츠는 자신의 경험과 노하우를 토대로 여러 책들을 참고해 개발했다.

협상전문가 키우는 ‘지식창업 요람’ 초석 다질 것
한국협상전략연구소는 기업에 종사하는 해당 실무자로 하여금 스스로 분쟁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교육시키는, 일종의 양성기관의 역할을 한다. 주요 대상은 기업의 법무·총무·영업·기획 담당자들이다. 수익 모델은 강연 수익이 주가 된다. 갈등과 문제가 있는 곳에 직접 찾아가 조정하는 코칭도 병행한다.

협상의 정의, 원칙에 의한 협상, 협상 경험 나누기, 협상 태도 테스트, 협상 실습 등의 커리큘럼으로 짜여진 최 소장의 협상전문가 양성 교육프로그램은 5시간 분량으로 구성된다. 최 소장의 강의를 들은 이들은 한결같이 입심도 좋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니 귀에 쏙쏙 들러붙는다는 반응이다.

자신이 교육받았던 마이구루에서 시범 강의를 성공적으로 마친 뒤 여성능력개발원에서 서울시클래식멘토단을 대상으로 콘텐츠 소개 강의를 진행했다. 지난 3월에는 한 교육 전문기관에서 전략적 협상스킬 과목의 강의에 대한 양해각서(MOU)도 체결했다. 창업한지 8개월여. 강의 요청이 잇따르고 주변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짧은 기간이지만 괜찮은 성적표란다. 기업체 강의료의 경우 보통 시간당 15만~20만 원 정도를 받는다. 공기업이나 지자체는 시간당 7만원 선이다. 일주일에 며칠 간 5시간 강의로 꾸며지는 한 테마의 협상 강의를 하게 되면 200만~300만원 정도 수입을 올릴 수 있단다.

직장 연봉과 비교하면 큰 돈벌이는 아니지만 열심히 하는 만큼 이익이 따라오고 우선 일 자체를 즐길 수 있어 훨씬 행복하단다. 생활비는 크게 걱정하지 않는다. 건설회사를 다니면서 운 좋게 재건축 등에 대한 정보가 밝아 노후를 위한 재테크는 물론 연금 준비까지 다 마쳐놨단다. 현재는 대전 법원에서 법정 관리인으로 선임돼 어려운 회사들의 회생도 도우며 협상 스킬을 현장에 적용하고 있다.

최 소장은 앞으로 기업에 협상 및 분쟁전문가가 상주해야 한다는 인식이 뿌리내릴 수 있도록 자문기구 조직을 구상 중이다. “국내는 협상전문가들이 많이 부족한 편이에요. 협상전략을 교육하는 기관도 대표적인 곳 1~2군데 정도이고요. 전문가를 키워 협상 분야를 하나의 직업군으로 만드는 초석을 다지고 싶습니다.”

최 소장에게 인생2막 지식 창업에 대한 가이드를 부탁했다. 그는 “정년퇴임 이후의 새로운 창업은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자신이 해왔던 경험을 나누는 차원에서 접근한다면 위험 부담을 줄이고 창업 아이템을 가장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식 창업에 대한 생각은 있으나 어떻게 구조화시키고 체계화시킬 것인가, 또 소스는 어떻게 찾을 수 있는 것인가. 이런 부분을 세세하게 가르쳐 주는 교육기관은 사실상 없습니다. 제 경우는 많은 책을 읽고 거기에서 체계화된 아이디어를 얻었고 실무 사례로 콘텐츠를 만들었죠. 현재 다니는 회사에서 담당하고 있는 실무와 연관된 상품을 만들 생각을 해야 합니다. 상품 개발, 지금 바로 실행에 옮기세요.”

미국 최고의 경영대학원 중 하나인 펜실베이니아 대학의 와튼스쿨 학생이 기획하는 연극 ‘와튼 폴리스’에는 이런 대사가 나온다. “다이아몬드의 강의는 다이아몬드보다 더 비싸다.” 협상의 대가인 스튜어트 다이아몬드 와튼스쿨 교수의 ‘협상’ 강의가 얼마나 인기 있는지 표현한 것이다. 협상전문가 최점수의 강의도 곧 “점수를 매길 수 없을 만큼 가치 있고 특별하다”고 평가받는 날이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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