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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노조 1년]권위의식 버리고, 새 대화창구 인정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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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노조 시행 1년 <하 ·끝> 제대로 정착하려면
노조 "영향력 악화" 우려
특권의식 탈출 계기 돼야
사측도 노사관계 새 틀로


[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복수노조 제도가 시행되기 전인 2009년 한국노동연구원은 종업원 4만명이 근무하는 제조업체 A사의 노조 조합원 150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 결과를 실시해 보고서로 발표했다.
‘복수노조 허용에 따른 현장 노사관계의 도전과 기회: 대기업 경제주의 노동조합의 의식조사 사례 중심’이라는 긴 제목이 붙여진 보고서에 따르면 릫복수노조 제도가 시행되면 새로운 노조가 설립될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릮 하는 질문에 응답자의 76.6%가 “그렇다”고 답했다. 기존 노조와 별도로 다른 노조가 설립될 이유에 대해서는 68%가 ‘활동노선의 차이’를 선택했다.

설문을 실시한 이 회사는 당시 14년간 무분규를 타결지으며 평화적인 노사관계가 정착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러한 기업에서도 복수노조에 대한 관심과 열의가 높았다는 것이 드러나면서 다양한 형태의 새로운 노조가 탄생할 것이라는 전망에 힘을 실어줬다.

2012년 6월29일, 복수노조가 시행된 지 1년을 맞이한 현재. 이 대기업을 비롯한 대규모 제조업 사업장에는 아직 복수노조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시행 이전의 뜨거운 관심과 달리 노조 설립 수도 뚜렷하게 늘지 않았다.
이는 그동안 복수노조에 대한 평가가 부정적인 영향만 부각시켜 왔기 때문이라고 지적한다. 복수노조 덕분에 단결의 자유는 커지는 반면 더 많은 분열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노조조차도 새 노조는 자신들의 힘을 약화시킬 것이라며 부정적인 시각을 감추지 않고 있다.

노조를 가입하지 않거나 못하는 근로자의 수가 증가하면서 전체 노조의 영향력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봐야 한다.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국내기업의 노조 조직률은 2010년 기준 9.8%다. 이는 회사 직원 10명 중 1명만 노조에 가입했다는 뜻으로 2004년 이후 지금까지 이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다양한 원인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노조에 대한 직원들의 관심이 그만큼 사그라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복수노조는 긍정적 측면에서 수적으로 노조의 성장이 가능토록 해 노조의 대외적 힘을 확대할 수 있고 노조의 자주성·민주성 및 선택성을 높여줄 수 있다. 20세기 말 노조활동이 고용 보장 등 생존권을 주로 다뤘다면 21세기 들어서는 분배 공정성과 소통의 문제가 노사갈등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사업부의 특성에 따른 노동강도의 차이로 인해 벌어지는 임금보상에 대한 불만으로 연결되고 있기 때문인데, 분배의 불평 부당함은 조합원들 내에서의 갈등을 유발하는 강력한 우려 요소다.

따라서 기존 노조가 추진하는 정책노선을 보완하고 다양한 의견을 담아낼 수 있다면, 여기에 운용의 묘를 발휘할 경우 복수노조는 사측을 견제할 수 있는 강력한 보호 장치이자 노사 관계를 한 단계 더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1년 밖에 지나지 않았기 때문에 복수노조 제도의 안착 여부를 결정짓기는 이르며, 제도에 대한 인식이 전 사업장에까지 확대되는 향후 2~3년 후가 분수령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한국노동연구원 관계자는 “교섭창구 단일화에만 얽매인 복수노조 논의의 초점을 현장 노동운동 및 노사관계에 미칠 영향으로 돌려야 한다”며 “사측도 노사관계에 대한 방향성을 근본적으로 재평가하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며, 기존 노조도 특권의식을 포기하고 현장 조합원들을 폭넓게 감싸 안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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