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살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의사 백모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을 28일 파기하고 이를 서울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백씨는 살인을 한 것이 아니라 부인이 욕실에서 미끄러져 기도가 막혀 숨졌고 자신은 뒤늦게 이를 발견하고 신고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검찰은 백씨와 사망한 A씨의 상처와 혈흔 등은 목졸림에 의한 질실사라고 반박했다.
1·2심 재판부는 모두 백씨의 유죄를 인정하고 징역 20년 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자신의 아이를 임신해 출산이 한 달 남짓밖에 남지 않은 아내를 목 졸라 살해하고 태아까지 사망에 이르렀다"며 "중대한 사안으로 죄질이 좋지 않다. 범행 후에도 사건 현장을 서둘러 떠나고 전화를 의도적으로 받지 않아 감추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연달에 유죄판결을 받은 백씨는 상고했고 대법원에서는 이를 받아들였다. 백씨가 부인을 상해했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피해자의 사망원인이 단순 질실사가 아닌 액사(손에 의한 목눌림 질식사)라는 점이 먼저 확인돼야 하는데 대법원은 원심에서 이 점에 대한 판단이 미흡했다고 해석했기 때문이다.
대법 재판부는 "수사기관의 감정결과만으로는 피고인과 피해자가 서로 피부에 손상을 주는 정도의 다툼이 있었을 가능성을 드러낼 뿐 공소사실 핵심인 목을 졸랐다는 점에 관한 직접적 증명력까지 부여받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대법 대판부의 파기환송 결정에 따라 만삭 의사 부인의 사망이 타살인지 사고사인지는 다시 법정공방을 거쳐 밝혀질 것으로 보인다.
천우진 기자 endorphin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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